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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해야지!

by 밀리멜리 2022.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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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엔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동료 셸비가 일한 지 이주일만에 그만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나 나탈리한테 그만둔다고 말했어. 별 일 없으면 오늘이 마지막이야."
"뭐? 정말? 너무 뜻밖인데?"
"그렇지, 뜻밖이지.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어! (쎄라비!)"

쎄라비(C'est la vie). 그게 인생이지! 라는 뜻이다. 셸비가 그 유명한 말을 덧붙이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한다. 프랑스어 쓰는 사람들은 이 말을 시도때도 없이 하는 것 같다. 어느 상황에서 써도 다 말이 되기 때문일까...

 

셸비는 사무실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데, 당장 내일 떠난다니 아쉬워졌다.

 

그게 인생이지. C'est la vie.


"조지아가 내일부터 올거야. 여기서 일해봤던 사람이고, 경력도 나보다 훨씬 많으니 걱정하지 마."
"그거야 그렇지만, 아쉬워서 그러지."
"아, 여기 일은 내 적성에 안 맞아. 회의 소집하고, 회의록 작성하고 이런 것들. 난 차라리 물품 구입하고, 돈 관리하는 파이낸스 쪽이 더 좋더라."
"그래? 그럼 다른 직장은 구했어?"
"내일 당장 일할 수 있는 곳은 병원과 노인복지센터인데... 병원에서 일하긴 싫어. 그리고 재택근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셸비가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 게 바로 어제인데, 오늘 바로 사직서를 내고 일자리 제의를 두개나 받았다니! 엄청난 행동력이다.

 

이직계획은 빠르게!

"너는 요즘 어때? 수습기간 끝나가지?"
"음, 이제 한창 수습기간이야. 3월이면 끝날 거야."`
"너 수습기간 평가 받아야 할텐데. 쟝이 잊어버렸을 수도 있으니까 평가 요청한다고 메일 보내봐."
"그래야 하는 거야?"
"응, 그리고 또 중요한 게... 너 수습기간 끝나면, 네 자리에 다시 지원해야 해. 경험이 있으니 아마 백퍼 자리를 얻겠지만, 지원하지 않으면 아무리 상사들이 널 데리고 가고 싶어도 일할 수 없어. 그러니 수습기간 끝나고 꼭, 꼭 지원해야 해."
"아, 몰랐던 거야. 정말 고마워."

셸비가 떠나기 전 좋은 조언을 해주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셸비가 떠나는 시간이 왔다. 나는 셸비의 차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고 함께 나갔다. 셸비는 또 꿀팁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경력이 쌓이면 주 정부 말고, 캐나다 정부쪽에 지원해 봐. 급여가 훨씬 더 좋거든.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해야지! 그게 내가 하고 싶은 거야."
"와, 조언 고마워. 너도 그런 자리 얻을 수 있을 거야."

"그러길 바라지. 언제나 더 좋은 곳을 향해 가야지 않겠어? 바래다 줘서 정말 고마워. 꼭 연락하자. 잘 가!"

"잘 가, 셸비!"

 

셸비가 떠나는 게 정말 아쉽지만, 이주만에 그만두는 것도 이해는 간다. 사무실도 제대로 없어서 동쪽 사무실에 신세지는 처지이고, 재택근무하기가 힘들고, 이런저런 자잘한 일들이 중구난방으로 정리된 게 없기 때문이다. 셸비는 이렇게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힘들다며 종종 불만을 표했었다. 마담 나탈리가 워낙 바쁘고 회의도 많아서 비서도 할 일이 많다.

 

다행히 나는 셸비만큼 바쁘진 않다. 사실 프랑스어가 어려운 것만 빼면 일은 널널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워라밸이 좋고 일도 내가 스스로 담당하고 정리해서 하나씩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게 좋다. 한국에서 12시까지 수업하고, 주어지는 형식대로 가르쳐야 하고, 자율성이 허락되지 않던 것에 비하면 몸도 편하고 정신도 편하다.

하지만 어떤 일이라도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일자리를 쉽게 쉽게 바꿀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정말 좋다. 

 

 

나도 좀 적응이 되고 일에 익숙해지면 셸비의 조언을 따라 좀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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