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눈이 많이 내려 눈썰매를 타러 가고 싶었다. 공원 언덕에 푹신한 눈이 많이 쌓여서 그 위로 시원하게 눈썰매를 타면 정말 재미있다.
그런데 하필 이번 주말에 북극 바람이 몰려오고 눈폭풍도 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냥 집에서 쉬어야 하나?
금요일 점심시간에, 눈폭풍이 온다고 추워지니 단단히 옷을 입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주말에 -28도까지 내려간다는데?"
"우와, 진짜요? 밖에 나가려고 했는데 너무 춥겠어요."
"뭘, 밖에 나가도 돼. 옷만 단단히 잘 입으면 되지."
디안은 백발에 웨이브진 긴 머리를 툭 어깨 뒤로 넘기며 말했다. 옷을 잘 입으라는 퀘벡 할머니의 조언을 듣고, 밖에 나가서 데이트를 즐기기로 했다.
다만 눈썰매 대신 따뜻한 실내 도서관에 가서 책 한 권 읽고 오기로 했다. 털모자 쓰고, 장갑 끼고, 패딩 입고, 스노우팬츠에 방수 신발을 신으니 다닐 만하다. 추울까 봐 걱정했는데 어린아이들도 밖에서 잘 걸어 다닌다.
"너무 추우니까, 오히려 공기가 맑아진 느낌이다."
"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좀 뭔가 정화된 느낌이 들어."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나 보다. 길거리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도 따뜻한 도서관 안은 꽤 사람들이 보였다.
여기저기 편한 의자가 띄엄띄엄 놓여 있어서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으면 된다.
2층의 만화책 코너에서 발길이 멈췄다. 신문 만화 캘빈과 홉스! 다른 곳 볼 필요 없이 이곳에서 아무거나 한 권을 꺼내 읽었다.
제목은 "그런 날도 있지!" 마음에 드는 말이다. 며칠 전에도 이 말을 많이 들었는데, 비슷한 표현으로 Ça arrive.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 라고 말하기도 한다.
캘빈: 요즘 사람들은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려고 하는 거 알아?
캘빈: 운전하면서 전화하고, 밥 먹으면서 TV 보고, 일하면서 음악 듣고...
캘빈: 한 가지만 집중해서 잘하려고 하지 않는단 말이지.
홉스: 난 너 때문에 집중 못하겠어.
캘빈: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는 거에 집중하고 있는 거지.
* * *
오늘 정말 좋았던 점은, 만화책이지만 프랑스어 책을 한 권 읽었다는 점이다! 30장짜리 얇은 만화책이지만 그래도 읽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계속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핸드폰 사전앱을 써서 찾아봤다. 그래도 도서관에 오니 핸드폰을 써도 SNS나 다른 것에 정신팔리지 않고, 집중을 잘 할 수 있었다. 도서관에선 집중이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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