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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

대만 모더나 백신 뉴스를 보고 든 생각

by 밀리멜리 2021.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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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얀센, 대만에는 모더나... 미국의 대만 사랑 이유는?" 이라는 뉴스를 읽었다. 

 

https://news.v.daum.net/v/20210622173957180

 

한국에는 얀센, 대만에는 모더나..미국의 '대만 사랑' 이유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려고 총력전을 펴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대만에 모더나 백신 250만회분을 무상지원하는 ‘통 큰 선물’을 안겼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미국 정부가 무

news.v.daum.net

 

백신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첨예한 사안이고, 외교와 정치 문제가 얽혀 있어서 블로그에 글을 쓰기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한번쯤 더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기사라고 생각된다.

 

이 기사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는데, 댓글도 "한국을 까서 좋냐" 등의 화난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화나요라는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댓글창

기사의 제목이 굉장히 자극적으로 쓰여진 것에 공감한다. 한국에는 얀센, 대만에는 모더나 하고 대놓고 비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에 보내진 백신 물량도 250만 회분으로 한국보다 더 많다고 한다. 비교당하는 걸 누가 좋아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렇게 비교해봤자 독자 입장에서는 얻을 것이 없다. 신문사는 엄청난 조회수를 얻기야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자극적인 글을 쓴다면 우리 국민을 두고 "미국이 대만한테는 큰 선물 주고, 우리한테는 작은 선물을 줬어!"하고 불평하는 어린애 취급을 하고 있는 셈이 아닌가 싶다. 나는 독자를 이렇게 취급하는 것에 더 화가 난다.

 

제목은 톡 쏘는 듯이 자극적이지만, 그래도 글을 읽어보면 미국의 태도가 한국을 무시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이 백신공급을 해 준 국가는 캐나다, 멕시코, 대만, 한국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국경을 접하고 있으니 미국이 코로나 판데믹 탈출을 위해서는 싫어도 백신을 공급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지금까지 미국이 외교적으로 가장 큰 지원을 해준 국가는 세계 여러 나라중에서도 대만과 한국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방역공동체 이외에 미국이 백신공급을 한 국가는 한국과 대만뿐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대만에게 이렇게 많은 백신을 공급해 준 것일까? 이 기사에서는 그 이유를 두 가지 꼽는다.

 

1. 중국 견제용

 

첫째, 중국 견제용이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 각국 정상과 논의한 의제 중 최우선과제가 바로 중국을 견제하자는 것이었다. H&M과 나이키 등 국제 기업들이 신장 위구르 지역의 면화를 거부하면서 인권 문제를 규탄한 것도 이와 맥락을 함께한다. 최근 있었던 G7 정상회담에서도 중국 견제가 큰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가 입는 옷의 대부분은 신장 위구르 지역의 면화를 쓴다

 

대만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중국 견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게다가 미 의회는 280조 규모의 '중국견제법안'을 통과시키기 직전인데, 대만에 백신을 지원한 것도 중국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아직도 상대적으로 부국인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 백신을 지원해 준 것도, 일본보다는 한국이 더 믿을 만하다는 뜻인 셈이다. 중국의 압박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일까, 아니면 한국일까? 미국은 한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2. 대만의 반도체 회사 TSMC

 

두번째, 대만의 반도체 회사 TSMC 때문이다. 대만의 TSMC가 전세계 반도체 생산의 55%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의 삼성전자가 17%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점유율

생산량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대만이 앞서있다. 현재 TSMC가 양산하는 반도체 중 가장 성능이 좋은 것은 5나노 제품으로, 애플의 아이폰12가 이 반도체를 사용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3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고, 현재보다 2~3세대 앞서는 첨단 2나노미터 공정도 공장 부지 건설에 돌입했다.

 

반도체가 현대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 해야 잔소리다. 반도체 없으면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다. 그런 중요한 산업을 대만이 55%나 차지하고 있다는 건 시한폭탄을 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17%를 차지하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이 점유율도 계속해서 줄고 있다.

 

대만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꼽은 이코노미스트 지

이런 첨예한 미중 갈등과 반도체의 경제적 이득 때문에 대만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대만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니 대만에 모더나 백신을 공급한 것을 두고 한국을 차별했다, 미국의 사랑 등으로 포장하는 것은 조금 유치한 짓이다. 트럼프 재임기간동안 미중관계가 너무나 악화되었고,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 때 질러놓은 난장판을 치우는 과정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정치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여러 사람의 의견이 다를 수 있어서 항상 조심스러워지지만, 그래도 자극적인 말로 화를 돋우는 것은 백해무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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