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

브리저튼 프랑스어로 읽기 도전 - 프랑스어는 배배 꼬였구나!

by 밀리멜리 2021. 8. 9.

반응형

집에 쌓아놓고 읽지 않은 책이 가득이지만, 그래도 심심하면 서점에 들러서 책 구경을 하게 된다. 그러다 예쁜 보라색 표지 책을 발견하고 집어왔는데, 바로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브리저튼! 

 

브리저튼

프랑스어 실력이 아직 어른용 소설책을 읽을 정도는 아니다. 그림책이나 청소년용 소설을 읽어야 좀 맞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도전하는 기분으로 읽어보기로 했다.

 

어렵지만, 그래도 내 수준보다 높은 소설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다. 3년 전 프랑스어를 갓 배워서 캐나다 어학원에 다닐 때, 마틸드라는 프랑스인 선생님이 있었다.

 

어느 날은 마틸드 선생님이 프랑스어 소설 읽기를 숙제로 내주었다. 아니, 소설이라니! 갑자기 너무 단계가 어려워진 것 같다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볼멘 소리를 하자 마틸드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대신에 나는 영어로 책을 읽을게. 나는 영어로 읽어야 좀 도전하는 맛이 나지. 프랑스어는 너무 쉽잖아? 내 모국어니까." 

 

그 말에 학생들은 다들 별소리 없이 꾸역꾸역 킴 투이의 <루>라는 소설을 읽어갔다. 선생님도 어려운 외국어로 읽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지금 어려운 관문을 거쳐 놔야 조금씩 쉬워지겠지. 마틸드 선생님은 우연하게도 나와 동갑이었는데, 학생들을 이해해주고 자신도 기꺼이 외국어로 읽겠다고 한 모습이 기억에 깊게 남는다.

 

아무튼 주말을 맞아 브리저튼을 한 자리에서 좀 집중해서 읽었는데, 꽤 오랜 시간 붙들고 있었지만 결국 35페이지까지밖에 읽지 못했다.

 

브리저튼

모르는 단어가 꽤 많아 컴퓨터를 옆에 끼고 사전을 일일이 찾아가면서 읽기도 하고, 문장이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아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 문장들이 많다. 그럴 땐 영어판 문장을 참고하는데, 확실히 프랑스어는 똑같은 말을 해도 좀 더 배배 꼬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남을 비꼴 때는 특히 그렇다.

 

브리저튼 자작가는 자식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가십지에 자기 가족 이야기가 실리자, 브리저튼 자작부인은 화를 내며 가십지에 저주를 퍼붓는다. 첫째딸 다프네가 그 가십지를 읽어보니 그다지 나쁘게 쓰이지 않은 걸 보고 다른 내용도 재미있게 읽어 내려간다. 자작부인은 "너! 아직도 그딴 걸 읽고 있니?!"라고 딸에게 호통을 치고, 다프네는 장난스럽게 "그래도 재미있는 내용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번 파티 이야기가 잘 쓰여 있어요. 자주색이 페더링턴 부인에게 절대 아첨하지 않는 거 아시잖아요!" 라고 말한다.

 

자주색이 페더링턴 부인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이지??? 이 문장에서 한참 헤매다 결국 영어판을 참고해 보았다. 이건  "페더링턴 부인이 자주색을 입으면 끔찍해 보인다"라는 뜻이었다.

 

영어로는 그냥 자주색 드레스가 안 어울린다는 말을, 프랑스어로는 자주색이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하다니... 몇 번을 비꼰거야, 이거? 욕하는 듯 아닌 듯 알쏭달쏭하게 뒷담화를 하시네...

 

가십지에는 또한, 헤이스팅스 공작이 런던에 온다는 말도 쓰여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공작이 런던에 온 건 과연 우연인가?' 라는 말에 다프네는 "세상에! 뻔뻔하게 돌려 말하지도 않네요!"라고 말한다.

 

이 표현을 영어판에서는 blunt(직설적이다)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다. 그에 비해 프랑스어로는 "사방으로 다니지 않는다 (ne pas y aller par quatre chemins)"라고 표현한다. 무엇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표현 자체가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배배 꼬는 느낌이라는 거다... 🤣🤣

 

이런 장면을 보면 "프랑스어는 소용돌이처럼 배배 꼬였어, 역시 프랑스어는 틀렸어...." 라고 손으로 이마를 짚던 프랑스인 자비에의 말이 떠오른다. 네가 프랑스인이잖아...!!!

 

프랑스어는 너무 꼬였어...

 

 

 

킴 투이, <루> - 전쟁과 피난의 시련에도 초연하고 낙관적인 시선

 

킴 투이, <루> - 전쟁과 피난의 시련에도 초연하고 낙관적인 시선

이 책은 내가 한창 어학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을 때, 프랑스인 선생님이 추천해 준 책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퀘벡과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캐나다의 '총독문학상', 프랑

milymely.tistory.com

 

넷플릭스 추천 브리저튼 - 공개 이틀만에 세계 랭킹 1위 찍은 드라마

 

넷플릭스 추천 브리저튼 - 공개 이틀만에 세계 랭킹 1위 찍은 드라마

넷플릭스 신작 <브리저튼(Bridgerton)>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넷플릭스 드라마 차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로튼 토마토를 보니, 토마토미터 94%로 평점도 무척 높다. 아니,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milymely.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