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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한국어수업

성격테스트 하다가 나온 말 '추상적인'이 무슨 뜻이에요?

by 밀리멜리 2021.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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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어 수업은 막간을 이용해여 성격 테스트를 했다. MBTI같은 성격 유형 테스트가 유행이기도 하고, 특히나 자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좋은 수업 소재가 된다.

 

테스트 링크를 누르자마자 질문이 나왔다.

 

나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게 어렵다. O? X?

 

"선생님 추상적이 무슨 말이에요?"

"어 추상적은.... 막연한 거야. 물질적인 게 아니고, 사랑, 도덕, 행복, 정의... 이런 것처럼 눈으로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 같은 거야."

"아아."

 

추상적이라는 게 무슨 뜻일까?

 

하고 30초 있다가, 또 다른 친구가 질문을 한다.

 

"선생님!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무슨 말이에요."

"추상적인 아이디어는 구체적이지 않고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 아까 말했듯이 사랑, 정의, 행복같이 우리가 생각으로만 알 수 있는 걸 말해."

"으음...?"

"영어로 abstract."

"아!!"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또 누군가 질문을 한다.

 

"쌤 근데 추상적인 게 무슨 말이에요."

"😅😅😅 자꾸 어려우면 사전을 한번 같이 보자."

 

'추상적' 사전 검색결과

"쌤! 사전 뜻이 더 어려워요."

"그러네. 근데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좀 더 생각해 보면 쉬워. 사랑! 사랑이 있다는 건 아는데, 우리가 어떻게 알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아무 형체나 냄새, 온도도 없잖아. 그런 식으로 형체는 없지만 말로 표현하거나 생각을 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을 추상적이라고 해. 눈에 안 보이는 개념을 나는 잘 이해하는 편인지 아닌지 골라보자."

 

 


 

이런 성격유형 테스트는 하고 나면 서로 맞다, 맞다! 완전 꼭 나다 이런 반응이 나온다. 물론 재미로 하는 테스트지만 결과지를 보고 스스로 자기는 어떤 성격인지, 테스트가 맞는지 아닌지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다.

 

오 이거 완전 나네

 

여기서 테스트만 끝내지 않고, 자기 성격유형을 증명하는 에피소드를 말해보자고 하니 재밌는 이야기가 나왔다.

 

"저는 말이 많다가 나왔는데, 저 정말 말이 많거든요. 학교에서도 '누가 계속 몰래 떠드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기가 누구인지 알겠지! 조용해!' 하는 선생님 말 진짜 많이 듣거든요. 그게 항상 저예요. 떠들다 보면 친구들하고 몰래 시선 주고받고 그래요."

"오~! '시선을 주고받다'는 저번 시간에 배운 표현인데, 잘 써먹네!" 

 

"저는 신중하고 느긋하다가 나왔는데, 정말 결정이 느려요. 얼마 전에 친구들이랑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는데,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저만 혼자 오랫동안 골랐거든요. 친구들은 먼저 다 사 먹고... 제가 제일 마지막으로 샀는데 그 아이스크림이 제일 맛있고, 다른 친구들은 맛이 없는 걸 골랐대요."

"신중한 성격이 느려 보일 때도 있지만 결국은 결과가 좋네?"

"네. 😊"

 

느긋한 성격

 

"저는 독립성과 책임감이 강하다고 나왔어요."

"어! 정말 맞네. 너 아까 지금이라도 독립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맞아요. 제 방에 와서 물건 건드리고 자리 바꾸는 거 싫어요. 부모님 콘트롤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격이 나왔어요. 이거 진짜 맞는데, 친구들 문제 있으면 다 고민 상담해주고, 그대로 받아서 친구가 진짜 진짜 많아요.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엄마라고 불려요. 있는 그대로가 좋고, 누가 억지로 바꾸는 걸 정말 싫어해요."

 

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고민상담해주는 성격

 

"와, 그렇구나. 좋은 경험 이야기 고마워. 그럼 얘들아, 지금까지 친구들이 이야기한 거 다 잘 들었지? 누가 어떤 성격이었는지 퀴즈 맞혀보는 거야."

 

퀴즈라고 하니 맞추고 싶어서 아이들이 눈이 반짝인다. 

 

"누가 말 많은 성격이었지?"

"A!!!!"

"오, 맞았어. 좋아, 좋아. 그리고 결정이 느리고 느긋한 성격은 누구였지?"

"M!!!"

 

이렇게 수업을 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나누니,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아이들이 계속 남아서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서로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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