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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옆집 강아지는 정말 handful이야!

by 밀리멜리 2021.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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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간간히 강아지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옆집 강아지 소리다. 옆집에는 백인 노부부가 살고 있는데, 이 부부가 강아지를 기른 지 벌써 7개월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옆집 강아지는 처음 봤을 땐 조그마했지만 지금은 덩치가 꽤나 있는 비글이다. 꽤나 예민한 편이라서 복도에 내 발소리가 들리기만 해도 짖었다. 밖에서는 잘 짖지 않는데, 집안에 있을 때만 짖는 것을 보니 집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강한가 보다.

 

어느 날 옆집에 문이 열려 있고, 할아버지가 짐을 옮기고 있길래 좀 도와드렸다. 할아버지가 고맙다고 웃으며 인사를 나눴는데, 그 때 열린 문틈으로 강아지가 나를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할아버지가 웃는 것을 보고 강아지는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식했는지, 그 다음부터는 내가 복도를 지나다녀도 짖지 않았다.

 

이제 생각하니 참 이상하다. 발소리만으로 옆집 이웃인 줄 아는 걸까?  

 

비글

 

아무튼, 활동성이 좋은 비글을 데리고 있으니 할아버지는 매일 3~4번씩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하지만 이 덩치가 있는 강아지는 자기 멋대로 줄을 당기며 할아버지와 힘겨루기를 하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쩔쩔 맨다.

 

이날도 할아버지와 강아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씨름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아지 정말 귀엽네요. 만져봐도 돼요?"

"오오오, 안녕하세요! 당연하지, 만져봐요."

 

강아지는 줄을 당기다 말고 나를 보고 왔다갔다 했는데, 만지면 좀 싫어할 것 같아서 그냥 손만 내밀었다. 강아지는 내 손 냄새를 맡았다.

 

할아버지도 강아지처럼 조금 예민한 분이어서, 이렇게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기까지도 꽤 오래 걸렸다. 하지만 짐 옮기는 것을 도와드린 이후로 할아버지도 언제나 웃으며 인사를 건네준다.

 

"산책을 자주 나가시니 힘드시겠어요."

"어휴, 얼마나 말썽쟁이인데."

 

할아버지가 정확히 말한 문장은 "Oh, he's such a handful." 라는 말이었다. 나는 handful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아무튼 데리고 다니기 힘들다는 뜻으로 대강 알아들었다. 집에 와서 사전을 찾아보니 "다루기 힘든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힘드시면, 제가 잠시라도 강아지랑 산책해도 될까요? 저 강아지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래주면 고맙지!!"

 

할아버지는 눈을 번쩍 뜨며 고맙다고 말했다. 정말 이 비글이 할아버지를 힘들게 하긴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하다가,

 

"음, 아무래도 와이프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 그래도 같이 사는 사람이 산책을 시켜야지... 강아지도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서..."

"그렇겠네요. 그래도 힘들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고마워. 일단 얘기해볼게!"

 

하고 할아버지는 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주변에 강아지 키우는 사람이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두세번씩 강아지와 인사할 수 있어서 좋다. 다만 비글이나 코카스패니얼을 키우는 이웃주민들의 표정은 많이 피곤해 보인다. 강아지 키우는 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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