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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태양의 서커스 단원이 가르쳐주는 저글링 한번 해볼래?

by 밀리멜리 2021.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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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엔 친구와 근처 산으로 하이킹을 가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전날 친구가 보내온 문자 왈,

 

"알고보니 일요일이 친구 생일이었어! 친구 생일인데 빠지면 나중에 미안할 것 같아. 하이킹은 다음에 가자. 대신 공원에서 피크닉할건데, 괜찮다면 너도 와! 완전 환영이야!"

 

고민이 되었다. 모르는 사람의 생일파티에 가도 괜찮을까?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 만나는 건 꿈도 못꿨는데, 야외 공원에서의 피크닉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친구 생일이라고? 그러면 뭘 좀 가져가야겠지?"

"난 치즈 가져갈거야. 대충 간식거리 아무거나 가져와. 비싼 건 말고!"

 

집안을 뒤져보니 만만해 보이는 간식이 약과였다. 

 

약과 전도사가 된 기분...

구글맵으로 찾아가며 공원에 가보니, 공원에서는 버스킹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공원 구석 벤치에서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일단 생일 주인공에게 축하인사를 하고, 초대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했다. 초대된 사람이 은근 많았다. 다들 모르는 사람이라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생일 축하해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 친구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생일 주인공인 케빈이 태양의 서커스 단원이었고, 초대된 친구들도 함께 서커스를 하는 단원들이었다. 태양의 서커스가 세계 규모의 서커스이다보니, 이 친구들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서커스를 했다고 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이라니...!!

 

태양의 서커스단

"모스크바도 가고, 뉴욕도 갔었어! 뉴욕은 정말 엄청났지. 맨하탄에서 숙소를 잡았는데 한 사람당 월세가 600만원이나 되지 뭐야. 정말 미친 거 아냐? 우리 단원들도 모두에게 그 비싼 숙소를 제공해주는 걸 보고 놀랐어."

"아무래도 태양의 서커스가 표값이 좀 비싸지? 그러니까 그런 월세도 내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맞아. 싼 건 8만원정도부터 VIP는 40만원까지 올라가기도 해. 뉴욕 말고 한국도 갔었는데! 서울이랑 부산 둘 다 갔었어."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 보러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번도 안가봤어."

"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태양의 서커스도 요새 많이 힘들어져서 중국회사에 팔려버렸어. 퀘벡회사가 지분을 갖고 있긴 하지만."

"아, 코로나 때문에 정말 힘들었겠다."

"우리 모두 일자리를 잃었지! 서커스 연습도 안하니까 살도 엄청 쪘어. 그래서 지금은 학생들에게 서커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어. 이 친구는 목공학교에 입학해서 새로운 커리어를 찾고 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친구들은 저글링 볼과 도구들을 꺼냈다. 

 

"자, 저글링 한번 해볼래? 처음에는 하나로 시작해서 공을 한두개씩 늘려가는 거야."

 

던지고, 받고, 던지고!

 

나도 공을 받아서 한번 던져봤는데 워낙 운동신경이 둔해서 공이 저 멀리 튀어나가기 일쑤였다.

 

"넌 공을 던지기 직전에 움찔움찔 하는 경향이 있어. 자연스럽게 던져. 처음엔 받을 생각하지 말고, 던지기부터 해. 던지는 게 우선이야. 잘 던지면 공이 손으로 저절로 들어오거든. 그리고 최대한 윗팔은 움직이지 말고 손목으로만 던져봐."

 

그 말대로 하니 정말 신기하게도 공이 내 손안으로 들어왔다.

 

"그렇지!! 잘했어. 그렇게 하는거야!"

 

칭찬에 신이 나서 그 후 1시간이 넘게 공원에서 저글링 연습만 했다. 아니, 저글링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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