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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사피엔스가 대단한 책인 이유 - 식물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 있어?

by 밀리멜리 2021.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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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대단한 책이라고 예전부터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요즘 아주 천천히 한 챕터씩 읽고 있다. 지금은 농업혁명이 역사상 최대 사기라는 부분을 읽고 있는데, 정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작가가 대단하기만 하다.

 

농업혁명이 왜 역사상 최대의 사기일까?

 

농업혁명이 사기라니?

 

우리는 항상 농업혁명 덕분에 식량이 많아지고, 인류가 발전하는 큰 계기였다고 배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렵과 채집을 하며 건강하게 살았던 구석기 시대의 인간은 농업혁명이 시작된 후 뼈빠지게 밭을 갈고 물을 대는 육체적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인구 수는 늘어났지만, 그렇기 때문에 수확한 곡식의 양도 넉넉치 않아 굶어죽는 사람이 발생했다. 혹독한 노동으로 갖가지 골병을 앓기 시작하고, 생존 본능으로 얻은 야생 동물들과 식물들에 대한 지식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구석기 인간들은 별 무기도 없이 매머드를 잡은 인간들이니... 신석기 시대 사람보다 이들이 더 무식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수확한 작물을 두고 다른 인간들과 싸우기 시작했고, 이 싸움으로 다쳐서 죽는 사람도 더 많아졌다.

 

농업혁명 이후, 인간은 더 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더 불행해졌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탓이라기보단 밀, 쌀, 감자 같은 작물의 탓이다. 하지만, 어떻게 식물 때문에 인간이 이런 고통을 겪을 수 있을까? 우리는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인간이 식물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식물이 인간을 길들인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정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까지 정말 너무도 인간중심적으로 생각해 온 것이 아닌가? 나는 당연히 인간이 노동력을 들여 밀과 쌀을 재배했으니 인간이 식물을 길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번성한 것은 인간이라기보단 밀이다. 인간이 없었다면 밀은 지금쯤 생존력 강한 잡초들에 밀려서 멸종되었을지도 모른다.

 

식물이 인간을 뼈빠지게 노력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결론을 얻기 위해 유발 하라리는 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고 한다. 정말 천재 아냐? 어떻게 밀의 입장에서 생각할 생각을 하지?! 나는 한 번도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만 년 전만 해도 밀은 그저 중동 지방에서 자라는 잡초였다. 하지만 어떻게 몇천 년 만에 지구상의 곳곳에서 자라나는 가장 번성한 작물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밀이 인간을 이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밀이 자라려면 정말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땅에 자갈이나 바위도 없어야 하지, 다른 나무나 잡초가 옆에 있어서도 안된다. 그런 주제에 물은 엄청나게 먹고, 영양분도 필요하다. 

 

이렇게 최적의 환경이 필요한데, 이런 환경을 인간이 등골 빠지게 노력해서 만들어준다. 밭 갈아서 돌 없애고, 잡초 뽑고, 물길 갈아서 물 대주고, 동물의 변으로 비료도 대주고, 울타리를 쳐서 포식자 동물들의 침입까지 막아준다. 인간이 땡볕 아래에서 각종 병을 얻어가며 엄청난 노력을 한 끝에 이 모든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정말 혁명적인 아이디어구나. 식물의 입장에서 잠시나마 생각해 보게 해 준 이 책에 감사한다.

 

헤헹 고맙다 인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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