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젤렌 방과 오은영 박사의 감각안정 솔루션

회사에서 남는 시간에는 거의 회의록을 검토하며 지낸다. 직속 상사인 쟝은 별로 힘든 업무를 주지 않고 '이러저러한 일을 찾아서 해봐라'라는 언질만 준다. 덕분에 내가 찾아서 일을 하니 스트레스도 적고 편안하다. 퀘벡의 '스스로 알아서 하는 문화(autonomie)'가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익숙해지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다만 우리 회사에서 가장 높은 직책 의회장인 마담 나탈리의 비서가 오랫동안 공석이었다. 내게 처음 이틀간 업무를 가르쳐준 의회장 비서 다이앤은 내게 간식을 나눠준 그날로 장기휴가를 내고 퇴직해 버렸다(!) 😲 의회장 말고는 다이앤이 퇴직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까다롭지만 다정한 다이앤과 커피타임

까다롭지만 다정한 다이앤과 커피타임

 

윗 글을 썼던 날이 다이앤 얼굴을 봤던 마지막 날이었을 줄이야...?

 

덕분에 한 달간 내가 다이앤의 이러저러한 업무를 대신하게 되었다. 마담 나탈리는 보통 이메일로 업무를 전달하는데, 하나하나 처리할 때마다 잘했다고 고맙다고 칭찬해 주는 걸 잊지 않는다. 계속 좋은 피드백을 받아서 자신감이 생긴다. 하지만 난 배워야 할 것이 아직 많고, 나탈리의 직속비서가 아니라서 나탈리도 나도 빨리 누군가 와주기를 바라고 있다. 

 

아무튼 회의록을 처음 읽을 때에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컴퓨터 화면에 항상 영어-프랑스어 번역기와 프랑스어 웹사전을 띄워놓는 것은 필수다.

 

 

 스누젤렌 방

 

내가 속해있는 기관은 의료-보건복지부 중에서도 청소년 산하 기관이다. 특히 학대받은 아동,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보살피고 사회복귀 재활을 돕는 곳이다. 

 

회의록을 읽다가 어느 청소년에게 보호시설 안의 '스누젤렌 감각안정방'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스누젤렌 방이 뭐지? 검색해 보니 이런 이미지가 나온다.

 

스누젤렌 방

스누젤렌이라는 말은 원래 네덜란드어로, snuffelen(냄새맡다, 느끼다)와 doezelen(졸다)의 합성어이다. 스누젤렌 대신 다중감각 공간, 감각 안정방이라는 말로도 사용된다. 원래는 발달장애아동과 성인, 치매노인과 ADHD 아동의 회복을 돕는 방이지만, 최근에는 그 효과가 뛰어난 것이 드러나 일반 학교와 보육시설에도 설치되어 있다. 

 

스누젤렌 방의 물기둥

 

이 방은 편안하고 휴식을 취하기 좋게 꾸며져 있고, 시각, 촉각, 청각, 후각 모두를 체험할 수 있다. 흰색 벽과 흰 커튼이 쳐진 방에 안정적인 조명과 물기둥, 푹신한 쿠션과 바닥이 있고, 사용자가 향을 맡거나 안정감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스누젤렌 방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 뇌의 신경연결 강화
• 안정감 형성
• 운동신경 촉진
• 집중력, 학습능력 강화
• 사회화 촉진
• 또래와 커뮤니케이션 강화
• 감정, 언어발달 촉진

 

리서치해보니 정말 좋은 효과가 많다. 이런 공간은 가이드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겠지만, 나도 나중에 큰 집으로 이사 가면 이런 공간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금쪽같은 내새끼 통잠 솔루션

 

하루 종일 아동복지와 정신건강 관련 글을 읽다 보니, 금쪽같은 내새끼 방송을 볼 때도 새로운 게 보인다. 

 

어제 본 에피소드에서는 예민해서 잠을 못 이루는 아이들이 나왔는데, 통잠을 못 자는 아이들에게 이런 솔루션들이 있었다.

 

• 하루 30분 이상 충분한 야외활동 (멜라토닌 생성)
• 따뜻한 목욕
• 촉각 자극 마사지
• 가벼운 스트레칭
• 조명 어둡게 하기

 

이 중에서도 촉각 자극 마사지나, 조명 어둡게 하기 솔루션이 감각 안정을 시켜주는 스누젤렌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듯하다.

 

오박사 님의 조언:

촉각 마사지를 할 때에는 로션을 바르고 가벼운 압박을 주며, 관절에서 관절까지 쭉쭉 한 번에 마사지할 것!

쭉쭉 밀고 난 후에는 관절을 살짝 늘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게 한다.

 

취침시간에는 외부조명을 낮추고, 잠시 아이들에게 낮고 부드러운 시각 자극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