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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아빠! 썰매 끌어줘!

by 밀리멜리 2022.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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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녹았다 얼었다 해서 길이 정말 미끄럽다. 나는 어제 지하철에서 나오다가 얼음에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리벙벙해서 1초간 엉덩방아 찧은 채로 앉아있었는데, 누군가 물었다.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다행이 두툼한 패딩이 쿠션처럼 충격을 흡수했기 때문에 엉덩이는 별로 아프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나 오늘 지하철 앞에서 넘어졌다 ㅋㅋㅋ"
"어, 나돈데! 난 길 한가운데에서 넘어졌어. 사람들 많은데."
"진짜? 나도 넘어졌어! 난 넘어지자마자 창피해서 아픈 거 참고 다음 골목까지 달렸어. 아무도 없는 거 보고 거기서 아파했지."
"진짜? 아팠겠다. 근데 오늘 우리 다 넘어졌던 거야?"
"우리뿐만 아냐. 나 오늘 넘어진 사람 진짜 많이 봤어. 그러니까 안 창피해도 돼."

길이 이렇게 얼어있으니 걷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신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썰매타는 아이들!!

주말 아침에 어느 귀여운 부녀를 보았다. 아이 아빠는 막 자동차 트렁크에서 눈썰매 하나를 꺼내서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꼬마는 이 눈썰매를 보자마자 달려가서 그 위에 드러누워버렸다.

아이 아빠는 딸을 보고 어이가 없는 듯 웃으며 말했다.

"자, 일어나. 눈썰매 타러 가야지."
"No-uh! 😒"

아이는 싫다고 너↘어↘! 하며 두 음절만 말했다. 그리고 계속 눈썰매 위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이 아빠는 잠시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아니 너.... 흐흐흐흐"

아이 아빠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황당한 듯이 한번 웃더니, 다시 한숨을 푹 쉬고 말없이 썰매끈을 쥐었다. 꼬맹이 한 고집 하시는군! 

 

결국 썰매에 탄 꼬맹이

그리고 돌돌돌돌... 썰매 끄는 소리가 들렸다. 드러누워서 그런지 아기 머리카락이 바닥에 다 끌렸다. 그렇게 질질 끌려가다가 아이는 나와 눈이 마주쳤고, 누워있는 게 좀 민망했는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갈길이 멀군요

여기서 10분 정도 걸으면 썰매 탈 만한 언덕이 나오는데... 문제는 오르막이라는 거다. 그 오르막길을 썰매 끌며 올라갈 아이 아빠를 생각하니 화이팅이 절로 나온다.

이 세상 육아하는 모든 사람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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