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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브런치를 먹어볼까? 르 뷔유 생로랑

by 밀리멜리 2021.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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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여러 브런치 레스토랑이 있지만, 내가 최고로 꼽는 곳은 '르 뷔유 생로랑'이라는 곳이다. (사실 여기 외에는 잘 가보지 않았다) 워낙 사람이 많고 빽빽한 곳이라 판데믹 격리기간 동안 문을 닫고 배달만 했었는데, 1년 반 만에 이 식당에 방문했다. 정말 그립더라.. 이 푸짐한 메뉴!

 

뷔유 생로랑 브런치 메뉴

이 레스토랑은 오래되기도 하고, 식당 인테리어가 그렇게 예쁘지도 않다. 하지만 이 무지막지한 그릇의 크기와 푸짐한 음식의 양을 보시라! 나는 꽤 많이 먹는 편인데도 이 식당에 가면 반 정도는 남겨서 포장해 와서 집에서 또 먹는다. 

 

게다가 신선한 커피가 무료이고, 커피잔이 조금이라도 비워지면 서버가 와서 커피를 채워준다. 넋 놓고 마시다가는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할 정도로 친절한 식당이다.

 

르 뷔유 생로랑

Le Veiux St-Laurent (르 뷔유 생로랑)

3993 St Laurent Blvd, Montreal

 

이 레스토랑 주변에는 공원이나 예쁜 거리가 있어서, 먹고 나서 산책하며 소화시키기도 좋다.

 

무한 리필 커피

레스토랑 안에 들어서면 앉자마자 서버분이 커피를 따라주신다. 1년 반 만에 방문했는데 우리를 잊지 않으신 모양인지 반겨주셨다. 

 

"당연히 커피 마실 거죠?"

"네!"

 

남자친구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이렇게 말한다.

 

"아, 여기 커피 진짜 좋다."

"너 원래 커피 안마시잖아."

"근데, 여기는 진짜 신선해. 커피를 많이 만들어서 그런가 봐."

"하긴 나도 특이한 정통 원두 커피보다 맥도날드나 이런 커피가 더 맛있어."

"많이 많들어서 회전율이 좋고 그래서 신선한 거 아닐까?"

"완전 동감!"

 

서버가 메뉴를 건네주는데, 정말 메뉴가 많다. 오믈렛, 팬케이크, 와플, 에그 베네딕트, 프렌치토스트, 샐러드 등등... 하지만 나는 여기서 딱 하나만 시킨다. 페스땅 누메로 앙(Festin No. 1)이라는 메뉴인데, 페스땅은 프랑스어로 '잔치, 연회'라는 뜻이다. 이 메뉴를 시키면 정말 잔치마냥 여러 가지를 골고루 맛볼 수 있다. 가격은 13.5달러로, 한국 돈으로는 약 12,300원 정도이다. (하지만 세금이 붙고 팁도 주면 약 15,000원 정도를 내야 한다)

 

어마어마한 페스땅 1의 양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서버가 이런 질문을 한다.

 

"계란은 어떻게 드릴까요? (How would you like the eggs?)"

"갈색 빵이 좋으세요, 흰 빵이 좋으세요? (Do you like brown bread or white bread?)"

 

빵은 그냥 보통 갈색 빵을 달라고 한다. 별 차이 없는 것 같지만...

 

계란에 대한 대답은 대략 이렇다.

 

"저는 스크램블로 주세요. (I'd like to have scrambled eggs)"

"저는 반숙 프라이로 주세요. (I'd like to have over-easy, please.)"

"저는 완숙 프라이로 주세요. (I'd like to have sunny-side-up.)"

 

나는 스크램블을 좋아하고, 남자 친구는 반숙 프라이를 좋아한다. 계란 노른자 반숙이 눈 건강에 좋다나? 난 원래 반숙이 살짝 비린 것 같아 좋아하지 않았는데, 눈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듣고 반숙도 먹어보니 정말 좋아졌다.

 

"근데 스크램블이랑 반숙 프랑스어로 뭐였더라?"

"그러게 말이야... 모르겠어."

"우리 예전에 다른 레스토랑에서 물어봤었지? 근데 또 까먹었다."

 

아무튼 몬트리올 살면서 프랑스어는 큰 숙제다. 이번엔 서버가 너무 바빠서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베이크드 빈과 크루통

페스땅 1을 시키면 큰 팬케이크 2장과 토스트빵, 과일, 햄, 소시지, 계란, 감자튀김, 베이크드 빈, 크루통을 준다. 그리고 팬케이크에 뿌려먹을 메이플 시럽도 갖다 준다. 

 

메이플 시럽과 크루통은 아마 이곳의 명물이 아닐까 싶다. 몬트리올에서 메이플시럽 만드는 농장이 무척 가깝고, 크루통도 이곳 퀘벡 지방의 전통 음식이다. 사진 속 하얀색 덩어리가 크루통인데, 빵에 발라먹는 고기 스프레드이다. 특별히 크루통을 좋아하진 않지만, 브런치 식당에 올 때마다 경험하는 기분으로 먹는다. 

 

하울 정식을 만들어 볼까

"이거 봐, 내가 하울 정식 만들어 줄게."

"하울 정식이 뭐야?"

"하울의 움직이는 성 몰라? 거기에 나오는 음식이잖아."

"영화 봤는데... 그게 뭐야?"

 

하울 정식이란 이런 것 (출처: 하울의 움직이는 성)

구글에서 '하울 정식'을 검색하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볼 때마다 먹고 싶었는데..."

"아, 뭐야. 난 또 뭐라고. 계란이랑 베이컨이네."

"근데 이상하게 애니에서 정말 맛있게 보인단 말이지."

 

빵 위에 계란 프라이와 베이컨을 얹어 한 입 베어 먹으니 계란 노른자가 흘러나온다. 맛있네...

 

아무튼 이래저래 배 터지게 먹어도 다 끝내질 못했다. 음식 담아갈 박스를 달라고 해서 오후에 집에 와서 더 먹었더니 저녁도 먹기 싫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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