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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강아지 산책 팁을 알려주는 캐나다 이웃 주민

by 밀리멜리 2021.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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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도 카레가 땡기는 바람에 자전거를 타고 카레집에 들렀다.

 

내 단골 카레집 마살라 에 펀잡

버터 치킨 카레와 양고기 브리야니(볶음밥)를 주문하고 가게 밖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골목 저편에서 허스키 한 마리를 산책시키는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나는 허스키를 저편에서부터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직 어린 강아지인지 목줄을 당기며 신나서 이것저것 맡아보려고 난리를 피웠다. 식당 냄새도 맡고, 화단이며 주차표지판, 카페테라스 등등 강아지가 신기해하는 것 천국이었던 모양이다. 허스키 보호자는 당황스러워하며 강아지를 끌고 빨리 지나가기에 급급했다.

 

반대편에서도 비글을 산책시키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비글은 얌전하고 침착하게 걷고 있었다. 허스키는 친구 강아지를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하며 달려들었다. 그러자 허스키 보호자가 더 놀라며 강아지를 더 잡아끌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이 웃으며 소리쳤다.

 

"강아지 좀 냅두세요, 브로! (You gotta let it go, bro!)"

 

허스키는 허겁지겁 비글에게 달려갔다. 비글 보호자가 허스키에게 손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강아지들 인사만 시키죠!"

 

허스키는 이미 비글을 보고 흥분해서 냄새를 맡으려고 이리저리 달려들었고, 그에 반해 비글은 좀 귀찮다는 듯이 허스키를 피했다. 하지만 비글이 훨씬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길에서 강아지 산책교육 "강아지를 잡아끌지 마세요!"

비글 보호자도 허스키가 조금은 매너가 부족한 것을 발견했는지, 허스키 보호자에게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강아지 목줄을 그렇게 팽팽하게 잡으면 안돼요!"

"아, 그렇군요... 워낙 여기저기 다 보고 싶어해서..."

"그럼 보게 해 주어야죠! 냄새 맡게 해 주고 천천히 산책하는 게 좋아요. 몇 살이에요?"

"세 살이에요."

"세 살이면 정말 호기심이 많을 때예요! 좀 더 느슨하게 풀어주고, 보게 해 줘요."

 

선글라스를 쓴 허스키 보호자는 난감하다는 듯 서 있었지만, 그래도 비글 보호자가 주는 팁을 불쾌하다는 내색 없이 곧잘 들었다. 강아지가 아직 어리다는 것을 알고 이때의 강아지는 어떻게 다뤄줘야 하는지 한참을 설명했다. 허스키 보호자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지나가는 또 다른 사람이 허스키 보호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맞아요, 강아지 세상 구경 좀 하게 해 주세요!"

 

여러 사람들에게 한소리씩 들으니 허스키 보호자는 민망한 모양이었다. 그는 결국 도망치듯 가던 길을 갔다. 그가 가버리자 비글 보호자가 나에게 눈을 찡긋하며 엄지를 펴보였다.

 

"우리 강아지도 어릴 땐 말썽 많이 피웠는데! 지금은 많이 괜찮아요."

 

강아지가 없는 나는 웃으며 따라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내가 동조하자 비글 보호자는 계속 멀어지면서 무언가 나에게 소리쳤다. 못들었다고 물어보기도 뭣하고 이미 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냥 나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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