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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남친의 첫 새우부추전 만들기 도전

by 밀리멜리 2021.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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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전 만들기로 다짐하고 호기롭게 재료를 사 왔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나는 부침개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데, 남친은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온 재료를 꺼내서 정리하려니까, 그가 말한다.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내가 다 할게."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셰프."

"저기 가서 앉아서 책을 읽든지 하세요."

"아, 그래도 내가 재료라도 다듬을게!"

 

요리는 항상 남친 담당이다. 항상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데, 내가 주방에 왔다 갔다 하는 게 더 불편하다나... 그래도 부추전은 처음 해보는 요리인데 혼자 하도록 다 맡기기 미안해서 부추, 마늘, 할라페뇨를 씻고 다듬었다.

 

부추와 할라페뇨

 

"그럼 하나하나 깨끗하게 씻어야 해."

"알겠습니다. 내 요리실력을 믿지 못하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야채 씻는 것도 못할까 봐?"

"으흐흐, 고마워!"

 

정말 요 몇 달간 남친의 요리실력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칼질도 잘하고, 불 조절도 잘한다. 덕분에 요즘은 먹는 재미가 있다.

 

새우

 

새우는 자기가 손질하겠다며 가져갔는데, 정말 순식간에 껍질 제거를 빠르게 했다.

 

"오, 새우 벌써 다 손질했어? 엄청 빠르네."

"당연하지. 내가 버리는 부분 최소화하고 엄청 정성들여 빠르게 손질했다고. 마늘도 간 마늘 필요 없다니까, 나 칼질 잘해. 마늘이랑 할라페뇨 진짜 잘 썬다."

 

요리하는 사람에게 칭찬 세례를 해주는 건 기본이다. 그러나 이 사람은 한번 띄워주면 한없이 올라가려고 해서 ㅋㅋㅋ 자화자찬이 펼쳐진다. 

 

이제 부침가루와 물만 넣으면 되는데...

 

부추전 반죽

"이 정도면 되겠지? 어때?"

 

눈대중으로 재료를 넣고 뒤적뒤적 섞더니 그가 반죽그릇을 보여준다. 보여준다고 해서 내가 알 리 없지만...

 

"괜찮아 보이는데?"

"부침가루가 좀 적어 보이기는 하는데... 여기 흰건 다 마늘이거든."

"오.. 그럼 마늘이 좀 많아 보이기는 하다."

"마늘 많을수록 맛있어. 부쳐보자."

 

첫 판 완성

"자 먹어봐. 첫 판이라 뒤집기 무서워서 조그맣게 만들었어."

"우와, 냄새도 너무 좋고 맛있겠다! 잠깐 나 부추전 사진 좀 먼저 찍자."

 

사진을 찍겠다니까 옆에 초간장까지 곁들여준다. 처음으로 만든 부추전 맛은 정말 좋았다.

 

"오, 대박! 진짜 맛있는데?! 새우 덕분에 진짜 고급진 맛 난다."

"정말? 내가 마트에서 새우 제일 좋은 걸로 고른 거야."

"역시 고른 보람이 있네! 이제 이걸로 한식 레스토랑 내도 되겠다. 몬트리올 완전 꽉 잡겠는데?"

"그렇단 말이지~ 😁😁"

 

두판째 부추전

첫번째 부추전이 성공한 덕분인지, 남친은 자신감이 붙어서 이번엔 크게 반죽을 둘렀다.

 

"이거 봐, 이거 봐, 나 플립해서 뒤집는다!"

 

하더니 훌쩍 부침개가 뒤집혔다. 뭐야? 어떻게 이렇게 쉽게 해?

 

"오.... 👏👏👏👏 손목의 스냅을 잘 이용하는군."

"그렇지, 그렇지. 근데 그 말 어디선가 들어본 말인데?"

"노라조의 '카레'에 나오는 말이야.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거라~' 하는 가사가 있어. 요새 내 애창곡인 거 알지?"

"그럼, 다음엔 카레 해먹어야겠다."

"내가 카레가 먹고 싶다는 말은 아닌데..."

 

두번째 판

금세 두 번째 판이 잘 익었다. 첫번째보다 더 바삭바삭 노릇노릇한 것이 꽤 그럴싸했다.

 

"와, 두번째 판 더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잘했네. 그 새 성장했다니."

"자, 얼른 먹어 봐. 맛있지, 맛있지?"

"진짜, 진짜, 엄청 맛있어"

"잘됐다. 난 요리 잘하는 남자 친구가 되고 싶어."

"오, 그게 소원이라면 벌써 이루어졌으니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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