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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셀타 영어교육 자격증 면접 시험본 후기

by 밀리멜리 2021.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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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청했던 셀타 자격증 코스 인터뷰를 봤다. (지난글: 셀타(CELTA) 영어교육과정 신청 - 바로 지금 실행에 옮기기)

 

셀타(CELTA) 영어교육과정 신청 - 바로 지금 실행에 옮기기

셀타는 케임브릿지 대학교에서 인증하는 영어 교수법 자격증이다. 한국에 있을 땐 TESOL 정도만 들어봤는데, CELTA가 좀 더 공신력 있는 자격증이라고 한다. 하지만 걱정되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milymely.tistory.com

 

어제까지만 해도 면접 걱정에 면접관련 책도 읽고 속으로 가상 인터뷰도 하면서 지냈다. 문제는 그래도 불안감이 별로 가라앉지 않는다는 거였다 🤐

 

무엇보다도 영어로 면접을 보고 내 영어실력과 문법실력을 테스트한다는 점이 겁이 났다. 영어 강사로 일한 경력도 있었으니 내게 "영어는 잘해야 하는 과목"이라는 강박감이 컸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가르치기까지 했으니, 잘 해야 하는 거 아냐?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영어로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셀타 인터뷰 리마인더 이메일

 

면접 일주일 전, 헬렌이라는 디렉터가 내게 메일을 보냈다.

 

"We can do it on campus or via Zoom, whichever suits you better. 😊"

(인터뷰는 캠퍼스에서 하거나 줌으로 하거나, 좋은대로 하세요.) 

 

이 말을 보고 조금 고민했다. 편하게 집에서 할까, 아님 한번 가볼까?

 

안그래도 영 떨리는데, 아예 직접 가서 만나보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실제로 직접 얼굴 보고 하는 게 아무래도 합격에 더 좋지 않을까? 모니터에 대고 인터뷰하면 더 긴장할 것 같았다.

 

면접 장소 도착

카운터에 앉은 사람에게 "12시에 헬렌과 인터뷰 약속이 있어요" 라고 말하니 메시지를 보내 곧 올거라고 한다. 기다리면서 보니 콜롬비아에서 왔다는 학생이 열심히 영어로 자기 상황을 설명한다. 속으로 '저렇게 하면 된다.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내 할 말 전달하기만 해도 되지.' 하고 되뇌였다.

 

헬렌이 곧 와서 내 이름을 불렀다. 헬렌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빈 사무실에 들어가 이야기를 했다.

 

"잘 왔어요. 면접 전 질문도 잘 봤구요. 여기 신청서를 보니 영어 선생님이었네요?"

 

"네,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했었어요. 5, 6살 아이들도 가르쳐봤지만 주로 중고등학생을 가르쳤어요. 학생들은 시험이 가장 중요해서, 주로 영어시험 점수 잘 받는 법을 가르쳤죠."

"와! 점수 잘 받는 법이라니! 비결을 좀 알려줘요."

"비결이랄 것까진 없고, 영어수업이라고 하면 모두 테스트 준비와 시험이었어요. 5개 초이스 중 답 하나를 고르는 문제들인데, 이런 문제들을 보고 또 보고 계속 보다 보면 그냥 글을 안 읽어도 답이 보이잖아요. 그런 팁을 알려주는 게 수업이었어요."

말하려고 해도 말이 안나와!

"그러다 영어 스피킹도 가르치게 되었는데, 그게 정말 문제였어요. 학생들에게 영어로 말을 해보자 하면 쥐죽은 듯이 조용해지고, 뭐에 막혔는지 말을 한마디도 안하더라구요. 생각까지 막힌 기분이었어요. 어떻게든 커뮤니케이션을 해보자 하고 여러 방법을 찾았는데, 셀타 자격증을 따면 큰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처음엔 미리 준비해둔 내용을 말했는데, 말하다 보니 그냥 친구에게 신세한탄을 하듯 이야기하게 되었다.       

 

모두 수업시간에 내가 절절하게 느낀 것들이라 그냥 말이 저절로 나왔던 것 같다. 특히나 영어로 말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험 과목의 하나로 영어를 배우고, 영어시험의 점수에 따라 실력이 결정된다는 사실. 그것 때문에 우리는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다. 영어로 소통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데, 왜 영어로 말하는 게 겁이 날까? 내가 말하는 것이 평가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한참 하다 보니 헬렌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동감했다.

 

"맞아요, 맞아요!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마찬가지예요. 특히나 결과지향적인 문화에서는 더욱 그렇거든요. 저도 똑같은 일을 다 겪었어요. 학생들에게 영어로 말해보자 하면 그때부터 한 마디도 안하는 것 말이죠? 그럴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배우게 될 거예요."

 

헬렌이 공감해 줘서 다행이었다. 수업에서 배우면 된다는 말을 듣자 이때부터 긴장이 딱 풀린 것 같았다.

 

헬렌은 이외에도 온라인 수업이 왜 더 어려운지, 학생들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는지, 현재완료와 과거시제의 차이점을 설명하라든지, 문장의 강세는 어느 곳에 와야하는지 등의 질문을 했다. 한시간이 금방 지나버렸다.

 

"축하해요. 셀타 코스에 합격했어요. 앞으로 수업은 이렇게 진행될 거예요...."

 

이제 정말 안심했다. 떨어져도 괜찮다고 속으로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합격하는 게 당연히 기분이 좋다. 

 

사실 전날 꿈에 오징어게임 못지않은 다이나믹한 서바이벌 게임이 나왔는데... 아무래도 이 면접에 압박감을 느꼈나 보다. 이제 좀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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