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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슈퍼유전자 독후감 - 네덜란드인은 왜 키가 클까?

by 밀리멜리 2022.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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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출퇴근 시간 지하철 안에서 자주 책을 읽는다. 이번에 읽은 책은 디팩 초프라의 <슈퍼유전자>라는 책이다. 작가는 내과, 내분비내과, 신진대사 전문의를 취득했으며, 동양철학과 서양의학을 접목시켜 독창적인 건강론과 행복론을 주장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재미있게 읽었고 후생유전학에 관심이 생겼다.

 

 

 나쁜 유전자는 없다

 

가장 첫 챕터의 제목이다. 나쁜 유전자는 없다. 마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프로그램이 생각나는데, 이 타이틀 덕분에 책에 흥미가 생겼다.

 

인간은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는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인간은 수없이 많은 유전자 형질을 물려받고, 그 유전자가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유전자 활성은 바뀔 수 있다. 생활방식, 질병,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등의 요인으로 유전자 활성은 달라질 수 있다.

환경이 유전자를 변이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이나 과학, 음악 유전자 같은 것은 없다. 모차르트와 초보 음악가의 유전자를 아무리 비교해도 어느 것이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다. 어떤 유전자가 활성되었느냐가 다를 뿐이다.

 

모든 유전자는 좋은 유전자이며, 생존에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유전자 관련 질병이 나타나는 이유는 유전자 변이주, 돌연변이 때문이다.

 

이제 인간 DNA의 염기 서열을 알게 되고, 암, 당뇨병, 심장질환, 알츠하이머 등의 질병 위험도를 높이는 유전자와 돌연변이를 찾기 더 쉬워졌다. 그러나 어떤 것이 활성화될지는 환경과 생활방식에 달려 있고, 직접적인 원인을 밝히기 힘든 복잡한 특성을 갖고 있다.

 

 

 

 키도 유전일까?

 

키에 관련된 단일 유전자는 없다. 하지만 키와 관련된 유전자는 20개 이상이나 발견되었다. 이 20여개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될지 추측을 해볼 순 있겠지만, 정답률은 50%를 넘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와 아기의 영양상태, 생활 습관 등의 환경적 요소가 나머지 절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어나지 않은 아기가 성장해 키가 얼마나 클지 예측하기는 매우 힘들다.

 

 

 네덜란드인은 왜 키가 클까?

 

네덜란드 남성은 평균 키가 185cm로 세계에서 제일 크다. 암스테르담 거리를 걷다 보면 키가 커다란 장신의 남녀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이 항상 키가 컸던 것만은 아니다. 1820년대 이전에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유럽인 중에 키가 작은 편이었다. 1850년대 네덜란드인의 평균키는 남자 165cm, 여자 155cm였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네덜란드인은 단기간에 키가 커진 것일까?

 

세계 최장신 네덜란드 사람들

당연히 유전자가 개입되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상하게도 네덜란드인의 유전자 배열은 200년 전과 큰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한 세대가 겪은 어떤 경험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2차 세계대전 패배를 앞두고 있던 1944년 혹독한 겨울, 독일군은 네덜란드로 유입되는 식품과 물품을 모두 차단하고, 농장을 파괴했다. 끔찍한 식량부족이 닥쳤고, 암스테르담 시민들은 생존에 필요한 열량의 1/4밖에 먹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 말 네덜란드 기근

이 시기에 엄마 자궁에 있던 아기들은 심각한 저체중으로 태어났다. 놀라운 점은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비만이나 당뇨에 걸릴 확률이 두 배나 높아졌다는 것이다. 여배우 오드리 헵번도 어린 시절을 네덜란드에서 보냈는데, 이 시기에 영양실조에 걸려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겨우 연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때문에 오드리 헵번은 성인이 되어서도 우울증과 빈혈에 시달렸고, 오드리 헵번 뿐 아니라 이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여러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한다.

 

네덜란드 대기근을 겪은 오드리 헵번

이 부분을 읽고 오드리 헵번의 키를 찾아봤더니 170cm로 장신이었고, 오드리 헵번의 아들 션 햅번 페러도 199cm로 무척 컸다.

 

네덜란드의 대기근이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측은 하지만, 사실 단순한 인과관계는 찾기 힘들다. 키가 커진 것 이외에도, 대기근을 겪은 아이들은 희귀병인 셀리악병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셀리악병은 유전적 소인을 가진 자가면역질환으로, 밀의 글루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병이다.

 

대기근처럼 극도로 힘든 상황에서도 인간은 생존 방법을 배우고, 그 기억을 후손에게 물려주는가 보다.

 

 

 후성유전학에 대한 생각

 

전쟁과 굶주림이라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진화한다. 굳이 네덜란드 대기근처럼 극단적인 환경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고 그 기억을 후손에게 물려준다고 한다. 유전자가 기억을 물려준다니! 유전자는 신체적 특성만 물려준다고 생각했지, 기억을 물려준다고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렇게 DNA 자체가 아니라 외부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변화하는 것을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고 한다. 후성유전학에 관한 설명과 더불어, 건강한 생활습관과 스트레스 관리, 운동, 식습관이 긍정적인 유전자 활성을 돕는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생활습관과 현명한 선택

 이 책을 읽고 후성유전학과 관련된 기사를 읽으니 좀 더 관심이 생겼다.

 

첫번째 기사는 암에 걸린 쥐의 유전자 활성을 초기화시켜 병과 노화를 예방하는 연구를 한다는 기사였는데, 평소라면 지루해서 못 읽었을 내용이었다. 이 책을 읽고 그 기사를 읽으니 뭔가 두근두근해졌다. 노화 예방이라?!

 

또,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전자 발현체계를 변형시켜서 장기를 손상시킨다는 기사도 읽었다. 코로나 완치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미각을 잃거나 증상이 나타나는 게 유전자 활성 변이 때문이라는데... 그렇다면 코로나를 앓은 다음 세대들의 유전자 발현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진다.

 

유전자 활성 변이를 일으키는 코로나

 

사족. 이 책 내용대로라면, 유전자 조작으로 슈퍼 베이비를 만든다는 영화 <가타카>의 내용은 그렇게 쉽게 현실화될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내 크리스퍼(유전자가위) 주식이 그렇게 떨어진 건가.... 크흑.

저기요?! -50%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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