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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찌찌뽕! 퀘벡에서는 뭐라고 할까?

by 밀리멜리 2022.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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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평소처럼 나는 대화의 70%는 알아듣지 못한 채로 그냥 듣고만 있었다. 업무 전달이나 교육받을 땐 그래도 대충 알아들을 수 있는데, 동료들끼리 하는 일상대화는 퀘벡 사투리를 많이 써서 아직도 많이 어렵다.

 

오늘은 기념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당신은 내게 소중해요'라고 적힌 나무집게 기념품을 모두가 받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내게 소중한 사람이에요

 

"나무집게? 이걸 어디다 쓰지?"

"가방이나 물건에 달아도 되고, 아니면 소중한 사람한테 하나씩 줘도 되지."

"그래야겠군."

 

난 그냥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있었다. 크리스틴이 날 보더니 한 마디 한다.

 

"꼬꼿, 너는 듣기를 잘하는구나."

"하하, 아직 다 못 알아들어서 그래요. 그래도 많이 들어야 빨리 말을 배우죠."

"그래. 카린, 방금 뭐라고 했어?"

 

그러다가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근속연수 감사 기념품!"

 

합창같은 그 대답에 모두가 재밌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찌찌뽕! 이라고 말하고, 영어로는 jinx! 라고 말한다고 한다.

 

여기서는 뭐라고 할까? 궁금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항상 얼음물을 먹는 카린이 무심하게 이렇게 말했다.

 

"응, 우리 싱크로됐네. (Ouais, on a synchronisé.)"

 

Synchroniser (상크로니제, 동시화되다)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지만 그래도 딱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우리나라에서도 뭔가 비슷한 것을 보면 "싱크로율이 높다, 싱크가 좋다"이런 말을 하니까.

 

싱크로 수영

 

그래도 뭔가 우리나라처럼 찌찌뽕! 하고 외치고 꼬집거나, 영어처럼 jinx!를 외치고 그 징크스를 풀어줘야 하는 건 없다고 한다. 누군가와 똑같이 말하면 오히려 좋은 일이라 생각해 소원을 빌기도 한다고 한다.

 

아무튼 여기서는 상크로니제! 라고 하는구나. 나도 기억해놨다가 이런 상황이 오면 써먹어 봐야겠다. 

 

크리스틴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근속 감사 기념품같은 게 있어? 난 그런게 좀 부족하다고 생각해."

"이번에 새로 준다고 하더라고."

"그래? 난 여기서 25년이나 일했지만, 뭐 파일첩 하나 준 게 다였는데..."

"25년이나요?? 우와, 내 나이보다 많네요."

 

며칠 전 새로 온 인턴이 25년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인턴은 아직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나도 크리스틴이 25년이나 이곳에서 일한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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