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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

골드바와 비트코인에 담긴 게임이론과 인플레이션 헤지

by 밀리멜리 2021.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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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의 대장 비트코인이 지난 4월에는 7~8천만 원대를 오르내리다 급격히 떨어져 5월 말 현재는 4천만 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급격한 하락을 시작한 것은 두 사건이 있고 난 다음부터였다.

 

첫째,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자동차를 비트코인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가 철회한 것이다. 둘째,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 거래 단속을 강화시킨 것이 비트코인의 하락에 박차를 가했다.

 

비트코인이 급상승과 급락을 보여주었지만, 사실 이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이 경제 금융 전반에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물론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잃었겠지만, 암호화폐는 이제 막 경제 세계에서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웃고 있는 중국과 일론 머스크 - 비트코인 하락의 주역 (이미지: 블룸버그)

 

 

 게임이론과 비트코인

 

하지만 암호화폐가 미치는 영향이 적어서 무시해도 될 정도라는 말은 아니다. 암호화폐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여전히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논의되고 있다.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토마스 셸링의 연구가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셸링은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리라는 것을 안다면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협동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인간은 타인의 행동을 예측하려 하고, 그럴듯한 절충 포인트가 주어지면 굳이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아도 비슷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아무 숫자나 골라보라고 하자. 이들은 로또번호 고르듯 1, 6, 28, 47 등 아무 숫자나 고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고를 법한 숫자'를 골라보라고 하면 어떤 숫자가 나올까? 가장 우세한 답이 되는 숫자는 바로 1이다.

 

너도 1을 고르겠지? 나도 1을 고를게. 그럼 윈윈이야. (이미지: 퀸즈갬빗)

 

이 이론은 경제 자산에도 적용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같은 행동을 했을 때 이득을 얻는다는 것을 알면, 우리는 암묵적으로 똑같은 행동을 한다. 그 말은, 어떤 자산의 실제 가치가 불분명하더라도, 협동해서 이득을 얻는다는 것을 알면 모두가 암묵적으로 그 자산의 가치를 믿게 되고, 결국엔 실제로 가치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금과 비트코인

 

이 자산에 관한 심리게임이 잘 적용된 것이 바로 금이다. 토머스 셸링은 "금투자야말로 인간의 '암묵적 협동'이 가장 잘 표현된 사례"라고 말했다. 

 

며칠 전 누군가에게 선물할 일이 생겨 카카오톡의 선물 코너를 둘러보았다. 패션이나 보석 액세서리도 구경하다가, 골드바도 선물 쇼핑란에 있길래 흥미가 생겼다. 그런데, 골드바는 커녕 1g의 금쪼가리가 13만원이나 하는 게 아닌가? 아무리 선물 포장이 되어있다지만 금 거래소 시세의 두배 달하는 가격에 놀라고 말았다.

 

골드바

골드바는 왜 이렇게 비쌀까? 2021년 5월 현재 골드바 1kg의 시세는 7800만원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 가격은 사람들이 그 시세에 암묵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에 형성되었다. 금 자체의 희소성과 지속성 덕분에 그 가치는 계속해서 올라간다. 경제학자 윌렘 바우터는 금을 두고 "6천년동안 계속된 버블"이라고 말했다.

 

6천년동안 지속된 버블, 금 (자료: 신라시대 금관) 

 

암호화폐도 새로울 뿐이지 금과 비슷하다. 비트코인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기술 기반의 자산이라는 점,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뭐, 테슬라 차는 이제 더 이상 못 사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가치가 상승한 원인은 금과 비슷하다. 희귀하고 유명하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의 명성과 희소성은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숫자 1처럼, 사람들이 암묵적인 협동을 하게 만드는 절충점이자 집중 포인트가 된다. (다만, 요즘은 비트코인보다는 이더리움 기반 코인이 더 매력적이며 차세대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험한 건 사실이야...

 

최근 금값이 상승한 것은 기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헷지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선택했다가 그 가치가 급등해 빠져나오고 다시 금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JP 모건 체이스 은행의 상장지수 ETF 동향을 보면, 비트코인 ETF에 들어갔던 자본이 빠져나와 서서히 금 ETF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비트코인이 하락한 원인에는 일론 머스크와 중국 말고도 기관 투자자들의 선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5년간 금값 시세 상승 그래프

 

비트코인은 지난 4년간 벌써 세번이나 약세장을 맞이했다. 그 하락세를 맞이하면서 암호화폐의 시가 총액이 엄청나게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2021년 5월 중순 2.5조 달러 이상에 달했지만, 2주 만에 1.5조 달러로 하락하며 무려 1조 달러가 증발했다. 암호화폐가 특이한 점은 그렇게 엄청난 가치가 생겼다 사라지는데, 정확히 누가 이 많은 손해를 짊어졌는지 꼭 집어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암호화폐는 투기성이 강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성향이 강한 사람이 좋아하는 자산이다. 이번 5월의 하락은 감당할 수 있어도, 한번 더 하락세가 오면 그 위험을 한번 더 짊어질 사람이 많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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