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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다큐 베이비스 - 아기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다중언어자?

by 밀리멜리 2021.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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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인 '베이비스: 눈부신 첫해' 중 <아기는 알고 있다>라는 에피소드를 보았다.

 

넷플릭스 다큐: 베이비스

 

아기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백지 상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아기들은 중력과 대상 영속성(물건이 가려져도 그곳에 있음을 아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얼굴과 소리를 구별하는 능력까지, 굉장히 똑똑한 상태로 태어난다. 그러나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사회화를 거치면서 어떤 능력들은 아예 잃어버린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신생아가 어른보다 더 똑똑한 면이 있다.

 

그중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아기들은 생후 9~12개월 전에는 세상의 모든 얼굴과 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마 신생아의 낯가림이 그래서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아기들은 사람의 얼굴뿐만 아니라 심지어 원숭이의 얼굴까지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관찰력을 가지고 있다.

 

원숭이도 물론 얼굴이 똑같이 생긴 개체는 없다. 다들 제각각이다. 그러나 처음 보는 원숭이들의 얼굴을 구별할 수 있는 어른은 거의 없다. 원숭이는 원숭이지, 원숭이 얼굴을 구별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그러나 신생아 때에는 이런 작은 디테일까지 모두 받아들이다가, 사회화를 거치고 나에게 익숙한 얼굴만 주로 구별하고 기억해내기 시작한다.

 

원숭이의 얼굴을 구별하는 아기들

 

얼굴뿐만이 아니다. 언어도 그렇다.

 

인간은 신생아 때에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 덕분에 신생아는 한국어를 하든, 영어를 하든, 프랑스어를 하든, 중국어를 하든 그 소리를 모두 알아듣고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화되고, 주변의 언어에 익숙해지면서 외국어 특유의 소리를 구별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이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영어의 b와 v의 발음을 잘 구별하지 못하고, p와 f, 혹은 r과 l의 차이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하지만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신생아들은 이 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 아기들은 중국어나 베트남어에 있는 성조도 헷갈리지도 않을 것이다.

 

얼굴과 소리를 인식하는 아기의 뇌 

이 소리 능력을 잘 발달시키면, 그 아기는 성장해서도 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을 잃지 않게 된다. 그러면 외국어를 배울 때 매우 수월해져서, 외국인 특유의 악센트가 없는 정확한 본토 발음을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이전에 다중언어에 관련된 책을 읽은 것이 기억이 난다. 그 책에서도 아기들이 모든 언어를 구별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책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다중언어자로 키우려면 신생아일 때 모든 언어를 다 들려주면 되겠네! 싶지만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책에 따르면, 아기에게 녹음된 소리로 외국의 언어를 들려주었을 경우에는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한다.

 

녹음된 소리는 효과가 별로 없다

 

아기가 관심이 없기 때문인지, 녹음된 소리가 통하지 않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아마도 아기의 뇌는 녹음된 소리를 필요 없는 정보라고 판단해 걸러내는 모양이다. 그래서 신생아 때 언어의 소리구별 능력을 발달시키려면, 아기에게 직접 말을 거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은 한 실험으로 밝혀졌다. 어느 미국의 보육원에서 중국인 보육교사를 채용했고, 이 교사는 일주일에 몇 번씩 중국어로 아이들에게 말을 했다고 한다. 알아듣든 알아듣지 못하든, 정해진 시간마다 중국어로 말했다. 그리고 다른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같은 시간 동안 중국어 CD를 들려주었다. 성장 이후 중국어를 유창하게 잘한 그룹은 첫 번째 그룹이었고, 두 번째 그룹은 별다른 능력이 보이지 않았다.

 

아기들은 모두 다중언어자

까미유라는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이 다큐멘터리 이야기가 나왔다.

 

까미유는 부모님이 홍콩 사람이고, 몬트리올에서 태어나 프랑스어로 교육을 받고, 글로벌 그룹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부모님과는 광둥어로, 중국 친구들과는 북경어로 이야기하고, 이곳 친구들과는 프랑스어를 쓰고, 직장에서는 영어를 쓴다고 한다. 4개 국어 능통자 까미유가 아기를 가질 생각을 하고 있다길래 물었다.

 

"아기를 낳으면, 아기한테 어떤 언어로 말할 거야?"

"정말 좋은 질문이네. 아마 프랑스어로 말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영어도 중요하고, 내 뿌리인 중국어도 말했으면 좋겠는데. 아, 모르겠다! 만약 너라면 어떨 것 같아? 여기서 만약 아기를 낳으면."

"아마 집에선 한국어를 쓰게 되지 않을까. 영어를 잘하면 좋겠지만, 맘이 급하면 항상 한국어가 먼저 나와. 하지만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 프랑스어를 쓰겠지? 이거 어렵네..."

"어떻게든 내가 하는 언어를 다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건 욕심일까?"

"글쎄, 애기가 좀 힘들긴 하겠지만 충분히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기들은 다 알아듣는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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