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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캐나다 이민 영주권을 얻기까지 (4) - 프랑스어 공부법

by 밀리멜리 2022.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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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이민에 필수인 프랑스어는 언제나 1순위 To do list였다. 내 공부방법이 모두에게 맞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퀘벡에 온 지 3년 반만에 프랑스어 자격조건을 갖추고 프랑스어를 하는 직장을 잡았으니, 프랑스어를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내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나는 델프 등 프랑스어 자격시험에 응시한 적이 한번도 없다. 시험 대신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이민 자격요건을 맞췄다. 수업을 들어도 시험점수를 요구하는 이민심사관이 있다고도 들었는데, 나는 운이 좋게도 수업을 들었다는 증명만으로 프랑스어 요건에 통과할 수 있었다.

 

 

 1. 초급 과정 A1 (3개월)


퀘벡에 도착하기 전, 한창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퀘벡 랜딩을 준비하면서 파트타임으로 시간대를 바꿨고, 남는 시간에 프랑스어를 독학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독학은 좀 무모한 도전이긴 했다. 도서관과 서점에서 프랑스어 기초회화와 문법책을 구하고, 책 진도를 나가는 형식으로 공부를 했는데 혼자여서인지 오래 가지는 못했다. 

 

독학 어렵구만!


고민하다 알리앙스 프랑세즈의 프랑스어 수업을 신청했다. 벨기에 출신의 선생님이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었는데, 생초보 수업인데도 100퍼센트 프랑스어로 진행되었다. 처음엔 어려웠지만 아예 프랑스어로 수업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여기서 공부한 덕에 기초 과정을 3개월만에 잘 마칠 수 있었다.

 

 2. A2 과정 - B1 과정 (6개월)

 

한국을 떠나 몬트리올에 도착해, 첫날 어학원에서 레벨 테스트를 봤다. 과정은 기초 레벨1(A1)부터 시작해 고급반 레벨 8(B2)까지 있었다. 테스트 결과 나는 레벨 2를 받았다.


레벨 2 수업을 막상 들어보니 좀 쉬웠고, 한국의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배운 것이 반복되었다. 그래서 반 변경을 요청했고, 나는 레벨 테스트를 다시 보고 레벨 3반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어학원 과정이 맞지 않는다 싶으면 바로 말하는 것이 좋다.


어학원 수업은 9시부터 3시까지였다. 오전에는 문법 및 듣기, 오후에는 회화수업으로 진행되었다. 매일 30분~1시간 정도 분량의 숙제가 있었고, 나는 숙제할 겸 복습할 겸 학원에 남아있거나 근처 카페에 가서 오후 6시까지 공부를 하고 갔다.


한달에 한 번 평가테스트가 있었고, 이 테스트에 통과하면 다음 단계로 올라가고, 아니면 한 달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 테스트가 있기 전 일주일간은 좀 더 바짝 공부했다. 

 

학원수업 + 2시간 복습


6개월간 프랑스어에만 올인한 결과 마지막에는 B2에 해당하는 레벨8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B2 수업을 듣고 있긴 하지만 실력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모두 성적이 낮았다. 어학원 수업을 모두 마치고 다른 기관에서 테스트를 친 결과, B1에 해당하는 성적이 나왔다.

여기서 계속 수업을 들어도 되지만, 레벨8 수업은 정말 쉬운 게 아니었다. 내 실력보다 어렵고, 읽어야 할 것도 많고, 쓰고, 듣고, 말하고... 해야 할 게 너무 많고 숙제도 1시간만에 끝내지 못할 만큼 많아졌다.

 

 

 3. B1 과정 - B2 과정 (2년)

 

어학원을 마치고 스터디 비자 갱신을 할 겸, 나는 직업학교에 다니기로 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과정은 많지 않았다. 설비, 정비, 자동차수리 등등은 내 취향이 아니었고, 산업디자인 과정과 비서과정 중에서 고르기로 했다.
여러 직업학교 중에서 나는 비서과정를 선택했는데, 프랑스어 배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이 비서학교 프랑스어 과정에 신청하려면 사실 프랑스어 시험 인증자격이 필요하다. 시험결과가 없는 나는 그냥 솔직하게 인증 결과가 없다고 말했는데, 마침 학교장이 그 자리에 있었다.

"프랑스어 시험을 안봤다구요?"
"네, 그런데 이미 에이전시 통해서 등록했어요. 에이전시에서는 그런 말이 없던데..."
"흠... 아까 오리엔테이션에서 내가 한 말 이해해요?"
"네, 80%는 다 이해했어요."
"그럼 괜찮아요. 수업 들어도 좋아요."

 

아까 한 말 이해했지? 그럼 OK!


이렇게 운좋게 간단한 대화만으로 프랑스어 자격시험 없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사실 80% 이해했다는 건 부풀린 거지만...🙄 이건 운도 좋았지만 이 학교가 사립학교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공립학교는 규칙을 까다롭게 지키는 편이다.

