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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살바도르 달리 전시회 - 달리가 단테의 신곡을 보고 그린 그림들

by 밀리멜리 2021.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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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유가 살바도르 달리 그림 전시회를 같이 보러 가자기에 얼른 그러자고 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화가 살바도르 달리도, 작가 단테도 잘 모른다는 것... 몰라도 그냥 일단 보러 가자! 

 

디비나 달리 전시회

 

단테의 신곡은 1300년대, 이탈리아의 작가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한 이야기를 희곡으로 써낸 것이다. 스페인 출신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가 1930년 쯤에 이 단테의 신곡을 읽고 그 장면들을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탈리아어로는 신곡을 디비나 코메디아라고 하는데, 그래서 이 전시회 이름이 '디비나 달리'인가 보다.

 

입장하기 전 안내하는 사람이 말하길, 모든 그림을 촬영해도 되지만 딱 하나 빔 프로젝터로 쏘는 그림은 촬영하면 안된다고 한다. 달리의 그림 중 이곳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그림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그림은 자유롭게 촬영해도 됩니다

처음은 지옥편부터 시작한다. 단테의 신곡은 예전 영문학 수업 때 잠깐 읽은 적이 있는데, 마라맛 매운맛의 극치인 지옥편을 읽고 나면 연옥과 천국편은 밋밋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서 읽다 포기한 기억이 있다. 그만큼 지옥편은 무지 자극적인데, 이 블로그에 올릴 수 없는 그림들도 정말 많다. 너무 잔인하거나 너무 야하거나... 지옥편 그림 몇 개 올리면 정지 먹을 게 분명하다...

 

켄타우로스

단테의 지옥편도 묘사가 엄청 자극적인데, 화가인 달리가 신곡을 읽고 그린 그림도 역시나 잔인하고 알쏭달쏭한 그림이 많다. 이 켄타우로스 그림은 지옥편에서 그나마 가장 얌전한 그림이다. 동그라미로 근육과 역동성을 표현한 것이 멋있다. 켄타우로스는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때려잡는(?) 일을 했다고 한다.

 

달리의 100여점이 넘는 그림들 대부분에서 이 얇은 주황색 펜으로 그린 구도선이나 밑그림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펜 느낌이 특히나 좋았는데, 친구도 이 밑그림 그리듯 그린 펜선이 좋다고 말했다.

 

지옥에서 괴물을 구경하는 단테

이렇게 구도선과 밑그림이 그대로 보여진다. 그렇다고 이 그림이 미완성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이런 구도선이 그대로 보이는 게 더 재미있다.

 

연옥으로 넘어가면, 역시 죄인들이 벌을 받고 있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죄를 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한다.

 

질투 때문에 눈이 멀어버린 사람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인간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신체가 변형되거나 뒤틀리고 민달팽이처럼 바닥에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이었다면, 연옥에서는 그나마 사람의 형체를 볼 수 있다. 지팡이같은 나무 막대기가 계속 등장해 사람들을 천천히 서게 한다.

 

베아트리체와 만나는 단테

마침내 연옥 구경을 마친다. 이전까지 안내해주던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는 세례를 받지 못해 천국(파라다이스)에 갈 수 없다. 그와 헤어지고, 천국부터는 베아트리체가 단테를 안내한다. 천국 편의 그림은 색채가 따뜻하고 밝은 느낌인데, 사실 이런 느낌 이외에는 그림을 보고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냥 그림 근처를 서성거리고 있으니 알렉시스라는 명찰을 단 안내 가이드가 다가왔다. 친절하게 천국편을 설명해 주었는데, 정말 고맙게도 40분 넘게 붙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었다. 덕분에 천국편 그림은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이드도 살바도르 달리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는 잘 알 수 없다고 한다.

 

"뭐든 물어보세요. 그렇지만 저도 제 느낌과 해석을 말하는 거라서,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저도 지금 막 단테의 신곡을 읽는 중이거든요."

 

알렉시스는 손에 "단테의 신곡"을 들고 있었는데, 책 페이지마다 조그만 인덱스가 수십개는 붙어 있었다.

 

화려한 색으로 그려진 천국의 천사들

"단테는 이곳에서 많은 천사들과 성인들을 만나고, 결국에는 축복을 받게 되요. 단테가 살던 시기는 기독교가 절대적인 시대였는데, 사실 단테는 그렇게 독실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고 해요. 하지만 천국에서 자신이 평생 사랑하던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고, 그리고 또 자신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면서 축복을 받죠."

 

신을 만나며 조각조각이 나는 단테

"단테는 마지막으로 신을 만나게 되는데, 그 장면은 이렇게 조각조각 그려져 있어요. 왜 이렇게 그려져 있는지는 화가인 달리만 알겠지만, 제 해석은 이래요. 1930년대 당시 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물체와 입자에 보이는 관심이 많아졌어요. 달리도 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그것이 그대로 그림에 표현된 게 아닌가 싶어요. 달리는 현대미술의 대가이기도 해서, 점묘법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죠."

 

별자리에서 천국을 바라보는 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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