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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영상리뷰

수상한 그녀 감독이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이라고?

by 밀리멜리 202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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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맘이 따뜻해지고 살짝 코믹한 영화를 보고 싶어서 '수상한 그녀'를 봤다. 근데 이 따뜻한 영화를 오징어 게임 감독이 만들었다구?

 

황동혁 감독 전작 - 남한산성, 수상한그녀, 도가니

 

오징어게임 감독: 황동혁

 

맞네?! 

 

'오징어 게임'과 '수상한 그녀'는 장르부터 180도 다르지만 비슷한 점이 있다. 두 작품 모두 황동혁 감독의 어린 시절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이다. 어린시절 황동혁 감독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홀어머니와 할머니 밑에서 컸다고 한다. 그 경험이 오징어 게임에서는 조상우의 어머니가 홀로 장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수상한 그녀에서도 할머니가 혼자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지만 수상한 그녀는 보고 나면 맘이 따뜻해지는 필굿 코미디 영화다.

 

영화 수상한 그녀

 

아들 자랑만 해대는 욕쟁이 할매 오말순은 힘든 인생을 보냈다. 결혼하자마자 남편은 독일 광부로 파견되었다가 죽고, 젊은 시절 내내 고생하고 일해서 아들을 하나 키워냈다. 그 아들이 잘 자라 국립대 교수가 되지만, 말순의 유일한 낙은 친구들에게 아들 자랑을 하는 것뿐이다. 

 

어느 날, 그렇게 끔찍이 생각하는 아들과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에 보내려는 걸 알게 된다. 어느 사진관에서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본 말순 할머니는 영정사진을 찍기로 하는데, 그 순간부터 갑자기 20대의 몸으로 돌아간다.

 

이십대의 할머니 역을 맡은 심은경의 연기가 일품이다. '써니'에서도 찰진 욕을 무지하게 잘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수상한 그녀에서도 욕쟁이 할머니 역을 뻔뻔하게 잘 해낸다.

 

지금 나한테 씨부렁거렸냐?

몸은 젊게 변했어도, 말투와 기억은 할머니 그대로여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모두 재밌다.

 

브릿지도 번쩍

활기찬 몸을 가지고 펄펄 날아다니는 오말순. 자신을 요양원에 보내려고 하는 가족들에게 젊어진 몸은 비밀로 한다. 그리고 자식을 키우느라 잊었던 자신의 꿈, 가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TV에 나올 정도로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오말순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질문이 있다.

 

내가 70살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니, 무작정 싫어한다고 피할 수 없다. 내가 70살이 되면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지금은 두려운 일도 많지만, 그때에는 느긋하게 두려운 일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그렇다. 누구나 노인이 되지만, 사람들은 주름살이 생기는 걸 싫어하고 노화되어 약한 신체를 혐오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신체적 약점은 편견일 뿐이다. 청춘 내내 힘들고 고되게 일했던 노인들이 사회생활에 참여하면 얼마나 큰 잠재력을 펼칠 수 있을지 상상하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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