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데 해가 너무 쨍쨍하다. 길가는 사람들도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있는데, 다들 어디서 아이스크림을 산 걸까? 깜박하고 물도 챙겨 나오지 않아서 나도 시원한 간식거리를 매의 눈으로 찾고 있던 중이었다.
어느 카페 앞에서 스탠드를 놓고 뭔가를 팔고 있었고, 사람들도 모여있었다. 뭐 맛있는 거라도 파나?
예쁜 히스패닉풍 검은 원피스를 입은 분과 십대 소년이 뭔가를 팔고 있길래 가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뭐 파는 거예요?"
"안녕하세요. 이건 멕시코 간식이에요. 우유얼음을 갈아 만든 건데요. 이쪽은 파인애플과 함께 넣고 만다린 시럽을 위에 뿌린 것이고, 다른 쪽은 라즈베리에 블랙커런트 시럽을 넣은 거예요. 한번 드셔보세요!"
"음, 그럼 파인애플로 하나 주세요."
우유 얼음을 갈아 넣었다니, 완전 과일빙수랑 똑같다 싶었다. 더웠는데 잘됐다 싶어 하나 주문했다. 한국 빙수랑 얼마나 다르려나?
"7달러예요!"
네??
이 쪼그마한 게 7달러라구요?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컵이 정말 주먹만했다. 아무리 관광지라지만...!
한국식 카페에서 눈꽃빙수 먹으면 7.99달러에 커다란 대접에 팥이랑 과일이랑 엄청 많이 주는데....
(참고: 몬트리올에서 한국식 눈꽃빙수를 파는 벨로랑 카페: https://milymely.tistory.com/300)
아... 하지만 이미 달라고 해서 만들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이왕 주문한 것이니 이국의 맛을 한번 봐야겠다.
근데 정말 특이하긴 했다.
우유얼음과 만다린 시럽, 파인애플은 다 예상 가능한 맛이지만, 빙수 위에 뿌려진 이 빨간 가루의 정체는 바로 고춧가루였다! 🙄🙄
멕시코 사람들은 어떻게 달달한 빙수에 고춧가루를 뿌릴 생각을 했을까?
단짠단짠이 아닌, 단맵단맵의 맛!
예상과는 다르게 의외로 맛이 있었다. 고춧가루도 한국식 고춧가루랑은 조금 다른 맛인데, 크게 거슬리지 않지만 톡톡 튀는 맛이 괜찮았다.
남자친구와 조막만한 빙수를 나눠먹었는데, 의외로 양이 적은 게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찬 빙수에 자극적인 고춧가루를 먹으면 혹시라도 속이 아플 수도 있으니까... 😏 아무튼 신기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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