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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몬트리올에서 놀러 갈 만한 곳 - 카약 카누 액티비티

by 밀리멜리 2021.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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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 타러 가자! 진짜 재밌을 거야."

 

친구가 잔뜩 신이 나서 말했다. 난 사실 별로 관심이 없어서 심드렁했는데, 그래도 한번도 체험해보지 못한 액티비티를 즐긴다는 생각에 가자고 했다.

 

카약 액티비티

카약과 카누를 타러 가는 곳은 몬트리올에서 차로 한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이다. 구글에서 l'abordage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카약과 카누 둘 다 1인당 43달러 정도에 탈 수 있다.

 

카약 카누를 탈 수 있는 곳

이곳에는 주변 식당이 하나도 없어 몬트리올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가기로 했다. 이른 아침에 다른 일을 처리하느라 조금 늦었는데, 그 바람에 아침을 굶고 말았다. 식당에서 점심거리를 사고, 일행과 만나서 차를 타고 가는 와중에 예약을 했다.

 

"너희, 카누 탈래 아니면 카약 탈래?"

"흐음... 카누랑 카약 차이가 뭐야?"

"글쎄. 뭐지? 가격은 똑같은데. 아, 이제 보니 카누는 둘이서 타고 카약은 혼자서 타는 거네."

"검색해 보니까 패들(노)에 달린 날이 두개면 카약이고, 날이 하나만 달렸으면 카누래."

"오오, 그렇군. 그래서 뭐 탈래?"

"나는 카약!"

 

카약은 양쪽으로, 카누는 한쪽으로 노를 젓는다

 하지만 초행길이라 1시간 반이면 도착할 것을 모르고 지나쳐 30분이나 더 달렸고, 그 바람에 예약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점심 싸온 것을 먹을 새도 없이 쫄쫄 굶은 채로 카약을 탔다.

 

간단한 설명을 듣는데, 10km의 물길을 따라 카약을 타고 호수까지 도착한 뒤, 호수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시 돌아오는 코스였다.

 

몬트리올을 벗어났기 때문에, 이제 영어를 거의 들을 수 없다. 물론 안내 가이드들은 영어를 쓸 수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쓴다. 우리 일행에게 영어를 쓰냐 묻길래 영어로 말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L자를 그리면서 저으면 됩니다

안내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카누보다는 카약이 더 쉽다고 한다. 

 

카누, 카약과 돌아올 때 타는 자전거

구명조끼를 입고 카약에 올랐다. 정말 패들만 저으면 되기 때문에 엄청 쉬웠고, 물이 무척이나 잔잔했다.

 

잔잔한 물
오리
예쁜 집

이 코스를 지날 때 카약을 타는 어느 커플이 모래섬을 피해서 가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마담, 저쪽으로 가세요. 이쪽은 너무 얕아서 못 가요."

"고맙습니다!"

 

하지만 예쁜 풍경도 잠시, 아침부터 쫄쫄 굶은 나는 곧 지쳐버렸다. 가이드가 10km 코스를 간다고 할 때는 그렇구나 싶었는데, 말이 10키로미터지 직접 해보니 3시간동안 쉬지 않고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베테랑들은 카약을 물가에 대고 앉아서 싸온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 나도 먹을 것 가져올걸!!!

 

1시간 반 쯤 타고나니 언제 도착하나 생각만 들었다. 😶😶 물 흐르는 대로 좀 나아가면 좋겠는데 이 잔잔한 물은 흐르지도 않고 노를 젓지 않으면 그냥 동동 떠 있기만 했다. 배가 너무 고파서 더 이상 노를 저을 힘이 없었다 ㅋㅋㅋ

 

그렇게 다니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그룹을 마주쳤다. 이 그룹은 아주 베테랑인지 아예 카누 위에 서서 중심을 잡고 노를 저었는데, 길목이 좁으니 그룹 중 한 여성이 나에게 비키라며 이렇게 말했다.

 

"마담!! 오른쪽으로 가세요. 자동차랑 똑같아요. 자동차처럼 우측통행 하세요!"

"네? 근데 전 초보예요."

"초보라구요? 프랑스어 못하세요? 오른쪽? 라이트 사이드?! 유 스픽 잉글리시?"

"프랑스어는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오른쪽으로는 못가요!"

 

이 말을 듣자 다른 사람이 말했다.

 

"아, 프랑스어 초보가 아니라 카약 초보라는 말이네."

"맞아요! 엑스큐제무아! (실례합니다)"

"오,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

 

베테랑 그룹은 카누 위에 서서 노를 휘휘 젓더니 용케 길을 피해 갔다. 나중에 남친이 이 얘기를 듣더니 웃기다며 배를 잡고 웃었다. 나는 오른쪽으로 노를 젓지 못해 당황했을 뿐이고 😂

 

2시간쯤 지나자 아예 지쳐버려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인사하며 물었다.

 

"호수는 여기서 먼가요?"

"하나도 안 멀어요. 10분이면 가요."

 

10분은 무슨...!! 개뻥이었다 ㅠㅠ 등산할 때 정상이 멀었냐고 물으면 다들 다왔다고 10분이면 간다고 하는데 사실은 30분 넘게 걸리는 것처럼 카약도 마찬가지였다.

 

호수 도착

드디어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도 정말 예쁘고 넓었는데, 이제 기진맥진해버려서 이 이후로는 사진이 없다. 😁😁 카약이 끝나고 돌아오는 숲길 자전거도로 코스도 정말 예뻤지만 사진이고 뭐고 음식 찾느라 바빴다. 

 

다음날 일어나니 팔에 뻐근한 근육통이 느껴지고 썬크림 안바른 곳이 까맣게 타버렸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아무튼 재밌는 하루였다. 다음에는 든든하게 먹고, 카누를 타서 남친에게 패들링을 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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