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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비가 오니 김치 부침개를 만들어 보자

by 밀리멜리 2021.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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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면 부침개가 땡긴다. 

 

빗방울이 타닥타닥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부침개가 기름에 타닥타닥 튀겨지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그렇단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비오는 날엔 부침개지

 

이전 부추전 해먹었을 때 남은 재료가 있어서, 부침개를 만들어 먹고 싶어졌다.

 

"우리 파전 만들어 먹을까? 이번엔 내가 해줄게!"

"부추로 해먹어야지~"

"파 넣어도 돼. 냉장고에 대파 있잖아."

"아, 안돼, 안돼. 대파는 안돼."

 

대파로 파전 만들기가 왜 안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요상한 고집이다.

 

한국에 있을 때 경희대 앞 파전 골목에 한번 데려갔어야 하는데...

 

경희대 앞 파전 골목

 

쪽파는 넣어도 되지만 대파는 안된다는 묘한 똥고집에 나는 손을 들었다. 백종원 선생님은 재료가 없으면 없는대로 응용해서 만들라고 했건만...

 

"그럼 김치부침개 해 먹을까? 매콤하고 바삭하게 만들어서."

 

김치부침개라는 말에 남친 눈이 동그래진다. 좋다는 뜻이다.

 

남친은 한국인이지만 캐나다에서 더 오래 살았다. 교포는 아니지만 교포 같은 그런 느낌... 잠깐 한국에 들렀을 때 만나서 사귀게 되었고, 3년을 한국에서 보내고 이후 내가 캐나다로 함께 왔다.

 

아무튼, 한국에 있을 땐 김치에 눈길도 안 주더니. 캐나다에 오니 김치 없어서 못 살 지경이다. 이건 정말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귀할수록 더 탐이 나는 그런 심리인가?

 

김치찌개, 김치고기볶음, 생김치, 익은 김치, 겉절이... 매운 것도 잘 못 먹으면서 "김치전" 말 한마디에 군침이 도는 모양이다.

 

"김치전, 쓰읍, 좋지."

 

나는 남친이 침을 꼴깍 삼키는 걸 보고 크크킄큭 웃음을 터뜨렸다. 대파로 만든 파전은 싫어도 김치전은 좋다는 거지?

 

부침가루와 김치

기본재료인 부침가루와 김치. 이것만 있어도 되지만...

 

왕새우

통통한 왕새우가 들어가면 진짜 꿀맛이다.

 

새우가 그닥 비싸지 않고 질이 좋아서 자주 사 먹는 편이다.

 

남친한테 새우를 씻어달라고 했는데, 커다란 새우 봉지를 통에 붓더니 거의 서른 마리 정도를 통에 꽉 차게 담아왔다.

 

"이거 다 먹게?? 우리 세네 판만 부칠 건데... 김치전이 아니라 무슨 새우튀김 만들 일 있어?"

"하긴 좀 너무 많지?"

 

남친에게 한마디 하고 새우를 다 덜어냈다. 여덟 마리 정도만 담았다.

 

지금 생각하니 그 서른 마리를 다 넣고 새우튀김처럼 먹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긴 하다. 😅

 

다 넣고 섞어 섞어

도마에 칼질할 필요 없이 가위로만 잘라도 되니 너무 편하다.

 

요리 초보가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것은 레시피와 재료의 정량인데...

 

워낙 대충대충 하는 게 성격이다 보니, 실수가 잦다. 재료 정량같은 거 지켜본 적이 없다.

 

흠... 아무래도 뭔가 적어 보이는데?

 

부침가루가 적은 것 같아 더 넣자

대충~ 눈대중으로 가루를 더 넣었다.

 

백종원 유튜브를 보니 반죽이 너무 질면 바삭하지 않다고 해서,

 

물도 더 넣었다. 

 

김치도 더 넣었다.

 

새우는 남친에게 아까 핀잔 준 것이 민망해서 더 넣지 않았다.... 😅

 

대신 맛살 한 개 포장을 뜯어 넣었다. 하하하...

 

아무튼 이제 굽기만 하면 된다. 얇고 바삭바삭하게 하는 게 목표!

 

헉 기름이 없다

 

오 마이 갓!

 

기름이 다 떨어졌다. 바삭바삭하게 만들려면 기름이 생명인데....

 

"우리 기름이 없다!"

 

"기름이 왜 없어."

 

"이거 봐, 진짜 없어. 이거 가지고 한판도 못 구워."

 

"좀만 기다려."

 

남친은 말없이 옷을 입고 나간다.

 

3분이면 돌아올 줄 알았는데,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록 안 돌아온다.

 

그동안 잘 숙성된 반죽

 

집 앞에 바로 슈퍼가 있긴 한데, 3분이면 갔다 올 거리를 45분이 넘어서야 기름 한 병을 들고 돌아왔다.

 

아무래도 걸어서 저 멀리 있는 유기농 슈퍼에 간 것 같다.

 

유기농 좋아하는 고집은 말릴 수 없다. 나는 별 신경 안 쓰는데, 남친은 내가 이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나대로 너무 유기농에 집착하는 남친이 이해할 수 없지만-

 

아무튼 멀리 가서 좋은 걸 사 왔으니 나도 고맙게 생각한다.

 

"이거 봐라! 기름은 거의 매일 먹는 거니 좋은 걸로 사 와야지. 살충제도 없고, 호르몬도 없는 걸로. (No pesticides, no hormones)"

 

프랑스어로 BIO 라는 말이 붙으면 유기농이다.

이 기름이 제일 좋은 기름이란다.

 

나는 잘 모르겠다.

 

이제 구워볼까

 

좋은 새 기름도 사 왔겠다, 한번 구워보았다.

 

첫판 엉성하지만 그럴 듯 하다

 

기다리느라 나도 배가 넘 고팠고, 남친도 먼 거리를 걷느라 배가 고파서 첫판은 허겁지겁 먹어버렸다.

 

"맛있긴 한데,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바삭하지는 않네."

 

내가 감상평을 말하니 남친이 두번째 판은 자기가 구워보겠다고 한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야지

"봐라, 내가 진짜 바삭바삭하게 구워 줄게."

 

하더니 진짜 내가 구운 것보다 더 잘 만든다.

 

오오~

 

 

먹는 사진이 없는 이유는...

 

너무 배고파서 사진도 안 찍고 다 먹어버렸기 때문이다.

 

참고글: 남친의 첫 새우부추전 만들기 도전

 

남친의 첫 새우부추전 만들기 도전

부추전 만들기로 다짐하고 호기롭게 재료를 사 왔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나는 부침개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데, 남친은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온 재료를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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