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어 수업은 막간을 이용해여 성격 테스트를 했다. MBTI같은 성격 유형 테스트가 유행이기도 하고, 특히나 자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좋은 수업 소재가 된다.
테스트 링크를 누르자마자 질문이 나왔다.
"선생님 추상적이 무슨 말이에요?"
"어 추상적은.... 막연한 거야. 물질적인 게 아니고, 사랑, 도덕, 행복, 정의... 이런 것처럼 눈으로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 같은 거야."
"아아."
하고 30초 있다가, 또 다른 친구가 질문을 한다.
"선생님!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무슨 말이에요."
"추상적인 아이디어는 구체적이지 않고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 아까 말했듯이 사랑, 정의, 행복같이 우리가 생각으로만 알 수 있는 걸 말해."
"으음...?"
"영어로 abstract."
"아!!"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또 누군가 질문을 한다.
"쌤 근데 추상적인 게 무슨 말이에요."
"😅😅😅 자꾸 어려우면 사전을 한번 같이 보자."
"쌤! 사전 뜻이 더 어려워요."
"그러네. 근데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좀 더 생각해 보면 쉬워. 사랑! 사랑이 있다는 건 아는데, 우리가 어떻게 알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아무 형체나 냄새, 온도도 없잖아. 그런 식으로 형체는 없지만 말로 표현하거나 생각을 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을 추상적이라고 해. 눈에 안 보이는 개념을 나는 잘 이해하는 편인지 아닌지 골라보자."
이런 성격유형 테스트는 하고 나면 서로 맞다, 맞다! 완전 꼭 나다 이런 반응이 나온다. 물론 재미로 하는 테스트지만 결과지를 보고 스스로 자기는 어떤 성격인지, 테스트가 맞는지 아닌지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다.
여기서 테스트만 끝내지 않고, 자기 성격유형을 증명하는 에피소드를 말해보자고 하니 재밌는 이야기가 나왔다.
"저는 말이 많다가 나왔는데, 저 정말 말이 많거든요. 학교에서도 '누가 계속 몰래 떠드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기가 누구인지 알겠지! 조용해!' 하는 선생님 말 진짜 많이 듣거든요. 그게 항상 저예요. 떠들다 보면 친구들하고 몰래 시선 주고받고 그래요."
"오~! '시선을 주고받다'는 저번 시간에 배운 표현인데, 잘 써먹네!"
"저는 신중하고 느긋하다가 나왔는데, 정말 결정이 느려요. 얼마 전에 친구들이랑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는데,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저만 혼자 오랫동안 골랐거든요. 친구들은 먼저 다 사 먹고... 제가 제일 마지막으로 샀는데 그 아이스크림이 제일 맛있고, 다른 친구들은 맛이 없는 걸 골랐대요."
"신중한 성격이 느려 보일 때도 있지만 결국은 결과가 좋네?"
"네. 😊"
"저는 독립성과 책임감이 강하다고 나왔어요."
"어! 정말 맞네. 너 아까 지금이라도 독립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맞아요. 제 방에 와서 물건 건드리고 자리 바꾸는 거 싫어요. 부모님 콘트롤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격이 나왔어요. 이거 진짜 맞는데, 친구들 문제 있으면 다 고민 상담해주고, 그대로 받아서 친구가 진짜 진짜 많아요.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엄마라고 불려요. 있는 그대로가 좋고, 누가 억지로 바꾸는 걸 정말 싫어해요."
"와, 그렇구나. 좋은 경험 이야기 고마워. 그럼 얘들아, 지금까지 친구들이 이야기한 거 다 잘 들었지? 누가 어떤 성격이었는지 퀴즈 맞혀보는 거야."
퀴즈라고 하니 맞추고 싶어서 아이들이 눈이 반짝인다.
"누가 말 많은 성격이었지?"
"A!!!!"
"오, 맞았어. 좋아, 좋아. 그리고 결정이 느리고 느긋한 성격은 누구였지?"
"M!!!"
이렇게 수업을 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나누니,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아이들이 계속 남아서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서로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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