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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연휴 기간에 일하기

by 밀리멜리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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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이라 정말 조용하다. 다들 휴가를 냈나 보다. 오늘 아침 지하철역에서 나 혼자만 지하철을 탔고, 한 칸에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앞칸에 한명, 뒷칸에 두명 정도로 드문드문하다.

 

휴가 때문이기도 하고, 오미크론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그래도 지하철이 이렇게 한적한 건 참 보기 드물다. 

 

자리에 앉아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내 앞에 와서 말을 안하고 얼버무린다. 노숙자인 것 같아 손가락으로 동전 표시를 했더니 끄덕끄덕한다. 지갑 안에서 1달러 동전을 하나 꺼내 건네줬다.

 

"메르씨! 메르씨! 쎄 쟝티! (고마워요! 친절하시네요!)"

 

보통 구걸하는 사람에게 돈을 잘 건네주진 않는데, 연말이기도 하고 너무 춥기도 해서 돈을 주었다.

 

마리-크리스틴의 선물!

내 책상 위에 귤과 초콜릿, 사과 모형이 놓여져 있었다. 재택 근무 중인 마리-크리스틴이 잠깐 사무실에 들렀는데, 마리-크리스틴이 놓고 간 건가?

 

"마리-크리스틴! 이거 네가 준 선물이야?"

"오, 맞아. 안그래도 말해줄려고 했는데. 너 혼자 일하지?"

"응. 수습기간이라서 아직 재택근무도 못하고 그렇게 됐네."

"이거라도 먹고 힘내. 이 사과는 스트레스볼이야."

"우와, 고마워!"

 

귤과 초콜릿은 바로 먹어치웠고, 스트레스볼은 집에 가져왔다. 스트레스볼을 누르니 기분이 좋아진다. 은근히 효과가 있다.

 

새로운 사무실

사무실 공기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오래된 건물이라 지하실에 해로운 물질이 있다면서 공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공사 때문에 사무실을 옆건물로 옮겼다. 여기 사람들도 모두 친절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같은 팀이 아니니 다가가기가 좀 어렵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솔직히 말하면, 아는 사람이 없어서 좀 외롭기도 하지만 그 덕에 눈치 안보고 맘대로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며 일할 수 있으니 그것도 좋다.

 

 

"연휴기간에 일하니 좀 힘들죠? 다른 사람들은 다 휴가인데, 우리만 일하네요!"

 

어떤 여자가 남미 억양의 프랑스어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러네요! 월요일이라 더 그래요. 그래도 이틀만 더 일하면 공휴일이잖아요."

"맞아, 맞아요. 그때만 기다리는 거죠. 그럼 힘내요! 바이~" 

 

이렇게 말을 걸어주면 고마운데, 아직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 걸기는 쉽지 않다. 😅 

 

점심 - 빠떼 멕시칸

모르는 사람과 말 몇마디 나누긴 쉬워도 함께 점심을 먹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혼자 먹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대부분 회사 동료들과 점심을 먹었는데, 여기 와서는 혼자 점심을 먹은 날이 더 많다. 익숙해지니 이것도 편하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사왔다. 지금까지 항상 집에서 도시락을 싸왔는데, 퀘벡 사람들은 보통 뭘 먹나 궁금해서 한번 구내식당 점심을 사봤다. 이 메뉴는 빠떼 멕시칸이라는 이름의 음식인데, 맛은 그냥 그랬다. 

 

오트밀 쿠키

간식으로 나온 오트밀 쿠키는 괜찮았다! 딱딱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부드러워서 맘에 들었다. 맛있군!

 

새로운 사무실에는 날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내가 출근하지 않아도 아무도 모르는 거 아냐? 하고 점심만 먹고 집에 가는 상상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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