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공부

하루 중 몇 시에 은행에 가야 가장 좋을까?

by 밀리멜리 2021. 6. 20.

반응형

대표적인 화이트칼라 직업인 금융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장시간 머리를 써야 한다. 특히나 은행원들은 몸을 쓰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고, 고객을 상대하거나 자료를 읽고 분석하고 평가를 내리는 등 많은 정신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렇게 정신력을 쓰는 일도 몸의 영향을 받는다. 하루 중 몇 시에 은행에 가야 가장 좋을까?

 

 

 가장 피로한 시간

 

장시간 노동을 할수록 사람은 피로해지고, 그에 따라 일의 효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은행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상대가 피곤하지 않은 시간에 가야 좀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몇 시에 가야 한단 말인가!

 

언제 가장 쌩쌩할까?

 

연구진들은 대출업무를 하는 은행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이 은행원들은 하루 평균 46 건의 대출신청을 처리하는데, 이들이 대출 상담 후 승인을 해줄 확률은 40%였다. 다시 말해, 반 이상의 대출신청이 거절된다는 뜻이다. 이들은 평균 9시에 업무를 시작해 1~2시쯤에 점심시간을 갖고, 6시에 업무를 마친다. 모든 신청건은 랜덤으로 책정되었다.

 

연구 결과, 점심시간이 가까운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는 승인을 해줄 확률이 확연히 줄어드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러다 오후 3시에는 승인확률이 올라갔다가 퇴근 전 2시간부터는 또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점심시간 전후와 퇴근시간 전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은행 가는 것도 까다롭게 시간을 맞춰 가야하느냐고 불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딱히 은행원의 탓만은 아니다. 인간은 머리를 오래 쓸수록 피곤해하고, 피곤해진 뇌는 자동적으로 '덜 신경쓰는 결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은행원에게 덜 신경쓰는 결과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간단히 신청을 거절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은행원이 장시간 일하고 난 뒤일수록 신청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

 

 

 

 휴식이 중요한 이유

 

이렇게 피로한 상태에서 더 머리쓰기 싫어서 내린 결정이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실제로 은행에 끼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들은 좀 더 오랜 기간을 두고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은행원들이 거절 결정을 많이 내리면 내릴수록, 고객들이 대출금을 상환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곤할수록 판단력이 흐려지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은 되는데, 정말 직원의 휴식부족이 경영진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은행 입장에서 생각하면 '갚을 수 있는 대출신청을 거절하는 것'은 판단 미스이다. 이 판단 미스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무려 50만 달러(약 5억 6천만 원)에 이른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휴식이 충분했더라면 아낄 수도 있는 금액이었다.

 

안 피곤했더라면 5억원을 아낄 수도 있었다는 말인가...!

 

휴식은 은행원 뿐 아니라 모든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중요하다. 이스라엘의 한 연구에 따르면, 어느 판사가 점심시간 전에는 가석방을 내릴 가능성이 낮지만, 점심을 든든히 먹고 배가 부르면 가석방을 내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한다. 의사가 피곤하면 불필요한 항생제를 많이 처방하는 경향이 있다. 의사들은 보통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피로한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많은 항생제를 받는 모양이다.

 

과도한 정신활동은 터널 비전을 생기게 한다. 터널 비전이란, 어떤 한 가지 문제에 집착해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직장인이 가장 많이 아이디어를 얻는 때는 운동할 때, 샤워할 때, 출퇴근을 할 때라고 한다. 재택근무가 효율이 좋은 것은 개인이 자유롭게 원하는 때 휴식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휴식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이렇게 휴식이 중요한데, 아무래도 경영진들은 직원들이 쉬는 건 빈둥댄다고 생각하는지 꼴보기 힘든 모양이다. 이 연구 대상이 된 은행도 연구진이 계산한 5억 6천만원의 손실액에 놀라 업무방침을 변경했는데, 휴식시간을 늘리는 대신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 전에 내린 신청들을 한번 더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아니... 휴식시간을 좀 주라니까 왜 업무를 더 늘리는 거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