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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캐나다 퀘벡 공무원 면접후기

by 밀리멜리 2021.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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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의료비서 면접을 보고 망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망한 면접이 끝나자마자 정부사이트에 난 채용공고가 있어서 그곳에도 지원을 했다. 이곳에서는 워드, 엑셀, 프랑스어 시험 링크를 보내주고 시험부터 보라고 연락이 왔다. 그날 저녁 컴퓨터로 시험을 봤고 바로 다음날 아침 연락이 왔다.

 

"워드, 엑셀과 프랑스어 시험 결과가 좋은데 클래스 1에 도전해 볼래요?"

 

클래스 1이 뭔지도 모르고 일단 하겠다고 했다. 

 

"그럼 시험 링크를 보내줄게요. 면접 때 클래스 1 의료비서의 역할이 뭔지 물어볼 테니 미리 준비하세요."

 

해서 메일로 보낸 링크를 받고 한번 더 시험을 쳤다. 워드와 엑셀의 경우 한국의 컴퓨터 자격 시험에 비하면 정말 껌이었다. 워드는 문서작업 해본 사람이라면 대충 다 할 수 있는 쉬운 시험이었고, 엑셀도 어려운 함수문제는 하나도 없었다. 그냥 평균구하기나 총합 구하기 정도.. 😅 다만 프랑스어가 난관이었는데, 사전 찾아가며 시험을 치니 그럭저럭 점수가 잘 나왔다. 70점만 넘으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대망의 클래스 1 면접날... 화상 면접이었는데, 면접 질문이 좀 달랐다.

 

"클래스 1 의료비서의 역할이 무엇인가요?"

"회의를 열고 참석자를 소집할 때 어떻게 메일을 작성해야 합니까?"

"회의 참석자가 회의 주제를 추가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이미 다른 참석자에게 소집메일을 보낸 상태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습니까?"

"상사가 방해받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누군가 전화해 지금 당장 통화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실수로 문서를 삭제했는데, 그것때문에 동료가 화가 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습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질문이 구체적이어서 당황했다. 특히 동료가 내 실수 때문에 화가 나 있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서는 어버버하고 대답을 못하고 횡설수설을 했다.

 

"만약에 제 실수 때문에 동료가 화가 난 상태라면... 아, 일단 상황을 잘 설명하고... 그리고..."

 

하다가 이대로라면 망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긴장해서... 질문을 한번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

 

하고 시간을 좀 더 벌었다. 그래도 한참 30초정도 횡설수설을 하다가 '일에 방해되지 않도록 원만히 해결한다'라는 말을 하니 면접관이 좋다는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짧지만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던 면접이 끝났다.

 

이 면접관에게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면접관이 "역할에 대해 질문할테니 미리 준비하라"라고 조언을 해 주어서, 면접 전에 꽤 많이 준비할 수 있었다. 준비한 대답 중 써먹은 건 하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서투르더라도 천천히 말하는 연습을 했더니 긴장도 덜하고 어떻게든 대답할 수 있었다. 면접 전에도 이 면접관과 세네번 통화를 했는데, 그때마다 '질문하고 싶은 거,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나 연락해라'라고 친절하게 말해준 사람이다.

 

와!!!!! 드디어 끝났다!!!

 

면접 끝난 기념으로 통닭 뜯기로 남친과 3일전부터 약속했다.

 

통닭 뜯으러 간 식당

 

테이크아웃 해서 집에 오는 와중에 이런 메일을 봤다.

 

축하합니다! 

"우와! 나 아까 면접 본 거 됐대!!"

"우와아아아!!!!!!"

 

이 메일은 정부기관의 직원이 되려면 여러가지 서류를 작성해 보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신체검사 질문지, 코로나 백신여권, 학교졸업장, 워크비자, 서약서, 설문지.... 72시간 내로 보내라길래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서류를 13가지나 보냈다.

 

각종 서류를 보내고 나서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 영주권도 없는데 공무원이 된건가?

 

정부 채용공고 사이트를 볼 때까지만 해도 공무원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았는데, 외국인 신분으로 이게 가능한가 싶다. 

 

그런데 퀘벡은 오히려 국가직을 채용할 때 외국인들에게 혜택을 준다. 아시아인이면 이곳에서는 "비쥬얼 마이너리티"에 속하는데, 백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백인이 아닌 사람에게 오히려 가산점을 주는 이 정책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특히 공무원은 외국인들이 많은 편이다. 이것도 또 하나의 기분좋은 컬쳐쇼크다.

 

영어교육 자격증 따는 코스를 들으려 했는데, 그건 조금 미뤄야 할 것 같다. 12월 초부터 일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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