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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

망자의 날과 아름다운 죽음의 여신, 멕시코의 라 까뜨리나 (La Catarina)

by 밀리멜리 2020.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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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은 멕시코의 기념일 '망자의 날'(Día de Muertos)이다. 할로윈과 시기가 비슷해, 멕시코인들은 이때 해골이나 죽음의 여신, 까뜨리나 분장을 한다. 내가 어학원에 다닐 즈음에, 멕시코 시날로아에서 온 바바라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 까뜨리나 분장을 보았다.

 

"이번 할로윈에 무슨 분장할 거야?"

"할로윈에 뭐... 난 이런 거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너는?"

"난 까뜨리나 할 거야. 멕시코인이라면, 당연히 까뜨리나지."

 

라 까뜨리나 분장 (인스타그램)

바바라의 분장은 모두를 압도하는 멋진 분장이었다. 영화 <코코>에서 본 것과 언뜻 비슷해 보여서 한번 물어보았다.

 

"와, 바바라 분장 너무 멋있다! 이게 무슨 분장이야?"

"이건 라 까뜨리나야."

"까뜨리나가 뭐야? 영화 코코에 나온 게 까뜨리나야?"

"맞아! 코코 영화 정말 좋지? 멕시코인들은 망자의 날에 해골분장이나 까뜨리나 분장을 해. 난 코코 영화가 너무 좋아. 덕분에 네가 멕시코 문화를 알다니 그것도 너무 좋다! 혹시 <북 오브 라이프>도 봤어? 거기에 까뜨리나가 나와."

"아! 맞아. 본 적 있어. 그거구나."

 

영화 <코코>와 <북 오브 라이프>

"우리는 망자의 날이 있어서, 그때 이런 분장도 하고 조상들에게 음식과 봉헌물을 바치고 축복을 빌어."

"어! 한국에도 조상한테 제사를 지내는데, 비슷하네?"

"한국 드라마에서 비슷한 걸 본 것 같기도 하다. 와, 정말 비슷하네."

 

 

 '망자의 날(Día de Muertos)'의 상징, 라 까뜨리나

 

라 까뜨리나의 모습은 대체로 두 눈에 검은 그림자를 그리고, 얼굴엔 하얀 분장과 화려한 메이크업을 하며, 드레스와 꽃으로 장식한 머리장식이 특징이다.

 

까뜨리나라는 캐릭터는 원래,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José Guadalupe Posada)라는 멕시코의 판화가가 1910년 경, 유럽이나 프랑스의 귀족을 따라하는 멕시코 원주민을 풍자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이것이 널리 퍼져 지금은 '망자의 날'을 상징하는 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 '우아한 해골'의 기원은 아즈텍의 죽음의 여신이자 지하세계의 여왕인 '미테카시우아틀'로 올라간다. 이 죽음의 여신의 역할은, 죽은 자의 뼈를 지키고 아즈텍 전통 축제인 망자의 날을 주관하는 것이다. 아즈텍 전설에 따르면, 지하세계의 통치자인 미테카시우아틀의 임무는 고대 멸종된 종족의 해골을 지키는 것이었는데, 질병의 신이 그 고대 해골을 훔쳤다고 한다. 임무에 실패한 미테카시우아틀은 하늘의 신들로부터 현대 인간의 뼈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아즈텍 죽음의 여신, 미테카시우아틀 (Etsy)

아즈텍의 미테카시우아틀 여신은 해골을 지키며, 노란 마리골드 꽃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멕시코인들은 망자의 날에 제단을 마리골드로 장식한다고 한다.

 

이처럼 멕시코인들은 죽음의 모습을 여신처럼 아름답게, 혹은 해골처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망자의 날과 라 까뜨리나는 멕시코인들이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3천 년 전부터 아즈텍 인들은 삶이 그저 꿈에 지나지 않으며, 죽음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보았다. 그래서 이들에게 죽음이란 축복할 만한 일이고, 아름다우며 즐거워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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