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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

중앙정부의 디지털화폐 CBDC - 은행은 사라지게 될까?

by 밀리멜리 202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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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부자가 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로또든 코인이든 주식이든. 돈을 갖게 되는 경로나 이유는 그렇다 치더라도 일단 큰 부를 갖게 되면 어떤 것으로 그 부를 축적할까? 

 

무한한 공간에 금고가 하나 있고, 그 금고를 채우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런데, 그 금고를 뭘로 채울까? 나는 판타지 소설과 몽상을 좋아하는지라 드래곤의 레어에 가득한 황금과 보물을 상상했다. 아니면, 해리포터에 나오는 고블린이 지키는 그린고트 은행이라든지.

 

상상 속 금고에 어떤 보물을 채울까?

그렇지만 여기서 상상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발전시켜 보자. 황금이든 해리포터 세계관의 금화이든, 현실세계에서는 쓸 수 없는 법이 아닌가. 삼성의 이건희는 2만 3천점의 미술품으로 채웠다. 나라면, 그 금고를 뭘로 채울까?

 

2021년 현재, 상상 속 무한한 금고에 필요한 것은 넘쳐나는 금화나 미술품이 아니라 핸드폰 한 대와 디지털 코드뿐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판타지스러운 상상이 재미없게 밋밋해졌지만, 실제 우리 현실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CBDC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는 우리가 알고 있는 비트코인과는 조금 다르다.

 

물론 둘 다 디지털 화폐이지만, 비트코인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그 가치가 결정된다. 그와 반대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정부가 발행하고, 정부가 관리감독해서 제어가 가능하다. 그 가치는 비트코인과 달리, 실제 통화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CBDC는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불안정하게 변동하지 않는다. 

 

위 글이 읽기 귀찮다면, 다음 표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암호화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CBDC)
발행주체 없음 (탈중앙화) 중앙은행
감독 감독기관 없음 정부 감독
익명성 익명성 있음 익명성 제어 가능
가치 불안정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 안정 (통화가치와 연동)
사례 비트코인 CBDC

 

가장 처음 CBDC를 도입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디지털 통화를 연구했고,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디지털 통화를 전면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베이징의 쇼핑몰 -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화폐로 결제할 수 있다는 안내문 (로이터)

 

 

 CBDC가 은행을 대체할 가능성

 

중국이 일찍부터 디지털화폐를 연구했지만, 다른 여러 나라들도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디지털화폐를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U도 2025년부터 디지털 화폐를 도입할 예정이고, 영국, 미국, 우리나라 등도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는 각 나라의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향후 6년 이내 CBDC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나라들이 60%에 달했다.

 

리투아니아 조폐국의 실버코인 -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 (로이터)

중국이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디지털 화폐에 뛰어든 것은 별로 놀랍지 않다. 중국은 이미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디지털 거래가 활발하고 그에 따라 텐센트, 알리바바 같은 전자상거래 민간회사가 어마어마한 데이터와 자본력을 갖게 되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테고, 민간 회사의 자본력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CBDC인 것이다.

 

 

 뭐가 문제인데?

 

CBDC의 전망은 매우 밝다. 전통적인 화폐와 비트코인의 장점을 둘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보다 더 효율적이고 거래수수료가 적으며, 송금 시간도 적게 든다. 거래 수수료가 적으면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고, 그 가치도 안정적이어서 변동성에 따른 위험도 적다. 게다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기록이 남아 범죄 수단에 이용될 가능성도 적다.

 

CBDC는 값싸고, 안전하고, 빠르고, 대중적이다. 화폐로서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기존의 암호화폐나 비트코인의 단점을 잘 커버한다. 그렇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사람들이 정부 코인을 쓰기 시작하면, 수수료가 높은 신용카드를 점점 적게 쓰게 된다. 가난해서 신용카드를 쓸 수 없는 사람들까지도 정부 코인에 접근할 수 있으니 그 장악력은 시중 은행을 능가할 것이다. 시중 은행의 자금은 점점 말라가고, 은행은 자금이 없어 대출을 해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정부코인의 장점이 매력적이다보니, 이제 은행이 필요없어지게 되고, 더 버틸 수도 없을 것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카드, 신용정보 회사까지 개인의 금융거래를 중간에서 대신해주는 서비스는 모두 사라지고, 직거래만 남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파놉티콘 - 중앙에서 감시하는 감옥 구조

이렇게 자본력이 정부로 집중되면, 정부가 시민들에게 가지는 통제권이 더 커진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주차 위반을 했다가 딱지를 맞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디지털지갑에서 벌금이 자동으로 이미 빠져나간 것이다! 벌금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교통 법규가 아니라 개인의 사상과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라면 문제가 된다.

 

대출을 받으려면 은행이 아니라 정부에 요청해야 할 테고, 내 재산 사정을 훤하게 알고 있는 정부를 위해 여러가지 문서작성을 해야 할 수도 있겠다. 아니면, 대출 심사나 세금도 정부에서 자동적으로 계산해주는 세상이 올 지도 모르겠다.

 

중앙은행이 시민의 권리를 뺏고 해로운 일을 할 거라 생각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부작용이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최근 중국은 공산당 비판자의 계좌를 동결시켰다. CBDC가 널리 쓰이게 되면, 계좌 동결 같은 일은 너무나 간단할 것이고,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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