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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나의 문어 선생님 - 따뜻한 힐링 다큐멘터리 추천, 2021 아카데미상 후보

by 밀리멜리 2021.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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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막 구독하기 시작했을 때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지인이 말했다. 

"넷플릭스에서 '나의 문어 선생님' 꼭 봐야 해! 묻지 말고 그냥 봐!"

"나의 문어 선생님이라고? 제목이 뭐 그래? 애니메이션이야?"

"아니, 다큐멘터리야. 문어 이야기인데 꼭 봐야 해!"

 

그리고는 사실 몇 달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이 다큐멘터리가 눈에 들어왔고, "2021년 아카데미상 후보"라는 문구에 이끌려 시청하게 되었다.

 

다 보고 나서, 이렇게 울컥할 줄이야.... 나의 문어 선생님이라는 제목은 정말 잘 지은 최고의 제목이다. '제목이 뭐 그래'라고 했던 내 무심한 말이 민망해졌다. 문어 선생님이라는 말처럼, 이 다큐멘터리와 문어가 주는 메시지가 사람의 일생을 변화시킬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나의 문어 선생님 줄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다큐멘터리 감독 크레이그 포스터의 나레이션과 그가 바닷속에서 찍은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레이그 포스터는 남아프리카 끝자락, 우리가 흔히 희망봉이라고 알고 있는 폭풍의 곶에서 살고 있다. 이곳은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과 폭풍같은 파도, 바닷속에는 다시마숲이 가득하다.

 

남아프리카 희망봉의 파도

어떻게 그가 폭풍이 몰아치면 바닷물에 다 잠겨버리는 절벽의 방갈로에서 살아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대서양의 막대한 힘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그가 어렸을 땐 자주 다시마숲으로 다이빙하며 놀았지만, 어른이 되어 차츰 멀어졌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일하며 칼라하리 사막에서 사냥하는 부족을 찍다가 그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반하게 된다. 그러다 점점 카메라를 들고 다큐멘터리를 찍고, 방 안에 틀어박혀 영상을 편집하는 자신은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외부인이라고 느끼게 된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부담감이 점점 그를 짓눌렀고, 가족과의 관계도 어려워졌다. 다큐멘터리라면 지긋지긋해진 그는 삶의 변화를 찾아 대서양의 다시마숲으로 다시 돌아간다.

 

산소통이나 잠수복 없이 다이빙하는 감독

파도가 몰아치는 차가운 바다속을 유영하며, 크레이그 포스터는 비로소 여유로움과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덕분에 기운을 차린 그는 다시 카메라를 들고 바닷속의 놀라운 생물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상한 물체가 떨어지는 걸 발견한다. 너무 이상하게 생긴지라 물고기마저도 혼란스러워 하는 물체였다.

 

이상한 물체

그가 다가가자, 이상한 물체 속에서 문어가 휘리릭하고 빠져나왔고, 이 문어는 인간을 무서워하는 듯 다시 자기 몸을 다시마로 둘둘 감았다. 도대체 이 문어가 뭘 하는 걸까? 흥미를 느낀 그는 그날부터 같은 장소에 매일 와서 문어를 관찰한다. 그의 관찰은 약 1년간 계속되었다.

 

 

 

 감동적이었던 장면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문어와 인간이 공감하고 교류하는 장면이었다.

 

인간의 손을 먼저 잡는 문어

며칠이나 문어의 굴에서 문어를 관찰하다 보니, 문어는 결국 인간이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모양이다. 매일 찾아오는 인간을 한참이나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문어는 결국 발을 뻗어 인간과 접촉한다. 처음으로 문어가 인간에게 발을 뻗는 이 모습이 놀라웠다.

 

약 두 달 후에는 신뢰가 많이 쌓여 문어가 인간을 따라오고, 결국엔 문어가 사람의 손을 타고 올라와 가슴에 앉아 심장을 뛰는 소리를 듣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사람과 노는 것을 즐거워하는 문어

크레이그 포스터는 문어와 계속 교류하며, 나레이션 내내 문어를 "그녀(she)"라고 표현한다. 그녀를 촬영하면서, 크레이그는 자신이 이방인이나 외부인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문어가 준 가장 큰 교훈이 아닌가 싶다.

 

 

 

 똑똑한 문어의 생존전략

 

한번 인간을 믿은 그녀는 이제 인간에게 자신이 사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확실히 문어가 머리가 좋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한 가지 또 놀라웠던 사실은, 문어가 발을 이용해 바닷속을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문어는 헤엄만 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바닥을 걸을 수도 있었다.

 

산호초로 위장한 문어

문어는 몸의 질감과 색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그녀가 몸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모습은 민첩하고도 기발했다. 주변 사물을 모두 인식하고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 제일 숨기 쉬운지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문어의 먹이가 되는 작은 물고기들과 갑각류들은 이 위장을 쉽게 감지하지 못했고, 그녀는 인간에게 여러가지 훌륭한 사냥기술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딱딱한 껍질을 갖고 있는 갑각류를 사냥할 때는 껍질에 작은 구멍을 뚫어 사냥감을 마비시키는 근육을 정확히 공격한다. 이는 뛰어난 학습능력과 세밀한 기억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지능과 정밀함이 돋보이는 문어의 사냥방식

크레이그 포스터가 만난 이 문어는 똑똑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녀는 일부러 인간이 사냥감 근처에 오도록 만들어서 자신의 사냥에 인간을 이용하기까지 한다.

 

문어의 똑똑함이 돋보이는 모습은 많지만, 역시 최고는 천적인 파자마상어와의 추격전이었다.

 

상어가 쫓아오자, 문어는 다시마로 자신의 몸을 둘둘 감싸기도 하고, 조개껍질과 돌을 잡아 또 이상한 물체를 만들어 숨기도 한다. 하지만 냄새를 기가 막히가 잘 맡는 상어는 문어의 위장에 쉽게 속지 않고 그녀의 주변을 계속 맴돈다. 그러다 문어는 갑자기 상어의 등에 올라타고, 상어는 어쩔 줄 모르다가 결국 문어 사냥을 포기한다.

 

문어가 보여주는 놀라운 장면들이 이 다큐멘터리에 차고 넘친다. 결국엔 이 작은 문어가 시청자를 울릴 수도 있다. 과연 아카데미 후보작이라는 말이 손색없을 정도여서 꼭 추천하고 싶다.

 

나의 문어선생님 로튼토마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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