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계획을 꼼꼼하게 짜지 못하는 편이다. 여행을 갈 때에도 대충 이곳저곳 가보고 싶은 곳만 알아보고 털렁털렁 가는 걸 좋아한다. (참고글: 나의 고베 여행기 - 여행 계획은 그때그때 대충 짜는 편)
캐나다 오는 걸 계획했을 때에도 그 계획은 대충 구상에 불과했다. 내 생각의 흐름은 이러했다. 캐나다에 가고 싶은데, 뭐부터 시작해야 하지? 뭔가 하고 싶을 때 장애물이 되는 건 보통 돈과 시간이 아니던가. 시간이야 일을 그만두면 생길 테고, 문제는 돈이었다.
캐나다에서 뭘 해야 할까?
처음엔 이민을 계획하지 않고 캐나다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경험해 보기로 했다. 최소 6개월, 최대 2년 정도 있을 요량이었다. 2년 후의 계획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렇다면 캐나다에서 살려면 뭘 해야 하지?
처음부터 직장을 잡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어떤 회사에서 날 필요로 하고 비자문제까지 해결해준다면 너무나도 쉬운 일일 테지만, 한국에서도 취직이 힘들었는데 외국에서야 오죽 힘들까 싶었다. 워크 비자는 따기 힘드니, 학생비자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학생으로 생활하려면, 예산을 든든히 짜서 2년 정도 일을 안 하더라도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모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원에 문의해 학비 정보를 얻었다. 대학에서 유학하는 건 시간도 돈도 너무 벅찬 선택이었다. 북미의 학비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무엇보다도 대학에서 별로 배우고 싶은 게 없었다. 미국에 비하면 캐나다 대학은 싼 편이지만, 어쨌든 대학은 선택사항조차 아니었다.
유학원은 몇몇 어학원을 추천해 주었다. 풀타임 어학원은 한달에 120만 원 정도였고, 6개월을 공부해야 학생비자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풀타임으로 공부해야 비자를 얻을 수 있다.)
싼 편은 아니었지만 가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 돈을 들여 캐나다에서 프랑스어를 원없이 공부해 보자!
집세와 학비, 생활비 등등을 모두 계산해 보니 1년에 2천만원이 들 거라는 예상이 들었고, 2년이라면 4천만 원 정도를 갖고 가면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림짐작해서 잡은 수치였지만 대충 맞아떨어졌다.
만약에 영주권이 있다면 학비는 너무나도 싸다. 심지어 용돈과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다. 내가 영주권을 빨리 따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학비 때문이었다.
4천만원 모으기
목표가 생겼으니 행동할 때였다. 어떻게든 4천만원을 모으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밤 10시까지 어학원 강사를 하고, 퇴근 후에 자정 12시까지 먼 곳으로 고등학생 수능 과외를 하러 다녔다. 집에 도착하면 새벽 1시였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에 들었다. 주말에도 수능과외를 2~3개 정도 뛰었다. 이때 너무 무리한 탓인지, 번아웃을 겪고 건강에도 이상이 왔다.
은행에 펀드도 가입하고, 비트코인도 조금 사두었다. 비트코인이 1600~1800만원일 때부터 조금씩 사모았는데, 2017년 비트코인 열풍이 불고 나도 욕심이 나서 투자비중을 확 늘려버렸다. 그러나 2018년 초 한창 캐나다 이주 준비를 하고 있을 때쯤 비트코인이 폭락했고, 손해를 봤지만 어쨌든 캐나다 랜딩을 위해 다 팔아치워야 했다. 이때 비트코인을 계속 갖고 있었더라면 하는 덧없는 상상은 자주 한다... 😲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고, 목표한 4천만원을 다 모을 수 있었다. 힘들게 모은 돈을 2년의 캐나다 생활에 다 써버릴 생각을 하니 망설여졌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삶이 그렇듯이, 캐나다에 도착해서도 계획대로 되지만은 않았다. C'est la vie!
'몬트리올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나다 이민 영주권을 얻기까지 (4) - 프랑스어 공부법 (11) | 2022.02.22 |
---|---|
캐나다 영주권을 얻기까지 (3) - 이민 허니문 기간과 예상치 못한 현실 (8) | 2022.02.21 |
캐나다 영주권을 얻기까지 (1) - 캐나다로 가야지! (10) | 2022.02.19 |
2022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보고 (11) | 2022.02.15 |
몬트리올에 예쁜 이름을 가진 카페들 (프랑스어, 영어) (16) | 2022.02.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