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본 소설로, 리디셀렉트에서 전자책으로 읽은 책이다. 전자책으로 497페이지인데 아마 종이책으로는 훨씬 적은 페이지일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너에게'는 평행우주라는 SF적인 요소에 로맨스 이야기를 곁들여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름과 성으로 친근함을 구분하는 일본문화
주인공 '타카사키 코요미'는 우등생으로, 별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항상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이다. 그는 공부를 잘 한다는 만능감에 주변 아이들을 바보 취급했고, 그 탓에 친구가 많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면서 코요미는 신입생대표를 거절했고, 차석인 여학생 '타키가와 카즈네'가 대신 신입생 대표를 맡게 된다. 둘은 같은 반이면서도 인사도, 말도 한 마디 하지 않는 사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카즈네가 코요미에게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고 장난을 치며, 손을 잡기까지 하자 주인공 코요미는 어리둥절해 한다.
일본 소설을 읽다 보면 특이한 점이 이름과 성을 부르는 것으로 친근함을 구분한다는 점이다. 주인공 타카사키 코요미를 '타카사키'로 부르면 잘 모르는 사이나 어려운 사이이고, '코요미'라고 부르면 친한 사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외톨이여서 항상 '타카사키'로 불렸고, 같은 반 친구에게 '코요미'라고 불렸을 때엔 영문을 알 수 없어서 멍해진다.
같은 나이에 같은 반 학생인데 모두 성으로 부르고, 친해져야만 이름을 부른다는 일본의 문화는 좀 생소하긴 하다. 이렇게 항상 외톨이여서 성으로만 불리다가 예쁜 여학생에게 이름으로 불려 얼떨떨해하는 주인공은 일본 특유의 모습을 보여준다.
평행우주를 넘나들 수 있다면
평행우주는 이 책이 재미있어지는 이유이다. 주인공이 갑자기 친근한 이름으로 불린 이유는 그녀가 다른 우주에서 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또다른 평행우주에서 코요미는 외톨이가 아니라,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은 데다가 카즈네와 사귀고 있었다!
평행우주는 우리의 선택이 갈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아침에 빵을 먹느냐 된장국을 먹느냐로 우주가 갈리고, 매 순간 다른 선택을 할 때마다 다른 우주가 생긴다. 그렇게 다른 선택을 해서 생긴 다른 우주의 나는 살인자가 될 수도 있고, 아주 행복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코요미는 원래 세계의 여자친구와 다른 평행우주에서 온 여자친구가 다른 사람일까봐 걱정하고 한참을 고민한다. 원래 세계의 여자아이는 성으로 부르고, 다른 우주의 여자친구는 이름으로 부르는 등 한참을 방황하고 고민하던 코요미는 결국 모든 세계의 카즈네를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책 제목이 <내가 사랑했던 모든 너에게>인가 보다.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SF이다 보니 평행우주를 고정시키거나 우주 사이를 넘나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는 설정이 있는데, 그렇게 미래세계이면서도 주인공이 카드 사용을 꺼려해 50만 엔이라는 금액을 현금으로 들고 다니는 것이 또 재밌었다. 일본은 실제로 현금 사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경제 기사를 많이 읽다 보니 소설을 읽으면서도 스토리와 관계가 없는 현금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나 보다.
* 이 글에 쓰인 애니메이션 이미지는 책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컬쳐리뷰 >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멜리 노통브의 '머큐리' 독후감 - 거울 없는 섬에 갇힌 미녀 (3) | 2021.06.27 |
---|---|
책 리뷰: 우뇌를 활용하는 뇌내혁명 - 어떻게 하면 우뇌의 도움을 받을까? (10) | 2021.06.05 |
초예측: 부의 미래 - 자본주의와 GAFA, 암호화폐의 미래 (6) | 2021.04.24 |
디 앤서 독후감 - 월스트리트 트레이더는 어떤 생활을 할까? (12) | 2021.04.12 |
해리 포터 책 시리즈 20주년 색깔별 기숙사 표지 에디션 - 소장욕구 만땅! (14) | 2021.04.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