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유 집에 할로윈 점심식사 초대를 받고 뒹굴뒹굴 놀다가 보드게임을 하다가 저녁시간이 되었다. (참고글:
까미유: 저녁 때는 켄자네 집에 초대 받았는데, 너희도 와도 된대. 시간 있으면 함께 만나서 저녁 먹고 가자!
나: 그래도 돼?
까미유: 응! 음식도 많이 해놨대. 근데 솔직히 말하면 켄자네 집에 안 가고 지금 이 보드게임 더 하고 싶다ㅋㅋㅋ
나: 나도 사실 그래. 비도 오고.
까미유: 그래도 음식 다 해놨대. 안 가면 미안하니까 같이 꼭 가자!
켄자는 까미유의 친구이다. 그런데 나하고는 좀 어색하다. 별 일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친구의 친구, 만나본 적도 별로 없고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라서 그렇다. 그런데도 벌컥 집으로 가도 되나 싶어서 좀 망설여졌다.
그래도 음식을 내 몫까지 준비했다니 안 가면 더욱 실례가 될 것 같다. 할로윈 파티는 처음 가보는데? 코스튬도 없지만 그냥 염치 불구하고 놀러 가기로 했다.
켄자네 집까지는 걸어서 15분이라 곧 도착했다.
켄자는 흰 코스튬을 입고 목걸이를 이마에 둘렀다.
켄자: 어서 와! 나는 또 사탕 달라는 아이들이 온 줄 알았네.
나: 안녕! 초대해줘서 고마워. 우리는 코스튬 안 입었지만...
켄자: 걱정 마, 걱정 마. 어서 와.
나: 너 코스튬 정말 예쁘다!
켄자: 아, 고마워. 아침부터 준비했는데 요즘 애들은 뭔지 모르더라구. 괜찮아.
나도 무슨 코스튬을 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공들여 준비한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켄자: 이 토마토 우리 정원에서 키운 거야! 다 익었는지 모르겠지만...
할로윈이라 그런지 이날 호박을 엄청 먹었다. 점심으로도 까미유네 집에서 호박죽을 먹었는데, 여기 와서도 호박 수프를 애피타이저로 먹고 메인 요리로도 호박을 먹었다. 간식으로는 호박씨를 먹을 정도였으니 😂
켄자: 호박씨는 메이플 시럽 묻혀서 볶은 거야. 간식 먹듯이 먹어 봐.
켄자는 베지터리언이기도 하고, 직접 키우거나 뭘 만드는 걸 좋아한다.
우리는 식사하면서 넷플릭스 이야기를 했는데, 오징어 게임 이야기도 하고,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가 재미있다는 얘기를 하다가 나의 문어 선생님 이야기가 나왔다.
참고글: 나의 문어 선생님 - 따뜻한 힐링 다큐멘터리 추천, 2021 아카데미상 후보
남친: 그 문어 보면서 나 울었다니까! 이제 다시는 문어 못 먹겠어...
나: 아하하, 나도 봤지만 난 문어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문제야. 너무 맛있어.
남친: 어떻게 그걸 보고도 문어를 먹을 수 있어?
켄자: 문어는 사실 지속 가능한 해산물(sustainable seafood)이야! 많이 먹어도 생태계에 큰 영향을 안 미친대.
베지테리언인 켄자가 오히려 문어 먹는 것을 옹호해줘서 고맙기도 하고,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까미유: 오, 그렇구나. 문어는 어떻게 잡는지 궁금하다!
나: 어떻게 잡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 고향이 바닷가거든. 놀러가서 항구에 가면 갓 잡은 문어를 비싸게 팔더라구. 아마 문어만 일부러 잡는게 아니라 그물에 문어가 걸리면 그걸 파는 것 같아.
켄자: 그래? 문어가 비싸?
나: 음, 문어가 다른 물고기들보단 비싸더라. 아마 많이 잡히지 않아서 비싼 게 아닐까?
아무튼 문어가 지속가능한 생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문어를 먹지 않으니, 아마 문어가 맛있고 비싸다는 이야기가 신기했던 모양이다.
문어는 먹어도 생태계에 큰 이상이 없다는 거지? 😅
베지테리언 친구를 만나게 되니 생태계와 음식을 연관짓게 된다. 붉은 육류 섭취가 지구 온난화의 큰 원인인 건 알지만, 고기맛을 포기할 수는 없었는데... 그냥 생각만 해오다가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친구를 만나니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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