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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

아케고스 사태, 빌 황 한 사람이 미국 증시를 폭락시킬 수 있다니...

by 밀리멜리 2021.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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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마지막 주, 미국 증시에서 매도 물량이 넘쳐나며 주가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주로 중국 기술주인 텐센트, 바이두, 미국 미디어 주식인 비아컴 CBS, 디스커버리, 쇼피파이 등의 주가가 연이어 함께 폭락한 사건이다. 주가가 줄줄이 폭락한 것도 놀라운데, 그 원인이 단 한 사람 때문이라는 것 때문에 더욱 놀랍다.

 

나도 디스커버리 클래스 A를 한 주 갖고 있다. 겨우 한 주라서 이 사건으로 손해를 보진 않았지만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추락한 것이 궁금해져 한번 관련 기사를 읽어 보았다.

 

 

 아케고스 사태 정리

 

아케고스 사태 정리 (출처: 블룸버그)

먼저 3월 24일, 비아콤 CBS의 주가가 23% 폭락하고, 26일에는 앞서 말한 중국 기술주들과 미국 미디어주는 엄청난 양으로 덤핑 매도되어 줄줄이 주가가 추락했다. 각 골드만삭스나 JP모건 등의 투자은행들도 큰 손해를 보았다. 그리고 그 원인은 다름 아닌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 아케고스 투자회사 창립자인 빌 황 때문이었다.

 

아케고스가 위치한 건물과 창립자 빌 황

내 디스커버리 A 주식이 떨어진 건 이 사람 때문이었구나 싶어 살펴보다가, 트레이더 한 명이 어떻게 이 많은 회사의 주가와 은행들까지 휘청이게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빌 황은 유명한 스타 트레이더로서 타이거 아시아 펀드의 운영자였다. 2012년 내부자 거래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고, 그 이후로 그는 아케고스 캐피탈 매니지먼트(Archegos Capital Management)라는 개인 투자회사를 설립해 거래를 계속했다. 

 

아케고스는 유명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노무라, 크레디트 스위스 등과 계약을 맺고 주식 트레이드를 했다. 그러다 거래한 주식이 하락하고, 투자은행들은 빌려준 돈을 잃을 위험에 처하면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마진 콜을 하게 된다. 아케고스는 추가 담보를 제공하지 못했고, 그에 따라 보유 주식들을 투매한 것이다.

 

아케고스 투자 실패로 손해를 본 투자은행들

 

 

 아케고스의 위험한 투자방식

 

한 사람이 이렇게 주가를 추락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케고스가 너무나도 많은 은행 자본을 끌어와서 차액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차액 거래 자체도 위험한데, 투자은행에서 빌린 돈의 비율이 너무 많다 보니 그 타격이 너무나도 커진 것이다.

 

블랙리스트에까지 올랐던 빌 황이 다시 엄청난 자산규모로 거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케고스가 헤지펀드 회사가 아닌, 패밀리 오피스로 등록했기 때문이었다. 패밀리 오피스는 개인 펀드 형식으로 운영되지만, 아케고스의 경우 그 규모가 10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많은 돈을 투자은행에서 끌어다 썼다.

 

아케고스가 어떤 식으로 자금을 운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복잡하고 불투명한 파생 상품에 투자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아케고스는 관련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지도 않은 채로 투자를 한 것이다.

 

아케고스가 투자한 주식들은 계속해서 꾸준히 오르다가 갑자기 폭락해, 결국 자산 청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빨리 청산을 한 은행은 골드만 삭스와 제이피모건이었고, 빠른 움직임 덕에 가장 손해가 덜했다. 반면 대량 매도를 하지 않은 노무라와 크레디트 스위스는 큰 손해를 봤다. 

 

이를 두고 외신에서는 "파이어 세일(Fire sale)"이라는 말을 썼다. 파이어 세일이란 한국어로 '창고정리세일' 정도의 의미로, 도산 직전의 상점이 물건을 엄청 싸게 파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이 주식시장에서 쓰일 때는, 주식이 원래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팔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를 배운 기념으로 디스커버리 클래스 A 주식을 하나 더 샀다. 이 주식이 올랐던 것도 과열투기 때문이었고 추락한 것도 과열투기 때문이었다.

 

 

 용어 정리

 

블록 트레이드 (Block trade): 대규모 증권거래. 거래 실행과정에서 가격 변동을 피하기 위해 공개시장 외부에서 협상된다.
Ex. 비아콤 CBS 등의 회사에서 슈퍼사이즈 규모의 블록 트레이드가 일어났다.

 

마진 콜 (Margin call): 투자자가 빌린 돈으로 거래할 때, 투자 손실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더 많은 담보를 요구하는 것.

Ex. 역대 최대 규모의 마진 콜 사태로 아케고스는 240억 달러 이상의 주식을 청산했다.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 개인 소유의 투자 회사로 규제가 느슨하다. 아케고스가 바로 패밀리 오피스이다.

 

파이어 세일(Fire sale): 주식이 원래 가치보다 더 싸게 팔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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