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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디 앤서 독후감 - 월스트리트 트레이더는 어떤 생활을 할까?

by 밀리멜리 2021.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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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앤서'는 요즘 핫한 유튜버인 뉴욕주민이 쓴 월스트리트 트레이더의 하루하루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유튜버를 구독하고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보고 있는데 책을 냈다는 소식에 한 번 읽어보았다.

 

뉴욕주민의 디 앤서

 

 

 헤지펀드가 뭐야?

 

이 책을 읽다보니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헤지펀드라는 말을 많이 썼지만, 정작 나는 헤지의 뜻도 모르고 그 말을 쓰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헤지펀드는 수익률로 모든 것이 판가름나는 세계이다. 자본을 차입해서 큰 규모의 투자를 하는 만큼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마이너스가 되면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 그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대비책을 헤지라고 한다.

 

투자자는 어느 회사의 주식이 오를 것이라 생각해 매수를 진행한다. 하지만 시장이 아닌 이상, 100% 이 주식이 오를지 아닐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의 힘으로 최대한의 분석을 하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경우 대비책과 빠져나올 구멍까지 모두 마련하고 투자를 하는 것이 헤지펀드 투자자들의 방식이다.

 

모니터가 몇개야... 트레이더들이 일하는 장면 (출처: qz)

가장 확신있는 판단을 하기 위해 관련 산업의 몇백 페이지짜리 리포트를 읽고, 경영자를 만나보고, 여러가지 날카로운 질문을 하고, 하루에 17시간씩 일하며 초조하게 시간을 보낸다. 과연, 그렇게 열심히 일했으니 헤지펀드 트레이더들이 포트폴리오를 끝까지 공개하기 싫어하는 게 이제서야 공감이 간다.

 

 

 

 맥킨지에서의 이력

 

뉴욕주민은 그 화려한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민족사관고를 졸업해 세계 최고로 꼽히는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스쿨을 2년 반만에 졸업했다. 비상한 머리와 끈기있는 노력으로 무장한 그녀는 졸업하자마자 세계 최고의 컨설팅 그룹 맥킨지에 입사한다. 

 

놀라운 점은 맥킨지가 뉴욕주민에게는 차선책이었다는 점이다. 대학졸업생들이 그렇게 간절히 들어가고싶은 맥킨지 그룹은 2008년 리먼 사태 때문에 월스트리트에 갈 수 없었기 때문에 별 수 없이 선택한 취업장소였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녀의 이력보다 더 놀라운 일화가 숨어있다.

 

새로 입사한 사람들을 위한 회사 오리엔테이션에서, 뉴욕주민은 발표자에게 당돌한 질문을 해 태도불량으로 낙인이 찍힌다.

 

맥킨지 파트너는 회사의 원칙과 가치를 소개하며, "맥킨지는 팔지 않는다"라는 말을 강조한다. 하지만 갓 입사한 뉴욕주민의 입장에서는, 맥킨지는 훌륭한 세일즈맨이며 맥킨지에서 일하는 컨설턴트는 경영자문을 아주 비싼 값에 팔고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

 

"맥킨지가 하는 모든 행동이 셀링 아닌가요? ... 잘 포장된 셀링 같은데."

 

강연장을 싸늘하게 만든 그녀의 질문

한순간에 강연장은 조용해졌고, 발표자는 계속해서 "맥킨지는 팔지않는다"라는 말과 함께 강연을 이어나갔다. 결국 그녀는 그 질문 때문에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하다' '태도 불량' 이라는 코멘트를 받았다.

 

세계 최고 컨설팅 그룹의 인사과에서 태도불량으로 낙인이 찍히든 말든 자기가 해야 할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뉴욕주민의 강철멘탈이 정말 대단하다. 

 

 

 

 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뉴욕주민은 컨설팅그룹에서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투자은행으로 이직했고, 결국엔 원하던 헤지펀드로 이직에 성공한다. 어떤 직업도 쉽진 않겠지만, 헤지펀드 트레이더의 삶은 정말이나 치열하다. 증권 시장이 열리든 말든 항상 시장에 매달려 있어야 하며, 휴식이나 다른 삶은 작별을 고해야 한다.

 

결혼식에서까지 휴대폰의 블룸버그 화면을 놓지 못했던 새신랑 트레이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신랑의 친구가 억지로 휴대폰을 뺏어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을 가서까지 증시에 매달려 결국 신부는 화가 치민다. 예정되었던 신혼여행은 결국 이틀만에 끝나고 그 신랑은 헤지펀드에 출근해 웃으며 일했다는 그런 이야기... 우스개소리인 줄 알았더니 헤지펀드 트레이더의 삶은 정말 그런가 보다 싶다.

 

일 자체가 삶이고 행복이다

헤지펀드 트레이더로 일하는 사람의 행복은 말 그대로 일에서 나오는 모양이다. 엄청난 페이지의 보고서를 읽고, 수많은 계산을 해서 판단을 하고, 결국 자신의 판단이 맞았다는 짜릿함에서 오는 행복이 그 삶의 척도인 듯 싶다. 돈도 돈이지만 헤지펀드 트레이더가 버는 돈은 이미 내 상상을 초월하는 범위이니... 돈보다 일에서 행복을 찾는 듯 싶다. 이런 삶의 철학을 뉴욕주민의 유튜브에서도 살짝 엿볼 수 있었지만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았는데, 역시 책으로 읽으니 좀 더 생생하고 재미있다.

 

 

 아시안 여자로서의 어려움

 

그녀가 수년간 트레이더로 일하며 여성 헤지펀드 매니저를 본 적은 딱 한번 밖에 없다고 한다. 백인 남성이 지배하는 월가에서 키작은 아시안 여자가 겪었을 어려움이 얼마나 많았을지 상상하기가 힘들다. 다만 뉴욕주민은 그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그저 '이것은 부당한 상황이다'라고 인지할 뿐 크게 맞대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월스트리트에서의 살인적인 업무량에 치이다 보면 그런 차별은 오히려 사소한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백인 남성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느 헤지펀드 컨퍼런스에서 한번은 지각한 일이 있었는데, 컨퍼런스룸에 들어가려고 하니 누군가가 그녀를 막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경영진 직원이 트레이더인 그녀를 호텔 웨이트리스로 오해해 "커피 룸서비스 필요없다"며 그녀를 들어오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그녀가 다른 트레이더처럼 백인 남성이었다면 절대로 겪지 않았을 일일 터였다.

 

 

 디 앤서에서 꼭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이런 일들이 오히려 뉴욕주민의 멘탈을 튼튼하게 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꼭 배우고 싶은 점들 중 하나가 바로 그녀의 강철 멘탈이다. 힘든 일이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또 하나 책에서 꼭 가져가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자신을 팔라"라는 뉴욕주민의 학교 선배의 조언이다. 항상, 어디서든 나라는 사람의 존재 이유, 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남을 설득해야 하는 월스트리트 세계에서 '자신을 판다'라는 이야기는 그렇게 부정적인 뉘앙스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자 미래의 자산이라는 점이다.

 

뉴욕주민이 경험했던 첫 면접 이야기, 첫 출근하자마자 달랑 두 단어만 쓰여진 메일을 받고 투자 분석을 했던 이야기 등을 읽으면 살떨릴 정도로 싸늘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 이야기 덕분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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