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파 걸리는 병들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현대인에게 흔한 우울증의 여파는 어마어마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습관처럼 항우울제를 장기간 복용하고, 잘 관리되지 않았을 때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우울증은 심각하게 다뤄져야 할 병이다.
하지만 마음의 병이라는 특성상 우울증은 분명한 병이라고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의사가 우울증을 진단할 때에는 여러가지 무작위한 요소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의사가 환자의 기분에 대해 체크리스트에 나온 질문을 하고, 결국에 그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진단을 내리기 때문에 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연구자들이 우울증을 생화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서 시작된 연구는, 혈액 성분에서 우울증을 활성화시키는 RNA 속 바이오마커들을 발견해냈다.
(*바이오마커: 단백질, DNA, RNA 속 정보를 통해 몸의 질병과 정상상태를 구분할 수 있는 지표)
기분이 유전자를 조절한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의학 연구센터에서, 15년동안 오래 우울증을 앓아온 수백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액 성분 검사를 했다. 이 연구진들은 혈액 속 성분 중에서도 특히 유전자정보를 카피하는 RNA를 연구했다.
기간을 두고 환자들의 혈액 속 RNA 분자를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환자들의 기분이 좋고 나쁨에 따라 우울증에 관련된 RNA 유전자가 강하게 활성화되고 약하게 활성화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계속해서 연구를 해 각 RNA 분자의 바이오마커를 해독해냈다. 덕분에 우울증을 활성화시키는 유전자 말고도 빛과 어둠을 구분해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유전자, 세로토닌 호르몬을 조절하는 유전자,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 신진대사와 포도당 합성 및 에너지 분출 유전자, 세포에게 신호하는 유전자의 바이오마커 13 종류를 걸러내었다.
이 13개의 바이오마커들은 단지 우울증뿐만 아니라 조울증처럼 치료가 필요한 기분장애에도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지표가 되었다. 13개 중 6개가 우울증에 도움이 되고, 다른 6개는 우울증과 광증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분이 안 좋아 생긴 병이긴 하지만, 그 기분이 실제로 몸 속의 화학물질을 바꾼다는 사실은 역시나 놀랍다. 이 연구 덕분에 우울증의 진단이 더 쉽고 정확해졌을뿐만 아니라, 의사의 병 진행 예측이 더 정확해지고 개별 케이스마다 더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적용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연구결과가 의학적으로 쓰이려면 아직 허가를 거쳐야 하지만, 좀 더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은 약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혈액검사가 있다고 해서 의사가 상담을 하지 않는다거나 체크리스트를 없애지는 않겠지만, 아픈 사람을 위해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다는 건 좋은 소식이다.
'취미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미있는 민들레의 프랑스 어원과 뜻 - 침대에서 오줌싼다, 사자이빨 (6) | 2021.05.23 |
---|---|
윈도우10 시작 로그인 잠금화면 바뀌지 않을 때 해결방법 (4) | 2021.05.23 |
예쁜 꽃일수록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싶어한다 (6) | 2021.05.13 |
꿀잼 화병테스트 - 신경 안 쓰고 눈치 안 보는 마인드 (11) | 2021.05.12 |
지하에서 방사능을 먹고사는 쥐라기 생명체, 데술포루디스 (3) | 2021.04.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