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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트로이 목마라고? 기분 나빠해야 하나?

by 밀리멜리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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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외국 BTS 팬의 재밌는 트윗을 읽었다.

BTS는 정말 다이너마이트를 트로이 목마로 쓰고 있네... 영어로 된 노래를 내놓고는, 미국 최고의 나이트쇼에 일주일동안 출연해 한국어로 인터뷰하고, 전통 궁궐 앞에서 한복을 입고 한국어로 노래를 하네.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목마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고대 스파르타의 왕은 트로이로 넘어간 자신의 아내이자 인간계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트로이 전쟁을 벌인다. 10년이 넘도록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스파르타의 왕은 오디세우스의 도움을 받아 아름다운 목마를 만들고, 트로이 인들을 속여 목마를 선물로 주고 성 안으로 들이도록 한다. 그 목마 안에는 스파르타의 정예병들이 숨어 있었고, 결국 트로이는 함락되어 멸망한다. 컴퓨터 바이러스에 트로이 목마라는 이름을 붙인 것처럼, 트로이 목마는 그렇게 좋은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한국이 서구문화를 점령할 의도는 없지만, 사실 BTS가 전해준 한국문화가 서양을 휩쓸고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서양 Kpop 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 포럼에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서구권 대학마다 한국어과를 신설하기에 바쁘다. 특히나 BTS가 일주일간 편성된 지미 팰런 쇼에서 보여준, 경복궁 앞 한복 퍼포먼스는 정말 대단했다. 그들의 퍼포먼스를 본 한복과 노리개를 보고 너무 예쁘다며 자신도 입어도 되냐고 묻는다. 이들은 우리에게 왜 허락을 구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가 멋대로 그들에게 입으라고 허락해도 되는 걸까? 

 

다이너마이트는 정말 트로이목마일까? (트위터 이미지)

이 짤이 지금 상황을 잘 묘사해준다. BTS가 다이너마이트라는 아름다운 목마를 가져왔고, 거기에 홀린 서구 음악산업은 이 목마를 들여놓지만 점점 자신들도 모르게 서구 문화가 한국 문화에 침식당하고 있는 걸 깨닫는 상황이다.

 

이 이미지를 보고 여러분은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다. 기분이 나쁜가, 아니면 뿌듯한가?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우선, 트로이 목마 자체가 그렇게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전쟁에서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 이미지에서, 한국은 점령자로 묘사되고, 서구권은 피점령자로 묘사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서양을 문화침략하려는 의도는 없는데? 너희가 맘대로 좋아한 거잖아.

 

이렇게 케이팝을 바라보는 시각은 비교적 최근 대두된 문화개념인 '문화적 오용(Cultural appropriation)' 논란과 연관지을 수 있다. 문화적 오용이란, 한 문화권의 요소를 다른 문화권이 가져다 쓰는 것을 의미한다. 말이 어렵지만, 최근 우리가 특정한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 의정부고의 졸업사진에서, 학생들이 얼굴에 검은칠을 하고 관을 옮기는 유명한 'Coffin Dance' 밈을 따라해서 코스프레를 한 것을 기억하는가? 이 사진을 두고 가나 출신 연예인 '샘 오취리'는 불쾌하다고 표현했고 큰 논란이 일었다. 이건 정말 논란이 크게 일었고 누구 잘못을 따지기 애매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일단, 백인이 블랙페이스를 하면 당장 인종차별 비난을 받고 생매장당한다. 그런데 백인과 흑인 관계의 착취성을 비교적 알지 못하는 한국사람이 블랙페이스를 한다면? '몰라서 그랬겠지만 다시는 하지마라' 라는 반응을 얻게 될 것이다.

 

아니 그럼, 중국 치파오, 일본 기모노, 디즈니 자스민 공주 코스프레나, 포카혼타스 코스프레는 다 안 되는 거 아니야? 인도 사리를 입는다거나 히잡을 쓰는 것 다 금지된 건가? 다른 나라 문화 차용할 때 다 허락받아야 하는 건가? 그렇지만 누구에게? 이것이 문화적 오용이 애매한 이유이고 논란이 커지는 이유이다.

 

간단히 그 답을 하면, 그 문화의 주인이 모욕적으로 생각한다면, 따라 하면 안 된다. 이게 뭔 소리냐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제국주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A 국가가 B 국가에게 착취되었고 점령당했다면, 강대국 B는 A 문화를 따라 할 수 없다. 멕시코인이 독일 노래를 따라 할 수는 있지만, 독일인이 멕시코인 흉내를 내는 것은 불편하다. 인도 사람이 힙합과 랩을 하는 건 괜찮지만, 영국인이 발리우드 영화를 만드는 것은 껄끄럽다. 그래서 미국 백인들이 원주민 복장을 하거나 레게 머리를 하는 것이 비판을 받는 이유이다.

 

한국 문화를 예로 들어 보자. 어떤 게 있을까. 예를 들어,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이 한복을 예쁘다며 입는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그 한복이 우리 전통 한복이 아니라 기모노랑 섞인 한복이라면?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특히나 유관순 열사의 수수한 한복과 게이샤의 기모노를 섞어 만든 요상한 옷이라면? 이 일본인의 머리채를 잡아뜯을 것이다.

 

그래서 문화적 상대주의란 너무 어렵고, 딱 떨어진 답이 없다. 한국인이 레게 머리를 하면, 흑인들은 모두 모욕감을 느낄까? 내 흑인 친구는 내가 긴 생머리를 풀고 올 때마다 내 머리를 만지며 너무나 부러워한다. 자신은 머리 만지는 데 하루 3,4시간을 들인다고 하며, 제일 강력한 헤어크림의 반통을 한번에 써버린다고 했다. 그건 너무 힘들겠다, 그냥 건조하지만 아프로머리처럼 풀고 다니면 되지 않냐고 물었지만 - 그러면 머리가 두피를 파고들어 아프고, 무엇보다 흑인 여성의 자연 곱슬머리를 무시하는 사회의 시선을 모르는 내 무지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한복을 입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해외 Kpop 팬들이 한복을 입어도 되냐고 묻는 이유는 혹시라도 자신들의 선조가 한국 문화를 핍박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인 것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정하고 뿌듯한 질문이다. 한국 거라는 것만 알면 얼마든지 된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 팬들이 입어도 되냐고 물으면, 나는 망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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