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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N잡러 친구의 매력적인 직업

by 밀리멜리 2021.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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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이 며칠 전부터 새로 생긴 레바논 슈와마 집이 맛있다고 노래를 부르길래, 점심 시간에 만나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 친구와 수다를 떨다 보면 눈이 휘둥그레해질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어쩌다가 유튜브 이야기가 나왔는데 노만이 이렇게 말했다.

 

"요즘 유튜브 하는 친구들이 많아. 보여줄까?"

"오, 그래. 궁금해!"

 

라고 그가 보여주는 채널은 구독자 수가 4백만이나 되었다.

 

"우와, 엄청 유명하네! 구독자가 4백만이고 올라오는 영상마다 다 밀리언뷰네."

"엄청나지? 얘는 과학을 좋아해서 항상 실험하고 그걸 영상으로 올리더라구."

"이렇게 꾸준히 하다니 대단하다."

"돈도 무지 벌었는데, 요즘은 만나기 힘들어. 엄청 바쁜 모양이더라구. 만나면 항상 카메라에 대고 이야기하고 있어."

"오.. 그렇구나."

 

"또 다른 과학 유튜버가 있는데, 얘는 화학이랑 유전공학을 좋아해서 혼자서 식물 DNA도 변형시키고, 이스트 하나로도 별별 특이한 걸 만드는 애야. 형광 물고기를 만들기도 하고."

"오, 바이오 해커인가? 대단하다! 들어본 적 있어."

 

빛나는 식물을 만드는 바이오해커

"걔가 바로 며칠 전 생일파티에서 만났던 그 친구야."

"뭐? 나는 그 친구가 서커스 단원인 줄 알았는데?!"

"서커스도 하고, 바이오해커도 하는 거지. 유튜버도 하고!"

 

(참고글: 태양의 서커스 단원이 가르쳐주는 저글링 한번 해볼래?)

 

태양의 서커스 단원이 가르쳐주는 저글링 한번 해볼래?

일요일엔 친구와 근처 산으로 하이킹을 가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전날 친구가 보내온 문자 왈, "알고보니 일요일이 친구 생일이었어! 친구 생일인데 빠지면 나중에 미안할 것 같아. 하이킹은

milymely.tistory.com

 

N잡러가 유행이긴 하다만, 서커스와 바이오해커에다 유튜버라니... 뭐 이런 무지막지한 친구가 다 있지 싶다. 매력적인 직업을 세 가지나 갖고 있다니! 어쩐지 서커스를 하면서도 과학 좋아하는 너드 분위기가 풍기는 사람이었다.

 

"노만, 넌 정말 재미있고 좋은 친구들을 많이 뒀네. 덕분에 나도 이런 사람을 많이 알게 되고!"

"언제든 또 만나자. 모임 있으면 항상 초대할게.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좀 많아.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고마운 사람이 있는데..."

"오, 궁금해. 이야기해 줘."

"지금이야 내가 직장도 있고, 암호화폐로도 돈을 좀 벌었지만 예전엔 정말 힘들었거든. 가족이 사고를 쳐서 빚이 많았어. 빈털터리로 몬트리올에 왔는데, 직장은 잡았어도 월급일까지 3주나 남았고 렌트도 낼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어. 그런데 내 친구가 힘내라며 그냥 2만 달러나 준거야."

"와! 2만 달러? 엄청난 금액인데!" (한국 돈으로 약 2천만원)

"그 친구가 나한테 돈을 주면서 딱 두 가지를 말했어. 첫째, 절대 갚을 생각 하지 말라는 것. 둘째, 다른 사람한테 베풀면서 살라는 것."

"그 친구 정말 대단하다. 멋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지금도 연락해?"

"물론이지. 지금도 제일 친한 친구야."

"역시 노만 네가 좋은 사람이라서 좋은 사람들이 곁에 모이는구나."

"That includes you, mon ami. (너도 포함해서야,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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