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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어설픈 중국어로 버블티 주문하기

by 밀리멜리 2021.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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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수업 들은 지 얼마 안된 초보지만 중국어를 꼭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렇지만 큰맘먹고 들은 중국어 온라인 강의는 반밖에 듣지 못했는데, 벌써 한달이 지나버려서 수강기간이 끝나버렸다. 사실 저번 중국어 온라인 강의 포스팅을 올리고 방치해버려서 수업이 그냥 날아가버렸다.

 

요즘 듣는 대학 온라인 강의 - 중국어 배우기

 

요즘 듣는 대학 온라인 강의 - 중국어 배우기

며칠 전 친구 레미와 음성 채팅을 했다. 레미는 베트남에서 온 친구로, 베트남어,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를 하는 친구이다. 레미가 구사하는 모든 언어가 수준이 높고 비즈니스 회화

milymely.tistory.com

그렇게 중국어는 듀오링고 앱으로만 간간히 20분정도 공부하며 강의는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마침 달달한 밀크 버블티가 너무 먹고 싶어서 일단 사러 나가기로 결정했다. 몬트리올에도 몇년 전부터 한창 버블티가 유행해서 여러 버블티 가게가 많다. 

 

버블티 체인, 차타임

버블티 가게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차타임이다. 미국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버블티 체인이다. 학생할인도 해 주고, 여름방학 시즌에는 1+1도 곧잘 하는 편이지만 아무튼 지난 여름에 먹고 오랜만에 사 먹는 것이라 기대가 되었다.

 

근처 차타임의 점원들은 모두 중국어를 쓴다. 물론 손님들에게는 영어와 불어를 쓰지만, 점원들끼리는 중국어로 말한다. 나는 차례를 기다리면서 점원들이 하는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버블티가 중국어로 '쩐쭈나이차'라고 배운 것이 기억났고... 에라 모르겠다 중국어로 주문해볼까 싶었다.

 

중국어로 주문해볼까?

내 중국어는 정말 형편없는 실력이다. 하지만 창피하고 더듬거려도 부딪혀봐야 늘지 않을까? 한번 중국어로 주문해보기로 했다. 사진의 여성분은 작년부터 봐왔던 베테랑이고, 옆에 다른 남자분은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여러가지 트레이닝을 받고 있었다.

 

남자분이 카운터에서 "봉주 하이(Bonjour Hi)!" 하고 나를 불렀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말했다.

 

"你好!我学习中文 (안녕하세요, 저 중국어 공부하는데요.)“

"Yes?"

 

다짜고짜 주문도 안하고 중국어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직원은 약간 당황했는지 영어로 대답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중국어로 더듬더듬 말했다.

 

"죄송한데 한번 중국어로 말해볼게요."

"좋아요!"

"고마워요. 제 중국어가 엉망이라 미안해요."

"괜찮아요. 좋아요."

 

 

직원이 웃으며 천천히 중국어로 대답했다. 좋아, 이미 이렇게 말했으니 다시 취소할 수가 없다! 계속 중국어로 말하는 수밖에.

 

 

"음... 밀크티 하나 주세요."

"밀크티... 좋아요."

 

'밀크티 주세요'라는 이 문장은 아예 외워놓았기 때문에 아마도 잘 알아들은 모양이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음... 싱가폴 밀크티요."

"신찌아포!"

 

싱가폴 발음이 엉망이라 점원이 "신찌아포!"라고 고쳐주었다. 그리곤 옆의 샘플컵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좋아요. 그럼 사이즈는 어떤 걸 원해요?"

 

어떤 사이즈를 원해요?

"大杯!(큰 컵 주세요!)"

 

다행히 '큰 컵'도 온라인 강의에서 배운 단어라 잘 말할 수가 있었다. 나는 버블티 마실 때 설탕을 50%, 얼음 없이 먹기 때문에 이 단어들도 외워갔다.

 

"설탕은 반으로, 얼음 없이 주세요."

"설탕은 반... 얼음 없이..."

 

점원이 내 말을 따라하면서 기계에 주문을 입력했다. 

 

"토핑은요?"

 

그런데 토핑 질문을 했을 때 얼어 버렸다. 심지어 토핑이라는 중국어 단어도 잘 못 알아들었지만 감으로 들었다. 원래 토핑으로 팥을 넣어 먹고 싶었는데, 팥이 중국어로 뭔지 몰랐다.

 

하지만 여기서 한번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팥이 영어로 red bean이니까, 중국어로도 붉은 콩이 아닐까? 붉다는 홍, 콩은 두니까... 한번 무대포로 나가보았다.

 

"워야오홍두 (팥으로 주세요)"

"홍두? 홍두!"

 

감으로 때려잡았지만 반은 맞춘 모양이었다. 직원이 홍두(팥)라는 말을 알아듣고 억양을 고쳐주었다.

 

"팥만 줄까요?"

"팥이랑, 버블이랑 둘 다 주세요."

 

주문이 끝난 것 같아 주문화면을 힐끗 보니 밀크티가 아니라 초코밀크가 적혀 있었다!!! 쩐쭈나이차가 밀크티가 아니었나? 내 발음이 아무래도 구렸던 모양이다. 급하게 영어로 다시 말했다.

 

"앗, 초코 밀크가 아니라 밀크티 주세요."

"오, 그렇군요. 밀크티! 다시 입력할게요."

"고마워요."

 

아무튼 친절하기도 하고 정말 큰 경험을 하기도 했던지라 팁을 15% 드리고 자리를 옮겨 음료 만드는 것을 기다렸다.

 

지금이야 글로 쓰니 이상한 것이 별로 없어보이지만, 당시 주문할 때에는 엄청 더듬거리면서 중국어로 '네(对)'라고 말해야 할 것을 프랑스어로 'Oui'라고 말하는 등 실수가 무지 많았다.

 

아무튼 주문이 무사히 끝났다! 아직 생각해도 도대체 무슨 용기가 나서 중국어로 말했는지 모르겠다.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매장 안에 K-pop 노래가 나오고 있었고, 점원들이 중국어로 뭐라 말했는데 내 얘기를 하는 건지 아닌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음료 만드는 것이 끝나자 점원이 천천히 중국어로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주문하신 팥이 들어간 싱가폴 밀크티 나왔습니다."

 

점원이 뭐라고 했는지 정확히는 몰랐지만ㅋㅋㅋㅋ 대충 그런 말을 한 건 감으로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나를 위해 천천히 발음해 주었다.

 

버블티를 받으며 셰셰, 하고 중국어로 말하자 점원이 나에게 "아리가또!"하고 대답했다.

 

 

내가 일본인인 줄 알았나 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좀 창피하기도 해서, 내가 일본인인줄 착각하도록 놔두기로 했다. 

 

 

그렇게 사온 버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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