 

직업학교를 선택할 때, 유학원에서 추천해 주는 학교만 보는 게 아니라 인터넷으로 직접 학교를 검색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유학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좀 더 리서치하는 것이 좋다. 나도 처음에 여러 학교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직접 학교에 방문해서 정보를 얻고 오니 학교 선택하는 게 훨씬 쉽고 후회가 없었다. 학교 분위기나 학생들도 보고, 건물을 구경하는 것도 학교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조사한 공립학교는 퀘벡 사람이 많아서 더 끌렸는데, 입학조건이 까다롭고 오래 기다려야 해서 포기했다. 이 때 발품을 많이 팔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는 곳을 잘 선택할 수 있었다. 


내가 다닌 학교는 사립이어도, 퀘벡 이민 자격 조건은 갖추고 있었다. 어느 학교든 이민 자격 조건에 맞는 학교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사립학교는 입학조건이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선생님 및 학생들이 대부분 이민자들이라서 나는 퀘벡 프랑스어보다는 모로코식 프랑스어에 익숙해졌다.

 

아무튼 비서학교는 프랑스어 늘리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수업이 모두 프랑스어로 이루어지고, 수업과정 중에 프랑스어 관련 과목이 5개나 되었다. 메일과 편지 쓰는 법, 프랑스어 받아쓰기, 문법, 프랑스어 교정 수업 등등 학교 수업을 잘 듣는 것만으로도 실력을 많이 향상시킬 수 있었다.

 

프랑스어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법

 

특히 비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과목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편지쓰기 수업, 가상 인터뷰 수업은 정말 유용했다. 수업시간 하도 가상 이메일을 많이 써서 취직했을 때 바로 딱 써먹을 수 있었다. 또, 프랑스어를 전공한 선생님에게 이력서를 검토받고, 친해진 선생님에게는 추천장을 써달라는 부탁도 했다. 

이 때 만난 친구 레미의 수업태도가 정말 좋았다. 친구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선생님에게 물었으며, 뭔가 잘못된 점이나 불만사항이 있으면 바로 프랑스어로 이야기했다. 슈퍼에 가서도 케찹 어디있냐고 망설임없이 프랑스어로 물었다.

나는 외국어로 질문을 해야할 때 미리 할 말을 생각하고 가는 편이다. 하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땐 내 친구처럼 별 생각 없이 바로 말부터 내뱉는 편이 좋다. 말을 할 때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면 외국어에 노출될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말을 버벅대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다. 무조건 많이 말하고 많이 들을수록 좋다.

 

어디서나 당당하게!


외국어로 말할 때 망설이게 되는 이유는, 상대방이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과 부딪혀 본 결과, 그런 사람들은 매우 소수였다. 

천천히 말해달라고 요구하면 대부분 천천히 쉬운 단어로 말해준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으면, 그냥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면 된다. 그럼 사람들은 가끔씩 내가 해야 할 말을 정리해주거나, 다른 좋은 표현으로 고쳐주기도 한다. 

 

 

 그 이후 취직까지

 

비서학교는 1년 6개월 과정이었다. 직업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일할 수 있는 워크비자를 받을 수 있다. 이 워크비자가 좋은 것은, 일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퀘벡 정부지원 프랑스어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설 어학원은 보통 한달에 100만원 이상의 학비가 드는데 무료라니! (게다가 워크비자가 있으면 주정부 의료보험을 신청할 수 있다.)

 

퀘벡 정부지원 프랑스어 수업 신청자격과 신청방법

 

퀘벡 정부지원 프랑스어 수업 신청자격과 신청방법

요사이 퀘벡 정부에서 지원하는 프랑스어 무료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8시 반부터 3시 반까지 진행되는 풀타임 수업으로, 점심시간 1시간과 쉬는시간을 딱 한번 1

milymely.tistory.com

나도 졸업 후 워크비자를 받고 당연히 이 프랑스어 수업에 신청했다. 퀘벡 주에서 제공하는 프랑스어 수업은 사설학교보다 훨씬 퀄리티가 좋았다. 워크비자와 사회보장번호만 있으면 장학금까지 준다.

이 수업을 마지막 단계까지 듣고, 선생님은 직장에 취업해도 잘 하겠다는 말을 해주었다. 비서학교 졸업증명서와 퀘벡주 제공 프랑스어 수업을 마쳤다는 인증서 덕분에 프랑스어 자격시험 없이도 이민서류를 신청할 수 있었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지금도 프랑스어 실력은 계속 늘려야 한다. 특히나 듣기가 약해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한다. 그 갭을 채우기 위해 듣기 능력 향상이 필요하다. 취직 이후에는 생존을 위해 프랑스어를 배우는 느낌이라, 학교 수업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요약

 

  • 수업시간에 잘 출석한다
  • 숙제와 복습을 매일 한다
  • 당당하게 요청한다
  • 많이 듣는다
  • 많이 말해본다
  • 말하기 전 망설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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