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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독후감 -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by 밀리멜리 2021.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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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무슨 책 읽어?"

"소설 읽고 있는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책이야."

"처음 들어보는데?"

"넌 논픽션을 좋아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나름 재밌어. 내가 좋아하는 평행우주도 나오고."

"오, 나도 평행우주 좋아해. 어떤 내용인데?"

"우울증을 앓는 어떤 여자가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는데, 그러자 어느 도서관에 가게 돼. 이 도서관에는 살면서 후회했던 내용을 기록한 책도 있고 여러 가지 책이 있는데, 책을 읽으면 자기가 선택하지 않았던 삶을 살게 돼. 그래서 올림픽 수영선수도 되어 보고, 빙하 연구하는 과학자도 되고, 락스타도 되어보고..."

 

풀밭에서 읽으니 더 좋았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가지 않은 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다 보면,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떠오른다. 숲 속의 두 갈래 길에서, 몸이 하나이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 없어서 아쉬워하는 시인. 그러다 결국 발자국이 덜한 길을 선택하지만, 나머지 선택하지 않은 길이 어떤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이 책에서는 선택하지 않은 길들이 어떨지, 그 인생이 어떠할지 직접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만약 이런 기회를 얻게 된다면, 나는 어떤 길을 선택할까? 이 책의 주인공 노라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 인생에서 가장 후회했던 일들을 없애기로 한다.

 

 

 타인이 바라는 나

 

노라의 전 남자친구는 어느 지방에서 펍을 운영하려 했고, 노라가 자기를 따라오길 원했다. 노라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그를 따라갔더라면 더 행복했을 텐데 하는 생각에 후회를 많이 했다. 그 후회를 없애기 위해, 그녀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전 남자친구와 함께하며 펍을 운영하는 삶을 살아보게 된다.

 

시골에서 펍 사장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노라의 후회 리스트는 전남친과 헤어진 것뿐만이 아니다. 어렸을 때 수영선수로 활약했던 노라는 수영을 계속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노라의 아버지는 그녀가 계속 수영을 하길 바랐고, 노라의 친구 이지도 외국에 가서 수영하며 돌고래를 보러 가자는 권유를 했지만, 노라는 이런 제안들을 다 거절했었다.

 

이국의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여유로움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아쉬움이 현실이 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가 주는 삶에서, 노라는 수영선수를 계속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어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또, 이국의 바닷가에서 한가롭게 수영을 하고, 태양을 즐기며 돌고래를 보는 삶도 누리게 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한계란 없다. 그냥 평범한 삶이 아니라,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가수가 되어 좋아하던 연예인과 달콤한 연애를 하는 슈퍼스타의 삶도 있다. 노라는 친오빠와 함께 밴드를 했었는데, 그녀 특유의 피아노와 작곡 실력으로 스타가 되었고, 월드 투어 콘서트를 하며 관객들의 환호와 사랑을 받는 짜릿함도 느껴보게 된다.

 

콘서트장에서 관객의 환호를 받는 짜릿함

그녀가 선택하지 않았던 삶들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이런 삶들은 행복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노라는 현생의 구질구질한 삶을 그만두고 성공한 삶 중에 아무거나 골라잡아 그 행복을 누릴 수도 있었지만, 결국에 노라는 이 삶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원하는 삶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펍은 남자친구가 원하는 것,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아버지가 원하던 것이었고, 바닷가에서 사는 삶은 친구가 원하던 삶이었으며, 가수는 친오빠가 원하던 꿈이었다. 이를 깨달은 노라는 다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로 향한다.

 

 

 삶은 가능성

 

흔히 사람들은 우울증 환자들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라고 느끼기 때문에 결국 삶의 의지를 놓치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작가 매트 헤이그 또한 20대 초반 정신적 위기를 맞고 절벽 끝에서 삶을 마감하려다, 자신의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깨달았다고 한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서서히 건강을 되찾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고 하는데, 이 책 속 주인공 노라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가게 된 계기도 그와 비슷하다.

 

하지만 바로 그 경험 때문에 매트 헤이그는 작가가 되었고, 이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수백만 부가 넘게 팔렸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머물고 있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도 바로 그렇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고 애달프다

 

현재 시점에서 보기에는 우울하고 절망스러운 일도 사실 아주 소중한 삶의 일부이며, 살아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다시 삶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라는 다시 삶을 되찾기 위해 "나는 살고 싶다", "나는 살기로 결심했다"라는 문구를 써 보지만 역부족이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절박한 마음에 그녀는 "나는 살아있다(I AM ALIVE)"라는 문구를 쓰게 되고, 그제서야 노라는 살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진정 삶을 되찾는 방법은 사실, 바로 지금,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평행우주를 넘나드는 판타지스러운 부분이 아니라,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에서야 진정으로 삶을 되찾게 된다는 이 대목이다. 삶은 때로 아프고, 구질구질하고, 절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느끼는 것이 삶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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