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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오꼬노미야끼가 먹고 싶어졌다

by 밀리멜리 202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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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꼬노미야끼가 땡겨서 한번 해먹어볼까 싶다. 주말에 아시안마트에 가서 장을 좀 봐야겠다.

 

도대체 오꼬노미야끼가 왜 좋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아마 추억의 맛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내가 처음 오꼬노미야끼를 맛보았을 때는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난 독서신문반에 들어갔고, 한달에 한 번 나오는 독서신문을 위해 여름방학에도 부원들과 학교에 가서 자료를 찾고 기사를 썼다. 여름에 날도 좋고, 바람도 살살 불고, 신문기사 쓰는 건 싫증이 났다. 부장인 친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땡땡이 치자~

"우리, 오꼬노미야끼 먹으러 갈래?"
"오꼬... 그게 뭐야?"`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게 대체 뭐지?

"야, 너 한번도 안 먹어봤어? 우리 학교 바로 앞에 있는 맛집인데 몰라? 당장 먹어야겠다. 너 천원 있지?"
"어, 천원이라면 있어."
"우리 세 명이서 천원씩 내면 돼." 

그리고 자료를 모두 내팽겨치고 학교앞 작은 구멍가게같은 식당으로 향했다. 가게 이름은 '민들레'라는 뜻의 '단뽀뽀'였다. 마침 여름방학이라 가게 안이 한산했다.

"여기 아주머니 일본에 자주 가셔서 가게문을 닫는 날이 많은데, 오늘 문 열었으니 우리 운 좋은거야."

 

식당은 특이하게도 주방과 테이블 구분이 거의 없었다. 주방이 보이는 자리에 앉으면 아주머니가 음식 만드는 걸 다 볼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학생들이 올 때마다 함께 수다를 떨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주머니가 커다란 스테인레스 볼에 밀가루와 양배추, 오징어, 계란 등등을 넣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반죽을 섞던 건 잊을 수 없다. 아주머니가 오꼬노미야끼 만드는 게 자연스러워서 정말 쉬워 보였다.

"나 아주머니 하는 거 잘 보고, 집에서 만들어 볼 거야!"
"한번 만들어 봐라. 이 맛이 나오나. 내 비법 소스는 힘들걸?"
"아~ 소스가 없네요, 진짜! 아깝다. 소스만 있으면 만들어 볼 텐데."

 

오꼬노미야끼 조리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아주머니가 커다랗고 검은 철판에 기름을 붓고 반죽을 펼쳤다. 기름에 반죽이 튀겨져 차르르르르 하는 소리가 청각을 자극했다. 곧 아주머니가 그릇에 오꼬노미야끼를 덜어내고, 비법 갈색 소스와 마요네즈를 듬뿍 뿌리고 가쓰오부시를 올렸다.

가쓰오부시를 본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뜨거운 김에 얇은 가다랑어포가 하늘하늘 움직이는 것이, 정말 신기한 음식이었다.

"자, 먹어 봐."

 



친구가 내게 첫입을 먹어보라고 권했다. 잘라낸 조각을 접시에 담아 먹으니, 짭짤한 맛이 먼저 느껴지고, 마요네즈가 부드럽게 중화시키면서 촉촉한 부침개 느낌이 났다. 게다가 양배추는 적당하게 익어서 살짝 아삭아삭한 식감이 있었다. 하지만 처음 맛보는 가다랑어포가 살짝 비렸다.

"으음... 좀 짜고 비린데..."

난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친구들도 한 젓가락씩 뜨며 먹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난 맛있기만 한데."

"나도 맛있는데. 아! 하긴 나도 맨 처음 먹을 때 좀 이상했어. 근데 3일 후에 이상하게 이 맛이 생각나는 거야. 그떄부터 단골이 됐어. 너도 봐라, 3일만 지나면 이거 먹고 싶어질 걸?"

과연 친구의 말대로 ㅋㅋㅋㅋ 이틀 후부터 우리는 여름방학 내내 단뽀뽀를 찾아 먹었다. 다행스럽게도 오꼬노미야끼의 가격이 무척 저렴했다.

그리고 서울에 상경해서 처음 오꼬노미야끼의 가격을 봤을 때 기절하는 줄 알았다. 보통 싼 것이 9천원, 대부분 만 원을 넘어가는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 학교앞처럼 3000원이 아니었어?

그렇게 지겹게 먹던 오꼬노미야끼가 그리워서 서울에서 거금을 내고 한번 먹었지만, 뭔가 그때 그 맛이 아니었다. 졸업하고 나서도 단뽀뽀 가게를 찾았지만, 아주머니가 일본으로 되돌아간 것인지 가게 문은 닫혀 있었다. 다시 찾아보니 지금도 그 주변에 가게가 있고, 명물 맛집이 되었다고 한다. 가격은 올랐지만...

그래서 한번 장을 봐서 오꼬노미야끼를 만들어 보고 싶다. 아주머니의 비법 소스 대신에 돈까스 소스를 써야 하겠지만... 아무튼 성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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