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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

캐나다 영주권을 얻기까지 (3) - 이민 허니문 기간과 예상치 못한 현실

by 밀리멜리 2022.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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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 허니문 기간

 

어학원 6개월은 정말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새로움의 연속이었고, 프랑스어 공부하는 것도 적성에 맞았다.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전에는 문법수업, 오후에는 회화수업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수업이 끝나면 카페에서 가장 1.5달러짜리 드립커피를 시켜놓고 6시까지 프랑스어 예습과 복습을 했다.

 

그렇게 하루종일 공부를 해도 너무 재미있었다. 프랑스 사람, 시리아 사람, 멕시코 사람, 미국 사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예쁜 거리와 공원, 조각상과 미술관, 맑은 공기, 신기한 레스토랑들... 길을 걸으며 사람 구경만 해도 재미있었다. 이렇게 이주 6개월 정도간을 이민 허니문 기간이라고 부른다. 정말 허니문처럼, 꿈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몬트리올

 

이 이민 허니문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첫 6개월에서 1년 정도에 만족감이 가장 크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에 서서히 문화충격을 겪고,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다가오면서 이민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 시작한다. 이민자 대부분이 허니문 - 컬쳐쇼크 위기 - 적응 기간의 패턴을 겪는다.

 

이 컬쳐쇼크 기간 때 많은 사람들이 귀국했다. 나도 외국어 소통이 어려우며 경제적인 불안감도 들고, 거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니 다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민 과정의 만족도 변화

 

6개월이 끝나고 어학원 과정을 모두 마치니 슬슬 현실이 다가왔다. 한국에 돌아가야 할까? 아니면 더 머무를까? 더 머무른다면 어학원 말고 뭘 해야 할까?

 

 

 예상치 못한 현실

 

어학원 6개월 과정이 끝나면 몇 가지 선택이 있다. 자기 나라로 돌아가거나, 어학원에서 공부를 몇 개월 더 하거나, 아니면 이민 프로세스를 밟는 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몬트리올 생활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자연 환경이나 예술제, 축제 등이 자주 있는 점이 좋았고, 특히나 직장 생활에 워라밸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일찍 퇴근을 한다. 저녁 시간에 친구를 초대해서 놀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스포츠, 취미활동을 하는 걸 보면 6개월만 있다가 가는 게 아쉬웠다. 

 

여유로운 삶

 

내 경우, 엄청나게 힘든 컬쳐 쇼크는 별로 없었다. 문화가 다른 것은 오히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 문화를 바로 내 생활에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않고 그냥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정도로.

 

더 중요한 건 어떻게 이곳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가이다. 어디에나 나와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고 캐나다에도 친절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 사는 거 다 똑같지 뭐. 

 

다만 힘든 것이 경제적 불안감이었다. 학생으로 살다보니 '과연 내가 여기서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미래가 확실하지 않은 탓에 쓸데없는 걱정도 했다. 

 

다행히도 직업학교에 적응하고, 나중엔 일주일에 20시간 파트타임 알바를 할 수 있다. (어학원 비자로는 일을 할 수 없다.) 나는 아무데나 이력서를 돌리다 학교 근처의 샐러드 가게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덕분에 팁과 월급을 받아 경제적 불안감을 낮출 수 있었다. 돈 액수보다도, '나도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고 불안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

 

알바했던 샐러드 가게 프랜차이즈

 

 좋은 사람들

 

내가 컬쳐 쇼크 기간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역시 남친이다. 남친은 몬트리올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덕분에 집세와 생활비를 현명하게 아낄 수 있었다. 남친은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하고, 외향적인 성격이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한다. 처음엔 외국어로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남친이 사람들한테 말을 거는 것을 보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캐나다 삶이 벅찰 때에는 정말 돌아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끝까지 해보자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직업학교에서 만난 친구 레미에게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 레미처럼 현실적이며 열심히, 그리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사람을 처음 봤다. 수업도 열심히 듣고, 세금신고나 생활에 필요한 정보는 쏙쏙들이 잘 알고 있었다. 나와 몬트리올에 도착한 시기가 비슷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잘 사는지!

 

(이미지 출처: unsplash)

 

레미와 함께 직업학교를 다니다가, 이 학교와 연계된 유학 에이전시가 파산하는 일이 일어났다. 우리 등록금을 모두 맡겨놓은 에이전시였기 때문에 학교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노트를 받았다. 이 일이 이민생활에서 생긴 가장 큰일이었다. 우리는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곧 레미는 초조해하지 않고 그저 해야 할 일을 했다.

 

유학 에이전시에는 등록금을 보장해달라는 메일을 보내고, 학교에도 등록금 영수증과 함께 결정을 잠시 미뤄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유학 에이전시가 미팅을 열었고, 그곳에서 등록금을 보장한다는 계약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계약서를 학교에 보내자 등록금이 무사히 처리되었고 학교를 잘 졸업할 수 있었다. 

 

레미의 침착한 태도와 정보력 덕분에 나도 큰 스트레스 없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레미의 정보력 덕분에 영주권 신청도 빠르게 할 수 있었고, 레미가 4개국어(베트남어,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덕분에 프랑스어를 연습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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