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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내가 번역해본 영시 - 루이스 글릭, <떠돌이 페르세포네>

by 밀리멜리 2020.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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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페르세포네

            -루이스 글릭

 

원전에서, 페르세포네는

어머니에게 끌려가고

대지의 여신은

땅을 처벌한다 - 이것이

우리가 아는 인간의 행동과 일치한다

 

인간이란 파괴에서 

깊은 만족감을 얻는다

특히나 무의식적인 파괴에서

 

이것이 소위 말하는

부정적 창조일지도 모른다.

 

페르세포네가 처음 머물렀던

지옥에서의 체류는

학자들에게 끊임없이 할퀴어진다

처녀성을 잃은 것인지 논쟁해가며

 

그녀는 강간에 협조했나 아닌가

아니면 그녀는 취해있었는가

그녀의 의사에 반해 범해졌는가

지금의 여자아이들에게 흔히 그러는 것처럼

 

알다시피,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온다고 해서

납치되었던 상처가

모두 낫는 것은 아니다.

 

페르세포네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호손의 주인공처럼 

붉은 얼룩을 묻혀왔다

 

이 말을 계속 

써야할지 모르겠다: 대지가

페르세포네에게 "집"인가? 정말로,

그녀는 집에, 어머니신의 침대에 있는가?

어디에도 없는 집에 있는가?

그녀는 타고난 떠돌이, 즉

자기 어머니의 살아있는 복제품이 아닌가?

운명에 덜 사로잡혔을 뿐이지.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이 인물들은 실제 사람이 아니다.

딜레마나 갈등의 단면이다.

 

세 부분이 있다. 영혼이 

자아, 초자아, 이드로 나누어져 있듯이.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의 세 가지 단계,

천상과 지상, 지옥을 구분하는

다이어그램 같은 것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어디에서 눈이 내리는가?

 

백색의 망각

백색의 모독

 

찬바람이 말한다

눈이 내리는 곳은 지상이다

 

페르세포네는 지옥에서 섹스를 한다.

우리와는 달리, 그녀는 겨울이 

무엇인지 모른다, 다만

그녀가 겨울을 만들어냈다는 것만 알 뿐.
 
그녀는 하데스의 침대 위에 누워 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두려워하고 있을까? 무언가

마음 속의 생각을 지워버렸을까?

그녀가 아는 것이라곤

어머니가 대지를 다스린다는 것,

그것만은 확실하다. 또,

자신이 더 이상 소녀가 아니라는 것.

갇혀 있다는 것. 그리고

 

딸로 태어났을 때부터 갇힌 신세였다는 것.

 

갇혀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그 끔찍한 재회는

그녀의 남은 생을 갉아먹는다.

속죄를 위한 열정이 

지리하게 길어지고 치열해지면,

너는 생의 길을 택하지 않는다

생을 살아가지도 않지만

죽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너는 지상과 죽음 사이를 떠다닌다.

이상하리만치

그 둘은 닮아있다. 학자들은 말한다

 

너에게 덤벼드는 폭력이

너를 죽일 수도 있을 때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고

 

백색의 망각,

백색의 안전

 

사람의 영혼에

균열이 있다고들 한다

삶에 완전히 속하지 않은 균열.

 

대지는 우리에게

그 균열을 거부하라고 한다.

제안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협박이다—

우리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에서 보았듯

 

이 이야기는 어머니와 연인 간의 다툼으로 봐야 한다.

딸은 그저 고깃덩어리일 뿐.

 

죽음이 그녀를 덮치기 전, 그녀는

데이지꽃 없는 초원을 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그녀는 더 이상

처녀시절 부르던 

어머니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에 대한 노래를 부를 수 없다. 균열이,

그 벌어진 틈이 있는 그 곳에서는.

 

대지의 노래,

영원한 삶을 사는 신들의 노래를

 

내 영혼

그 얼룩에 산산히 조각나

지상에 속하려고 애쓰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신들의 영역에서 당신 차례가 온다면

 

"Persephone the Wanderer" from Averno by Louise Glück. Copyright © 2006 by Louise Glück. 밀리멜리 번역.

출처: poets.org/poem/persephone-wanderer

 

‘The Return of Persephone’ (1891) Frederic Leighton

 

영시는 한번도 번역해 보지 않았는데, 포스팅하다 궁금해서 읽다가 참지 못하고 번역해 보았네요. 초보자가 제멋대로 번역해서 죄송하기도 하지만, 또 노벨문학상 받은 시인의 시라고 해서 신나서 해 보았습니다. 제대로 번역 안되어 있는 부분도 많고 문장이 많이 어색하지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딸로 태어났을 때부터 갇힌 신세였다는 것', '너에게 덤벼드는 폭력이 너를 죽일 수도 있을 때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고' 부분이 감명깊네요. 신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 페르세포네라는 신화적 인물을 빗대어 성폭행 피해자들이 사건 이후 겪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를 위로하는 시 같습니다.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번역하시는 분들 있으면 피드백 많이 부탁드려요.

 

*negative creation: 이 단어가 논문이나 책 같은 곳에 등장을 하긴 하는데... 뭔지 모르겠네요. 부정적 창조라고 써도 될지 아니면 학계의 용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 호손의 주인공 -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의 주인공을 의미하는데... 호손이라고 그대로 써야할지, 주홍글씨라고 써야할지 어렵네요.

* earth : 쉬운 영단어 earth가 대지, 지상 두가지로 해석되네요. 데메테르가 대지의 여신이라 대지라고 써야 할 때가 있고, 천상과 지상 지옥을 구분할 땐 지상이고... 통일하고 싶은데 맘대로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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