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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전당

북극 원주민 미술관 관람기 - 조각상을 사려는 건 아니구요...

by 밀리멜리 2021.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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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북극 원주민 미술관을 방문했다. 캐나다 북극 지방에는 여러 종족의 원주민들이 사는데, 이누이트가 그나마 가장 널리 알려진 종족이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이누이트 족이 아닌 사람들에게 이누이트라고 부르는 것도 좋지 않아서, 북극 원주민이라고 통칭하겠다.

 

사실 가려고 마음먹고 간 것이 아니라 지나가다 미술관이라길래 그냥 들어간 것인데... 외부에서는 미술관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안에 들어가니 "부티크(상점)"이라고 쓰여 있다.

북극곰 그림이 귀여운 북극 원주민 미술관

몬트리올에는 이런 부티크 미술관이 많은데, 물론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지만 사실 이런 미술관들은 미술품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작품마다 태그가 붙어 있는데, 이 태그에는 작가와 작품명, 그리고 가격이 적혀져 있다.

 

이런 곳은 처음이라 쭈뼛쭈뼛하며 들어갔더니 가이드가 웃으며 안내해준다.

 

고래뼈로 만든 조각품

북극 원주민 아티스트의 조각답게 북극에서 사는 동물들 - 북극곰, 물개, 바다표범, 고래 등등의 조각상도 많았고, 이 조각상처럼 원주민의 모습을 조각한 것도 있었다. 이 작품 앞에서 구경하고 있자니 가이드가 말을 걸었다.

 

"그 작품은 고래뼈로 만든 거예요. 대단하죠?"

"이게 다 고래뼈라구요? 와..."

 

흘끗 하고 태그를 보니 가격표에 48,000 달러라고 적혀 있었다. 내가 잘못 본건가 싶어서 다시 봤지만, 48,000 달러가 맞다. 한화로 약 4400만원 정도이다. 오마이갓... 혹시라도 부딪혀 떨어질까봐 무서워서 정말 살살 다녔다. 하긴, 고래뼈가 엄청 귀한 재료인 것 같긴 해...

 

가이드가 계속 따라다니는 게 좀 불편하긴 했는데, 이런 가격이라면 가이드가 따라다니는 게 당연한 것 같다...

 

고래뼈로 만든 독수리상

이 독수리상도 고래뼈로 만든 것이란다. 가격은요...?

 

이 독수리 조각상은 4천만원이 넘는군요...

이로쿠와 족의 아티스트가 만들었다고 쓰여있는 이 조각상은 44,630 달러이다. 이곳에 있는 웬만한 조각상은 다 몇천만원 대라서 정말 조심스러웠다. 아마 생애 가장 조심스러운 관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큰 조각상들도 비싸지만 작은 조각상도 몇천만원을 호가했다. 혹시라도 하나라도 건드릴까봐 정말 무서웠다. 아니, 미술관 와서 작품 감상은 안하고 계속 가격만 신경쓰게 되는데...

 

미술관 내부

조심조심 걷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 가이드가 나를 돈 많은 중국인 부자로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전에도 조각상을 구매해 본 적 있으세요?"

"아... 아니요. 없어요."

"조각상이 처음이시라면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겠네요. 이쪽에는 악세서리도 판매하고 있으니 한번 보세요."

 

아니, 조각상을 사려는 게 아니라요... 그냥 이런 걸 보는 게 처음인데요 ㅠㅠ

멋모르고 따라갔더니 굳이 장식장의 열쇠를 열고 에서 원주민 아티스트가 조각한 보석 팔찌를 꺼내서 보여주는 그녀... 

예쁘긴 정말 예쁜데, 가격이 영 상상초월이다.

 

"와, 정말 예쁘네요. 보여줘서 고마워요."

 

혹시라도 가이드가 다른 장식장을 열어서 악세사리를 더 보여줄까 봐 황급히 다른 작품을 구경하는 척 했다. 지금 생각하니 사는 척 하고 더 구경할걸 그랬나...? 😂😂

 

굳이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이 가이드가 나를 자꾸 따라다닌다. 처음에는 내가 혹시라도 작품을 만질까 감시하는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나에게 세일즈를 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미술관 관람하는 느낌으로 왔는데, 가이드가 자꾸 친절하게 설명하며 뭔가를 보여주니 어쩐지 조각품을 구매하는 부자 고객이 된 느낌이다. 

 

일각고래

"그 작품은 바다의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일각고래를 나타낸 거예요. 북극에 서식하는 동물이에요."

 

북극곰 조각상
제일 맘에 들었던 작품

이 귀여운 왈루스 그림이 가장 맘에 들었다. 깨질 염려도 없고... 귀엽고 따뜻한 느낌이라서 좋다. 왈루스한테 따뜻한 옷도 입혀주고. 조각상이 약간 차가운 느낌이라면 이 벽걸이는 따뜻한 느낌이다.

 

신발이 예쁜 원주민 조각상
세 작물 자매

"이건 세 작물 자매 (Three crops sister)라는 작품이에요. 세 작물이 보이세요?"

"아, 위에 옥수수가 있네요."

"맞아요. 옥수수, 중간에는 콩, 그리고 맨 아래쪽에 호박이 있어요. 이 세 가지가 원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작물이라고 해요. 그래서 이 작물을 신성시하기도 했죠."

"아, 정말 중간엔 콩이 있고 아래쪽에 호박이 있네요."

"이 작품이 우리 미술관에서 가장 큰 작품이에요."

 

가이드의 이 말을 듣고 얼른 사진만 찍고 살금살금 움직이려는데, 가이드가 작품 아래 까만 판을 돌리더니 조각상의 뒷편도 친절하게 보여준다. 뒤쪽을 보니 호박이 더 잘 보이긴 했는데, 이런 작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휘휘 돌리는 가이드가 무서웠다. 아니... 그렇게 막 만져도 되는 거예요??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나가려는데, 세일즈 정신 투철한 이 가이드는 이렇게 말한다.

 

"작품이 맘에 안드시면 바로 옆에 기념품샵도 있으니 한번 구경해 보세요."

 

작품은 다 정말 멋있는데요, 작품을 사려고 온 건 아니예요. 부티크 미술관은 처음이라... 저를 잠재 고객으로 봐 주신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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