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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넷플릭스 추천 브리저튼 - 공개 이틀만에 세계 랭킹 1위 찍은 드라마

by 밀리멜리 202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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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신작 <브리저튼(Bridgerton)>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넷플릭스 드라마 차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로튼 토마토를 보니, 토마토미터 94%로 평점도 무척 높다. 아니,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이렇게 인기가 좋은 걸까?

 

공개 이틀만에 1위 찍은 드라마, 브리저튼
넷플릭스 브리저튼 - 로튼 토마토 지수

 

 브리저튼 줄거리

 

1813년 여왕이 다스리는 영국 런던. 브리저튼 가문의 레이디, 다프네가 사교계에 데뷔한다. 다프네는 데뷔하자마자 아름다운 외모와 기품으로 여왕의 칭송을 얻는다.

 

흠 잡을 데 없구나. (Flawless.) <브리저튼>

게다가 다프네는 '이번 시즌의 다이아몬드'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성공적으로 사교계에 발을 내딛는다. '일등 신붓감 레이디'가 된 다프네는 기대에 차서 많은 신랑감이 프로포즈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녀를 철통같이 지키는 첫째 오빠 안토니 때문에 쉽지가 않다. 안토니가 여동생을 끔찍하게 아끼는 탓에 어느 신랑감도 눈에 차지 않고, 접근해 오는 신랑감마다 모두 쳐내버린다. 그런 깐깐한 오빠 때문에 아무도 구혼을 하려 들지 않고, 결국엔 나이가 두 배로 많은 늙은 아저씨가 홀로 다프네에게 구혼한다. 

 

사이먼과 다프네. <브리저튼>

어떻게든 싫은 사람과 결혼하지 않으려고 궁리하는 다프네 앞에, 누구나 선망하는 높은 지위와 부를 지닌 사이먼 헤이스팅스 공작이 나타난다. 이 공작은 누구와도 결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자신을 사윗감으로 눈독 들이는 부인들을 피할 겸, 다프네의 인생도 구할 겸, 그녀와 한동안 사랑에 빠진 척하기로 한다. 계약 연애를 하면서 둘은 서로에게 끌리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길티 플레져, 혼자 보는 즐거움

 

<브리저튼>은 할리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런 로맨스 판타지 장르소설에서 흔히 보는 것처럼, <브리저튼>에서도 주인공들이 사랑하고, 그러다 모종의 사건으로 막장으로 치닫는다. 회가 거듭될수록 허영심과 오해, 자극적인 사건과 가십으로 가득하다. 게다가 레이디 휘슬다운의 가십 소식지는 <가십 걸>에서 나오는 대사, "XOXO, 가십 걸." 하는 대사가 연상될 정도이다. 

 

하지만 그런 걸 알면서도 보는 게 막장 드라마의 맛이다. 딱히 심오한 메시지가 없어도 가볍게 보기 좋다. 한 화가 끝날 때마다 아쉽고, 더 보고 싶도록 만드니 재미는 보장한다. 그래서 <브리저튼>은 마치 "숨어듣는 노래"처럼 대놓고 좋다고 하긴 뭐해도 일단 재미있는, 클리셰 범벅의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이다. 

 

그런 클리셰 짙은 장면을 하나 소개한다.

 

자만심 넘치는 모습이 잘 어울리네요, 브리저튼 양.

"우리 둘 다 영리하네요."
"당연하죠."
"자만심 넘치는 모습이 잘 어울리네요, 브리저튼 양."
"자만은 죄악이에요!"
"그보다 더한 죄도 많으니 걱정 마시오."

 

순진하고 아름다운 귀족 아가씨와, 어린 시절 상처가 있는 지위 높은 공작의 계약 연애. 이보다 더한 클리셰가 없다.

 

하지만, 클리셰가 왜 클리셰인지 생각해보자. 아무리 반복해서 쓰여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읽히고, 계속해서 대중적인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지나도 이런 이야기는 계속해서 사랑을 받는 듯하다.

 

여기서 한 말씀 덧붙이자면, <브리저튼>은 유명한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의 제작자가 연출한 드라마로, 이전 작품보다 더 풍부한 로맨스와 가십이 있고, 더 자극적이다. "자극적"이라고 하면 아시리라 믿는다--가족과 함께 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화면과 독특한 음악

 

<브리저튼>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 <엠마>와 그 맥락을 함께한다. 리젠시 시대의 의상이 무척 화려하고 아름답다. 남자는 멋진 수트를 입고 여자는 웨딩드레스 같은 엠파이어식 드레스를 입는다. 오전에는 아름다운 초원에서 산책을 하고, 애프터눈 티타임의 아름다운 음식들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저녁에는 매일같이 무도회가 열린다.  

 

무도회 장면에서 팝송이 왈츠로 나온다.

무도회 장면에서는 현악단이 직접 왈츠 연주를 한다. 그런데 자세히 음악을 들어보면 아리아나 그란데의 <Thank You, Next>나 마룬 파이브의 <Girls Like You>, 빌리 아이리시의 <Bad Guy> 같은 팝송을 왈츠로 편곡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음악을 찾아보는 것도 <브리저튼>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다. 

 

 

 흑인이 여왕과 귀족을 연기하는 드라마

 

1800년대 초의 영국 왕궁. 안타깝지만 최근까지도 고전 시대극에서 흑인이 상류사회를 향유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브리저튼>의 흑인 영국 여왕

하지만 <브리저튼>은 과감히 그 금기를 깨는 듯하다. 남자 주인공 사이먼은 흑인이지만 귀족 중에서도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공작이다. 그뿐 아니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영국의 여왕마저 흑인이다. 왕이 흑인이라니?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겠다. 

 

레이디 댄버리와 사이먼 (레지-장 페이지). <브리저튼>

그러나 회차를 거듭하며 보면 볼수록 이 배우, 레지-장 페이지가 사이먼 역을 맡은 것은 훌륭한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쿼터제나 사회적 시선 때문에 억지로 남주인공을 흑인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브리저튼의 사이먼을 연기한 레지-장 페이지는 훌륭한 연기와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매력적인 배우이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어서 검색을 해보니, 짐바브웨 출신의 영국 배우라고 한다.

 

시대극을 볼 때마다 귀족은 항상 백인이고, 흑인은 항상 노예로 나오는 점이 껄끄럽긴 했다. 흑인 여왕과 흑인 공작은 판타지이기에 가능한 설정이긴 하지만, 오히려 각색해서 더 좋은 요소라고 생각한다.

 

2019년에는 디즈니 실사판 영화 <인어공주>에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애리얼 역을 맡은 것을 두고 캐스팅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인어공주 애리얼 역에 캐스팅된 할리 베일리

흑인 배우가 스크린에 더 많이 나오는 것은 찬성이지만, 그래도 인어공주는 덴마크 원작 동화니까 백인이 아닐까 싶었는데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이후에 할리 베일리가 노래하는 영상을 보고, 디즈니 공주를 연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재능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을 화면으로 보고 싶다.

 

잠시 벗어난 이야기지만, 디즈니는 실사화 영화 좀 제대로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이러나 저러나 흑인 배우 캐스팅 논란이 줄어들려면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할 텐데, 영화 <뮬란 (2020)>같은 작품을 또 만들어낸다면 흑인 배우 캐스팅 정말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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