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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영하 18도의 추운 날씨와 은퇴 후 일하는 사람들

by 밀리멜리 2022.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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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월요일부터 날씨가 무지하게 추워졌다. 핸드폰 화면의 오늘 온도를 보니 -18도란다. 

 

이런 날씨에는 보통 장갑이 필요하지만, 나는 항상 손을 패딩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때문에 귀찮아서 장갑을 잘 안 가지고 다닌다. 

 

게다가 휴일 동안 엄청 눈이 많이 내려서 제설차가 다녀도 부족하다. 제설차가 다니지 않는 곳은 빙판이 얼었고 그 위에 눈이 또 내렸다. 눈이 내린 쪽으로 걸으면 싸악 싸악 소리가 나서 쉽게 걸을 수 있지만, 잘못 디디면 그 눈 아래 빙판이 있어서 위험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눈이 많이 오니 세상이 환해서 좋다. 날씨가 흐려도 눈이 햇빛을 반사해서 반짝반짝하다. 가끔씩 실내등을 켜는 걸 잊어버리기도 한다. 

 

눈썰매 탈 준비!

또 하나 좋은 점, 눈이 오면 아무 언덕에서나 눈썰매를 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 친구가 코로나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플라스틱 눈썰매 두 개를 주고 갔다. 가지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휴일에 집에만 있고 싶어 져서 미뤘다. 아직 2달 정도는 계속 눈이 올 테니 괜찮다.

 

점심 라비올리

오늘 점심은 라비올리와 샐러드였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 구내식당 느낌이다.

 

임시 사무실

사무실을 옮기고 난 지 벌써 2주일이 지났다. 

 

이 사무실에 전화기가 고장나서 새로 설치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2주일 만에야 사람이 왔다. 연휴기간이었으니 연휴가 끝나고 나서야 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 2주가 걸렸다.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놀랍다. 점점 익숙해지나 보다. 한국이라면 아마 몇 시간 만에 전화기를 가져다줬을 것 같다. 설치기사가 내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새로 사무실을 옮겼군요! 잘 지내고 있어요?"

"네, 괜찮아요!"

"전화기 설치할 테니 컴퓨터도 꺼주세요. 전화선도 컴퓨터랑 연결되어 있거든요."

"당연하죠."

"그런데, 이전 사무실 번호가 뭐예요?"

"사무실 번호요? 이런, 기억이 안나는데요."

"흠... 그럼 괜찮아요. 이름 찾아서 갈게요."

"근데 왜 이전 사무실 번호가 필요하세요? 전화 여기에만 설치하면 되는데..."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일단 이 전화 좀 설치할게요."

 

전화를 설치하니 음성사서함 확인하는 법과 전화 돌리는 법을 다 알려주신다. 전화 설치 후, 기사님은 내 이전 사무실에 들러서 전화를 새 전화번호로 돌리는 것까지 도와줬다. 아무도 안 알려줬었는데 감동이야... 엄청 친절하네! 

 

"정말 친절하시네요. 제가 해도 되는데, 고마워요!"

"확실하게 끝까지 해야죠. 여기서 처음 일한다고 했죠? 나는 원래 회사에서 파이낸스 쪽 일을 했었는데, 은퇴하고 여기서 일하는 거예요."

"와, 은퇴 후에도 일을 하시는군요! 대단해요."

"청소년 복지 쪽에서 일하고 싶었거든요."

 

요즘에는 젊은 나이에 은퇴하는 게 트렌드인데, 이곳에는 은퇴 후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은퇴 후에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자원봉사를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설치기사를 만나고 나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은퇴 후에 무엇을 하든 길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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