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월엔 추운 날이 많았다. 그렇지만 항상 영하 -18도인 것은 아니다. 며칠 전에는 영하 3도, 영상까지 온도가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런 날이면 햇빛에 눈이 녹아서 정말 봄인가 싶다. 매일 낸시와 아침인사는 항상 날씨 이야기로 시작한다.
"오늘 날씨 정말 봄이지?"
"아, 정말 좋다. 이렇게만 되면 좋겠어."
"눈이 녹아서 복도 앞에 호수가 생겼어. 조심해서 다녀야 할거야."
"아, 맞아! 신발이 다 젖었어! 정말 프랑땅(봄)인가 봐."
봄은 프랑스어로 프랑땅(printemps)이다. 근데 내가 한국식으로 프랑땅이라고 했더니 잘 못 알아 듣는다. 퀘벡 프랑스어로는 프랑땅이 아니라 프랭땅에 가깝다.
"뭐라고? 프랑땅?"
"프랑땅!"
"아~! 영어로 스프링(Spring)! 프랭땅! 맞아, 내 말이 그거야. 봄이라니까?! 너도 퀘벡사람 다 됐네."
낸시가 발음을 교정해 줬다. 영하 3도가 따뜻하다고 기뻐하는 걸 보면 정말 나도 퀘벡에 익숙해졌나 보다.
하지만 기쁘기엔 이르다.
바로 다음날, 북극바람과 눈폭풍이 몰아닥쳤다. 밤새 눈은 푹푹 쌓이고 영하 18도의 날씨를 기록했다. 엄청 빠르게 제설작업이 이루어지는 몬트리올도 이번 눈폭풍엔 어쩔 수 없이 휴교령을 선포했다. 아이들만 신났다.
"낸시, 누가 봄이래? 도대체 누가 그런 말 해?"
"아이 아이 아이(Aïe aïe aïe), 그러게. 바로 눈폭풍이 올 줄이야."
"이제 봄이라고 하지 말자. 그 말할 때마다 눈이 와."
프랑스어로 아이아이아이, 하는 건 이런이런~ 하는 감탄사이다. 나는 울랄라보다 이 감탄사를 많이 듣는다. 이런 건 금방 귀에 익어서 나도 뭔가 곤란한 일이 있으면 바로 아이아이아이가 나온다.
아무튼, 날씨 조금만 따뜻해지면 봄이라고 호들갑떨고, 그 말이 무색하게 다음날 강추위가 몰아닥친다. 봄이 와도 봄이 아니라더니! 이 추위가 가기 전에 한번 겨울 스포츠를 즐겨봐야 할텐데...
누군가 다람쥐와 새들을 위해 선물을 놔두었다. 이런 마음씨는 정말 따뜻해서 봄인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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