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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 동화로 읽는 심리학 이야기

by 밀리멜리 202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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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매력이 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 사람 심리를 꿰뚫을 수 있을 것 같고, 타인의 마음을 분석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다 내 마음도 공부하고, 나의 트라우마나 상처도 치료하게 될 수 있을것만 같다.

 

 심리학이 그렇게 쉽고 재미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대학 신입생들이 이런 부푼 기대를 안고 심리학 수업을 신청하지만, 무슨 무슨 효과, 딱딱한 이론, 어려운 용어에 부딪혀 정작 고학년 심리학 수업에는 사람이 텅텅 비다시피 한다. '심리학자'라는 타이틀을 따려고 해도 박사학위는 필수이니, 심리학은 정말 어려운 학문이 맞다.

 

하지만...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 류혜인 저

 

이 책에서는 25편의 동화를 소개하고, 각 동화 주인공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를 심리학적으로 설명한다. 전혀 어렵지 않고 술술 넘어간다. 쉽게 심리학 용어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신선하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떡먹는 호랑이가 쓴 설득심리법

 

어느 아낙이 잔칫집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산을 넘는다. 첫번째 고개에서 호랑이는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하고, 아낙은 별 망설임 없이 떡을 던져 준다. 두번째 고개에서 호랑이는 떡을 다 달라고 하고, 세번째 고개에서는 팔을 달라고 요구하며, 다음 고개에서는 다리를 달라고 하고, 결국에 그 아낙은 잡아먹힌다.

 

 

만약 호랑이가 처음부터 몸뚱이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면, 아낙은 죽을 힘을 다해 도망가든 싸우든 그 요구를 절대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떡 하나'로 시작한 호랑이는 차례차례 요구사항을 늘려나가는 교묘한 설득심리법을 쓴다.  결국에 통째로 잡아먹게 해달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하고, 아낙은 어이없게도 이 요구를 들어준다. (팔다리가 없는 시점에서는 뭐, 선택의 여지가 없긴 하지만)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이라고 한다. 

 

이 기법은 상대에게 요구를 하고 허락받기를 원할 때 써먹을 수 있다. 처음에는 거절하지 않을 법한 작은 요구를 하고, 그 요구를 들어주면 다음에는 더 큰 부탁을 해서 조금씩 상대방이 허락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것의 반대 기법도 좋은 설득 기법이다. 이는 '면전에서 문 닫기' 기법이라고 부른다. 처음에 먼저 무리한 부탁을 하고, 상대방이 거절을 하면 다음에 뒤이어 더 작은 부탁을 하는 방식인데, 거절을 한 상대방이 미안해서라도 두번째 부탁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조금씩 요구를 늘려서 허락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상대를 미안하게 만들어라

 

 

 심리적 반발심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토록 열렬히 사랑한 이유는 주변의 반대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이런 청개구리 심보는 '심리적 반발심'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주변에서 정말 많이 찾을 수 있다.

 

  • 낙서 엄금 표지판 주위에 낙서가 더 많은 현상
  • 시험기간에 오히려 평소 읽지 않던 책이 더 재미있어지는 현상
  • 마스크를 쓰라고 하니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들
  • 읽지 못하게 비닐 포장을 한 책들이 더 잘 팔리는 현상 
  • 잔소리 듣기 싫은 마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져!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는 행복했다?

 

인어공주는 인간 왕자를 사랑해서, 인간의 다리를 얻으려고 기꺼이 목소리를 잃겠다고 말한다. 목소리뿐 아니라 걸을 때마다 가시밭길을 걷는 듯한 고통을 받고, 왕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물거품이 된다는 계약 사항을 모두 알면서도 인어공주는 굳이 그 길을 택한다.

 

불리한 걸 알면서도 계약한 인어공주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지만, 인어공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인어공주는 자기가 원하는 걸 확실히 알고, 그것만 있으면 만족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선택하는 방식에 따라 사람을 '극대화자'와 '만족자'로 구분했다.

 

극대화자란 어떤 상황에서든 최고의 선택만 하려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모든 선택지를 확인하고 선택의 폭을 극대화시킨다. 옷을 사려고 할 때 열군데 옷가게가 있으면 모두 둘러보는 게 당연하다.

 

반면 만족자는, '이 정도면 됐지. 이게 최선이야.' 하고 일단 선택하면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않고 만족하는 사람을 말한다. 인어공주는 만족자 스타일이다. 자기가 원하는 조건- 즉, 인간의 다리를 갖고 싶다만 만족하면 더 이상 시간과 에너지를 쓸 필요를 느끼지 않는 타입이다.

 

인어공주는 자기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다른 대안을 찾아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이다. 만족자는 언제나 극대화자보다 행복하다. 극대화자는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 때문에 후회하고, 선택한 후에도 걱정하며 불안해한다.

 

그러니 더 행복하고 싶다면, 자기 내면을 잘 살펴보고 '내가 정말 뭘 원하는지'를 깨닫고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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