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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2020 노벨문학상을 받은 루이스 글릭의 시는 어떤 작품일까?

by 밀리멜리 2020.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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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자, 루이스 글릭(Louise Glück)은 미국의 시인이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작품이 하나도 없다는 말에 조금은 안타까웠다. 시는 어느 문학작품보다도 번역이 어렵다. 번역 작업을 거치고 나면, 영시의 라임과 단어의 느낌이 모두 사라진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서점에 베스트셀러로 루이스 글릭의 시집이 쌓일 텐데, 누가 그 영시들을 어떻게, 잘 번역할 수 있을지 기대되기도 한다. 

 

왜 루이스 글릭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을까? 노벨상 위원회는 그녀의 작품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엄격하면서도 시적인 목소리가 개인의 존재를 보편적으로 만든다.
(...her unmistakable poetic voice that with austere beauty makes individual existence universal)”.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나는 'austere(엄격한)'이라는 말에 주목하고 싶다. 다른 서평에서도 'austerity(엄격함)'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2014년 뉴욕타임즈에 그녀의 서평을 쓴 비평가 피터 캠피온은 그녀를 두고 'disabused austerity'라고 표현하는데, '엄격하다'라는 말 한마디로 disabused austerity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 전달할 수 없다. 굉장히 깐깐하고, 금욕적이며, 절제되었으며 고요한 목소리로, 무언가 잘못된 것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지적하며, 타인에게 깨달음과 뉘우침을 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이 서평들과 사진에서 보이는 그녀의 굳은 표정을 보면, 엄격하고 무서우며 항상 검은 옷을 입는 기숙사의 사감님이나, <빨강 머리 앤>의 마릴라 아주머니처럼 굳은 표정을 짓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물론 작가의 외모를 보고 그 작품을 파악하려 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지만, 비평가들이 표현하는 단어의 느낌이 그렇다.)

 

루이스 글릭 (출처: 뉴욕타임즈)

 

그녀의 목소리는 다정하지 않지만, 사람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가디언 지에 따르면, 그녀는 인간의 삶과 고통, 살면서 스쳐가는 작은 깨달음의 순간을 통해 회복을 노래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의 시는 격언이나 명언 같은 느낌을 주고, 인스타그램에서 인용이 많이 되기도 한다. 엄숙하고 어려운 어조이지만 읽는 사람을 깨우치게 하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녀의 시가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제야 그녀의 작품이 어떨지 대충 짐작이 간다. 누구나 살면서 겪을 만한 고통을 무감정하게 노래하지만, 그 고통에서 오는 깨달음과 함께 삶의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고 치유의 힘을 준다.

 

루이스 글릭은 자신의 산문시  “Theory of Memory" 말미에서 점쟁이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엄청나게 좋은 일들이 네 앞에 있을 수도, 혹은 이미 지나쳤을 수도 있지. 확신하기가 쉽지 않아,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뭐가 다르겠니? 넌 지금 점쟁이 손을 잡고 있는 아이일 뿐이야. 나머지는 다 추측이고 꿈이란다.
Great things, she said, are ahead of you, or perhaps behind you; it is difficult to be sure. And yet, she added, what is the difference? Right now you are a child holding hands with a fortune-teller. All the rest is hypothesis and dream.

 

류시화 시인이 엮은 <마음 챙김의 시>에 수록된 루이즈 글릭의 번역시 <눈풀꽃>을 소개하며 마친다.

 

류시화 엮음, <마음 챙김의 시>에 수록된 루이스 글릭의 <눈풀꽃>.

 

 

 

 

 

출처:

뉴욕타임즈 www.nytimes.com/2014/09/28/books/review/louise-glcks-faithful-and-virtuous-night.html 

가디언 www.theguardian.com/books/2020/oct/08/louise-gluck-wins-the-2020-nobel-prize-in-literature#:~:text=The%20poet%20Louise%20Gl%C3%BCck%20has,beauty%20makes%20individual%20existence%20universal%E2%80%9D.

한국경제 www.hankyung.com/life/article/20201009128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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