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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까다롭지만 다정한 다이앤과 커피타임

by 밀리멜리 202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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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조용한 금요일이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알고 보니 오전에 큰 회의가 있어서 디렉터들은 모두 그 회의에 갔다고 한다. 조용하고 바쁘지 않으니 마음이 놓여서 사무실 사진도 한번 찍어보았다.

 

사무실 내 자리

 

바로 옆 비서인 다이앤과 정말 많이 친해졌다. 다이앤은 나에게 회의 준비하는 법, 회의실 예약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실제로 한번 해보라며 각각 단계를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연습하는 겸 해서 진짜 회의실을 예약해 보자. 너랑 나랑 둘이서 회의하는 거야."
"회의 제목은 뭘로 할까요?"
"아무거나! 봉주르 넣어. 그리고 시간은 금요일 오후 2시, 장소는 메리-에밀리 회의실로 해. 요즘은 코비드 때문에 회의실 예약하지 않고 다 화상으로 회의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중을 위해 알아둬야지."
"그렇군요. 가르쳐주셔서 고마워요. 회의 내용에는 뭘 쓸까요?"
"음, 커피 한잔."
"오, 그거 완전 좋은데요? 그럼 이렇게 보낼게요."

"좋아, 좋아. 다 됐군. 그럼 나는 내 사무실에 가서 회의 수락할 테니까, 또 물어볼 거 있으면 언제든 찾아와."
"정말 고마워요!"

 

5분 후, 메일로 다이앤의 답장이 왔다.

"회의에 참석할지 말지 지금은 확실하지 않구만. 일단 수락은 해놓겠지만, 임시로만 해놓는거야."

또 3분 후, 다이앤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좋아, 이제 보니 참석할 수 있겠어 :)"

 

다이앤의 유머섞인 메시지를 보고 잠시 웃었다. 성미 까다롭지만 다정한 캐나다 할머니같은 느낌ㅋㅋ

 


"점심 드실래요?"

 

다이앤 사무실에 가서 얼굴만 빼끔 내밀고 물었다. 

 

"으음, 아니야. 난 점심시간에 나가서 뭘 좀 사와야 해."

"그래요, 그럼."

"혼자 사무실에서 먹게? 오늘은 어쩔 수 없지만 다음에 꼭 같이 먹자."

"당연하죠. 좋아요!"

 

그리고 회의실을 예약해 놓은 2시가 되니, 다이앤이 다시 왔다.

 

"커피 마셔야지?"

"오오, 좋아요, 가요!"

"이쪽에 커피머신이 있어. 커피 머신이 싫으면 주변에 카페도 있지만, 눈이 와서 귀찮고 추우니까 여기서 사서 간단히 먹자. 주변에 카페 있는 거 알고 있었어?"

"아뇨, 몰랐어요. 지금까지 지하철이랑 사무실만 왔다갔다 했는걸요."

"하하하, 불쌍한 것! 주변도 좀 돌아보고 해."

"그래야겠어요. 지금까지는 정신이 없어서..."

"내가 달달한 간식거리를 사왔는데 같이 먹으면 되겠군. 내 사물함에 접시랑 포크가 있으니 가져와."

 

꺄레 오 꺄라멜, 꺄레 오 다트

 

"우와! 사진 찍어도 되죠?"

"그래, 찍어, 찍어. 이건 꺄레 오 꺄라멜이고, 이건 꺄레 오 다트야. 먹어봐. 단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저 단 거 엄청 좋아해요. 맛있겠네요! 고마워요."

"다행이네. 이걸 사러 가서 조각으로 잘라달라고 부탁했더니 친절하게 잘라주지 뭐야. 요즘은 부탁해도 안 잘라주는 곳이 많은데, 정말 친절하더라고."

"다이앤이 친절하니까 상대방도 친절한 거겠죠."

"음, 그렇지. 그건 맞는 말이야."

 

다이앤은 물건을 사러 나갔다가 혼자 밥먹는 내 생각이 나서 달달한 간식거리를 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조각으로 잘라달라는 부탁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뭐, 아닐 수도 있지만! 다이앤은 3개월 있다가 퇴직을 한다고 하는데, 벌써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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